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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불자들

기자명 김민경
자비심과 함께않는 깨달음

깨달음 없는 자비심도 허망

자비심 없다면 불자도 아닐 것


요즘 나는 ‘깨달음은 자비심과 함께 한다’내지 ‘대자대비를 佛性이라 한다’는 경구를 가장 좋아하고 즐겨 인용하고 있다. 앞의 문장은 박성배 교수의 책 〈깨침과 깨달음〉)에서, 뒤의 문장은 〈열반경〉에서 거의 비슷한 무렵에 만났다. 앞의 문장을 처음 만났을 때엔 괜히 울컥하여 눈물까지 찔끔거렸던 기억이 있다. 깨달음을 내게는 너무나 먼 일로 여기고, 혹은 영원히 내 것으로 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초조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은데 앞의 문장을 만나 후부터는 어떤 점이 좀 분명해져 그동안 없던 자신감도 얻게 되었다. 그리고 그 후부터, 일상으로 만나는 불자들의 삶과 우리의 신행활동을 보는 관점이 조금 변했다.

우선은 ‘자비심과 함께하지 않은 깨달음은 가짜’라는, 혹은 ‘자비심을 결여한 불자는 가짜’라는 의심이 마당 한 켠에 심어둔 딸기줄기 번지듯이 내 머리 속에서 갈수록 번성하고 있다고 고백하고 싶다. ‘깨달음이 함께하지 않은 자비심의 허망함’까지 포함된 이런 의심은 자꾸만 자꾸만 커져서 아무리 듣기 좋은, 말인즉슨 옳은 내용을 지닌 법문을 하는 스님이라도 일상적 삶에서 도저히 자비의 향기를 느낄 수 없으면 저 언덕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멀었구나 싶기도 하고(정구업진언-수리수리 마하수리 수수리 사바하) 이것은 나를 포함한 재가불자들에게도 마찬가지로 냉정하게 적용하고 있는 형편이다.

명품을 모방한 짝퉁이 아무리 교묘히 제조되었다 해도 명품이 아닌 것처럼 자비심을 결여한 불자는 그 자신이 아무리 사방에 대고 ‘나는 불자입니다’라고 외쳐도 진정한 불자는 아니라는 시각이다. 깨달음을 증득해 나가는 과정에는 올바른 믿음과 올바른 수행이 필수조건이다. 이 두 가지 필수 조건은 결국 자비심을 기르고 체화하는 과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

그런데 깨달음과 자비심이 따로 노는, 혹은 자비심이 뭔지도 모르거나 자비심의 발현과 실천에 관심을 두지 않는 재가불자-수행자가 있다면 그는(그들은) 결국 가짜 불자-가짜 수행자로 분류되어도 그리 할 말이 없을 것이다. 자비가 사라진 불교, 자비심을 잊고 있는 불교는 불성을 얻지 못했다는 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는 이상하게도 자비심이라고는 눈꼽만치도 찾을 수 없는 불자들을 너무도 자주, 쉽게, 만날 수 있다. 그쪽으로는 아예 눈도 돌리기 싫다며 이름 난 스님과 절을 찾아서 몰려 다니는 불자, 자신과 자신이 속한 문중의 영달을 위해서 같은 수행자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출가자까지 말이다. 불교집안에서 자비심(불성)이 천대받고 있는 이러한 현상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지난 수 십년동안 한국불교는 현대사회에 걸맞는 위상을 갖추기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성의 문제-믿음과 수행 부분은 지나치게 경시되었다. 한마디로 ‘현대화가 급하니 그것은 좀 뒤로 미루자’는 분위기였다. 그러다 보니 지금은 수행을 직업으로, 신행활동을 직업으로 삼은 이들이 한국불교를 쥐고 흔드는 양상도 보인다. 자비심과 깨달음이 함께하는 참불자가 몹시도 그리워지는 시절이다.


김민경 부장 mkkim@beop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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