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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스님의 등장

베이징에 로봇스님 활동
간단한 질문에 답변 가능
출가자 영역 줄어들 수도

로봇의 발전이 눈부시다. 공상과학영화에나 등장하던 로봇이 이제 인간의 문명 속 깊이 파고들었다. 첨단 살상기술을 갖춘 로봇에서부터 봉합수술, 무인자율주행 트랙터, 운송, 재활, 간호, 화재진압, 청소 등 다방면에서 로봇이 실용화되고 있다. 군인, 의료진, 기사, 농부, 소방관 등이 해야 할 일을 로봇이 대신하게 된 것이다. 특히 의료 분야에서 로봇의 활약은 괄목할만하다. 국제로봇협회(IFR)에 따르면 지난 2014년 세계적으로 4416대의 고령 및 장애인용 보조 로봇이 판매됐으며, 2015~18년 사이에 총 3만2500대가 판매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최근 중국 베이징의 용천사(龍泉寺)라는 절에서는 ‘센얼(賢二)’이라는 로봇스님이 등장해 큰 화제를 모았다. 로봇스님은 60cm 크기에 노란색 승복을 입은 동자승 모습을 띠고 있다. 지난해 국내에 책으로 소개됐던 ‘엉뚱 발랄 동자승 마음일기’(쉐청 지음)의 주인공이 모델이다. 이 로봇은 저명한 IT업계 종사자와 베이징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스님이 개발했다고 한다.

로봇스님이 흥미로운 것은 누군가 질문을 던지면 대답을 한다는 점이다. “일하기 싫어요.”(문) “굶어죽기 싫으면 괜찮은 일을 찾으세요. 열심히 일하세요.”(답),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요?”(문) “저의 스승께서 말씀하시길 우리 삶의 의미는 더 많은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을 찾도록 돕는 거라고 하시네요.”(답), “엄마가 자꾸 잔소리를 하는데요.”(문) “엄마는 어른이니 네가 참아라.”(답), “죽고 싶어요.”(문) “세상에서 당신이 가장 불쌍한 사람처럼 생각하지 마세요.”(답) 등등. 뉴욕타임스가 용천사 로봇스님을 ‘인공지능(AI)과 종교와의 만남’이라고 소개한 것처럼 센얼 스님은 사람들과 간단한 대화와 지시가 가능한 ‘세계 최초의 로봇스님’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전문영역과 달리 로봇스님이 활성화된다고 해서 스님이 아예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출가는 자신에게 주어진 생로병사의 실존적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결단의 측면이 크기 때문이다. 그렇더라도 출·재가자의 관계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은 확실하다. 알파고가 기존 바둑 기보 빅데이터를 승률에 따라 대입할 뿐 아니라 스스로 학습해서 상황을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적용한 것을 로봇스님도 갖춘다면 놀라운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남방불교의 니까야와 북방불교의 대장경을 비롯해 방대한 논서와 불교서적들에 대한 지식을 갖추는 것도 어렵지 않다. 여기에 심리학과 상담기법까지 갖춘 로봇스님이 등장한다면 대중설법은 물론 사람들이 겪는 고민들에 대해 그 어떤 스님 못지않게 더 불교적이고, 더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용천사를 찾는 사람들이 자그마한 센얼 스님의 모습과 답변에 신기해하는 수준이지만 언젠가 업그레이드된 후속 로봇스님에게 탄복하고 감동할 수 있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 이재형 국장
첨단산업인 인공지능기술의 발달은 불교계와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러한 기술력으로 탄생하는 로봇스님은 대중교화에 큰 영향을 줄 것이며, 기존 출가자와 재가자간의 관계 및 위상에도 큰 변화가 가져올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을 갖춘 선지식의 등장이 훗날 출가공동체에 어떤 영향을 줄지 추측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화가 될지, 복이 될지는 스님들을 비롯한 우리 불교계의 수준과 안목에 달려있음은 분명해 보인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44호 / 2016년 5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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