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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가 자유를 향한 선택] 5. 행자에서 대종사까지

교육·승가고시 등 종단 규정에 따른 체계적 법계 부여

대중들이 생각하는 일반적인 스님의 모습은 삭발·염의한 외모다. 그러나 삭발하고 승복을 입었다고 해서 모두가 정식 스님이라고 볼 수는 없다. 승가공동체 내에는 공동체에 소속된 구성원으로서 스님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격 요건과 절차, 규정들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불교의 장자종단인 조계종의 경우 막 출가한 행자시절부터 최고 법계인 대종사가 되기까지 스님으로 살아가는 전 과정에 대한 요건과 기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진행하는 교육과정 등을 대단히 체계적이고 세부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행자·법계·승려법 등으로 규정
행자로 등록 후 6개월 교육은
출가자로서 소양 익히는 토대
4년 교육 이수해야 정식 스님
승납 따른 승가고시도 지속돼

큰 틀에서 기준이 되는 것이 법계다. 법계는 수행력과 종단 지도력을 상징하는 승단 내 지위를 말한다. 법계법을 비롯한 규정에 따르면 조계종 출가자는 먼저 행자로서 주어진 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5급 승가고시를 치러야 비로소 예비 승려 자격인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할 수 있다. 이후의 법계 역시 일정 기간, 일정 교육을 이수하거나 승납에 따른 승가고시를 치르는 형태로 법계 상승의 자격이 주어진다.

이러한 종단의 시스템 속에서 살펴보면 출가자가 스님으로서 통과해야 하는 첫 단계는 사미·사미니계의 수지다. 이를 위해 행자로서 종단이 제시하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행자 교육은 종단에 입문하기 위한 첫 관문이라는 점에서 대단히 중요하다. 조계종 ‘행자교육 운영에 관한 령’에 명시된 행자교육의 목표는 △기초적 교학의 이해 △출가수행자로서 기초적인 계율의 학습과 수련 △종교인으로서 필요한 종교의 이해 △예참과 기본 불교의식 수련 △보살도 실현자로서의 원력 수립 △불도 실현과 사회봉사자로서 심신의 수련 등이다. 결국 스님이 되고 스님으로서 살아가는 삶 속에서 실현해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원력을 폭넓게 갖추도록 하는 것이 행자교육의 궁극적 지향점인 셈이다.

사찰에 처음 출가한 순간부터 7일 이내에 종단에 행자등록을 함으로써 정식 행자 생활이 시작된다. 행자등록은 행자가 조계종 스님으로 살아감에 있어 결격사유를 판단하는 첫 관문이다. 행자등록신고서와 함께 혼인관계증명서, 가족관계증명서, 최종학교졸업증명서, 신원조회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파렴치범으로 판단되는 자의 경우 조계종 교육원 내규에 따라 범위와 심사를 거쳐 행자 등록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행자가 거주하는 사찰은 등록사찰로서 일상교육을 담당하는 주체가 된다. 행자는 병원치료 및 위탁교육 등 특별한 사유를 제외하고는 반드시 등록사찰에 거주해야 하며, 종단이 정한 교육방침과 지침에 따른 일상교육에 성실히 임해야 한다.

행자교육은 크게 일상교육과 입문교육, 수계교육 등으로 구분된다. 기본이 되는 교육은 일상교육으로, 기초교리와 염불 습득, 사찰예절, 습의 등에 관한 사항을 배운다. 우선 이론 교육으로는 ‘부처님의 생애’ ‘기초교리’ ‘불교입문’ ‘불교성전’‘초발심자경문’ ‘간화선 입문’ 등 11개 필수교재를 통해 올바른 불교관을 익히고 수행자상을 확립한다. 이와 함께 합장·반배, 절하는 법, 법당 출입예절, 도량 예절, 스님을 대하는 법, 불상·불보살의 이해 등을 시작으로 불구 다루는 법과 예불 준비, 예불 기도, 운력 및 소임의 이해, 좌선의 이해 및 실수, 스님 시봉, 사찰 및 주련·전각·사물의 이해 등 사찰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지식과 예법, 의미를 익힌다.

염불은 스님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기본 소양이라는 점에서 특별히 강조되는 교육이다. 1개월차부터 조석 예불문과 반야심경을 시작으로 천수경, 도량석, 이산혜연 선사 발원문, 행선축원, 각단 예경과 법성게·약찬게 등의 암송 및 실수 교육이 단계별로 진행된다.

행자교육이 시작된지 3개월 이내에는 교육원에서 시행하는 의무교육으로 입문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한국문화연수원에서 3박4일간 진행되는 교육으로 심리상담 등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입문교육을 이수해야 마지막 단계인 수계교육에 입교할 자격이 주어진다.

6개월간 일상교육과 입문교육 등 필수교육을 이수한 행자는 교육원이 시행하는  수계교육을 받게 된다. 특히 수계교육 시행 한달 전까지 입교를 위한 서류를 제출해야 하는데, 이는 스님이 되기 전 조계종이 규정한 출가자격요건을 검토하는 절차다. 조계종은 출가연령을 13세 이상 50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입교일 기준 연령제한이 충족되야 하며 학력은 고졸 혹은 동동이상의 자격을 갖춰야 한다. 또 혼인한 경우에는 법적으로 이혼이 성립된 지 6개월이 지나야 하며, 법적으로 혼인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경우 실질상 세속관계를 끊지 못한 것으로 결격사유가 된다. 금치산자와 한정치산자, 친권을 유지하고 있거나 신체상의 장애가 현저해 승가의 일상생활이 불편한 자 등도 수계교육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 같은 절차를 거쳐 수계교육에 입교하게 되면 행자교육원에서 15일간의 교육을 이수한 후 5급 승가고시를 통과하면 비로소 사미·사미니계를 받고 예비 승려 자격을 얻게 된다.

행자교육을 이수한 사미·사미니계 수지자들은 다음 단계인 기본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기본교육은 △계·정·혜 삼학의 구족 △선종의 가르침을 중심으로 제종의 가르침을 포괄 △자비를 구현하는 불교 △사회와 역사에 부응하는 불교 등을 배우고 익히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교육기간은 총 4년으로, 사찰승가대학과 중앙승가대학, 동국대(서울·경주), 기본선원(수행도량) 등에서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하게 된다. 올 1월 기준 전국에 분포된 사찰승가대학은 사미를 대상으로 해인사, 송광사, 수덕사, 범어사, 불국사, 쌍계사, 화엄사, 동화사, 통도사, 법주사 승가대학과 사미니를 대상으로 봉녕사, 동학사, 청암사, 운문사 승가대학이 있다. 승가대학 표준교육과정은 총 34과목이다. 초기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한문불전, 계율과 불교윤리, 불교와 불교사, 포교와 실천 분야의 28과목은 필수며, 초기불교, 대승불교, 선불교, 불교와 불교사, 포교와 실천 분야의 선택과정에서 추가로 6과목을 이수해야 한다. 이를 통해 조계종지를 체득하고 초기·대승경전에 대한 이해를 높이며 교학과 율장, 불교사상사와 조계종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기 위함이다. 이와 함께 전통을 계승하는 다양한 일상교육과 대중습의 등을 통해 수행력과 승가공동체 소속으로서 인식을 강화하고 불교에 대한 폭넓고 체계적인 소양을 체득할 수 있도록 돕는다. 기본교육을 이수한 사미·사미니는 4급 승가고시에 응시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진다. 4급 승가고시는 매년 3월 경 자유서술 형태의 논술, 객관식, 염불 실수로 진행된다. 통과할 경우 비구·비구니계(구족계)를 수지, 법계는 견덕(비구), 계덕(비구니)으로 상승한다. 구족계를 수지한 비구·비구니는 ‘선원법’에 따라 대중 방부를 받는 비구·비구니선원에 입방해 수행할 수 있다.

교육체계상 다음 단계로는 전문·특수교육의 이수다. 사찰승가대학원에서 2년간 전문 교육과정을 배우거나 어산작법학교,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에서 2년간 특수 교육과정을 배울 수 있다. 사찰승가대학원은 선·교·율 등 교학에 대한 전문적인 수학과 연찬을 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 율학승가대학원, 선학승가대학원, 한문불전승가대학원 등 8개로 구분된다. 올 1월 기준 21개 사찰승가대학원이 운영 중이다. 2년간 전문과정을 이수한 후 필요에 따라 3년 기간의 연구과정을 별도로 배울 수 있다.

특수교육은 불교음악 범패 등을 전수, 교육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한국불교전통의례전승원과 전통불교의식인 어산작법의 보전, 계승을 목적으로 하는 어산작법학교가 운영 중이다. 전문교육과 마찬가지로 2년 간 기본교육과정을 이수한 뒤 2~3년 기간의 심화과정을 배울 수 있다. 전문·특수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승납 10년 이상의 스님과 전문선원에서 4안거 이상 성만한 경우 및 교육원장이 인정한 특수교육기관에서 2년 이상 교육을 이수한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3급 승가고시 응시 자격이 주어진다. 3급 승가고시는 매년 10월경 객관식과 자유서술 형태의 논술, 수행이력평가 및 면접으로 진행되며, 통과시 중덕(비구), 정덕(비구니) 법계를 받게 된다. 중덕·정덕 법계부터 본사 국장 및 중앙종무기관 국장 소임을 맡을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된다.

조계종단의 기본적인 교육체계는 특수·전문교육까지로, 이후에는 연수교육을 통해 종단 종무행정 및 각 분야의 소양교육을 추가로 선택할 수 있다.

승납 20년 이상 스님들은 매년 10~11월 열리는 2급 승가고시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진다. 2급 승가고시는 논술 또는 설법, 수행이력평가 및 면접으로 진행되며 통과할 경우 대덕(비구), 혜덕(비구니)의 법계가 품서된다. 대덕·혜덕 법계는 중앙종무기관 부실장 및 종정예경실장, 칠증사, 중앙종회 사무처장, 고시위원, 교육기관 책임자 등의 소임을 맡을 수 있다.

승납 25년 이상 스님은 1급 승가고시를 통해 종덕(비구), 현덕(비구니) 법계를 품수할 수 있다. 승가고시는 면접으로 진행되며 본사주지, 계단위원, 법규위원장, 호계위원, 법규위원 등 주요지도자 소임을 맡을 자격이 부여된다.

승납 30년 이상부터는 특별전형으로 법계 상승이 이뤄진다. 특별전형은 ‘법계법’ 규정에 따라 중앙종회 동의와 원로회의 심의로 진행된다. 승납 30년 이상 스님은 특별전형을 통해 종사(비구), 명덕(비구니) 법계를 품수하며 총무원장, 교육원장, 포교원장, 고시위원장, 호계원장, 계단삼화상, 법계위원 등 고위지도자 자격이 부여된다. 승납 40년 이상 특별전형을 통과한 스님에게는 종단 최고지위인 대종사(비구), 명사(비구니) 법계가 주어진다. 종정, 전계대화상, 원로의원, 법계위원장을 비롯한 최고 지도자 자격이 부여된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 조계종 출가 시스템.

 [1343호 / 2016년 5월 1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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