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시명출가(是名出家)

출가자 감소의 원인

이심중애(離心中愛) 시명사문(是名沙門), 불연세속(不戀世俗) 시명출가(是名出家). 이 내용은 ‘초발심자경문’ 중에서 원효 스님이 쓰신 ‘발심수행장’에 나오는 가르침이다. ‘초발심자경문’은 불문에 입문한 사미승이 가장 처음 배우는 책으로 보조국사 지눌 스님의 ‘계초심학인문’ 원효 스님의 ‘발심수행장’ 야운 스님의 ‘자경문’ 등 3편으로 구성돼 있다. 원효 스님의 말씀을 풀이하면 “마음에서 애욕을 여읜 사람을 사문이라 이름하며, 세속의 일을 그리워하지 않는 것을 출가라 부른다”라는 뜻이다. 수행자의 자격과 출가의 의미를 이토록 단순 명쾌하게 설명한 것도 드물지 싶다. 이 말은 “가사장삼을 수했다고 해서 출가수행자인 것이 아니고, 세간을 떠나 산사에 기거한다고 해서 또한 출가라 할 수는 없다”는 역설이기도 하다.

올해 들어 조계종이 출가를 독려하기 위한 다양한 이벤트를 추진하고 있다. 출가홍보 포스터를 제작해 배포하고 출가콘서트도 기획하고 있다. 출가상담사 스님들도 활동하고 있다. 갈수록 줄고 있는 출가자 감소에 따른 고육지책이다. 조계종 교육원에 따르면 매년 300여명 이상이었던 출가자가 2005년을 기점으로 200명 아래로 줄었다. 급기야 지난해부터는 200명 이하로 떨어져 출가자 감소가 당장 발등의 불이 됐다. 불교미래사회연구소는 올해 1월 설문조사 분석을 통해 “2044년 조계종 출가자 수는 21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출가자 감소는 곧 한국불교의 위기다. 전등(傳燈)의 빛이 힘을 잃고 궁극에는 한국불교의 단멸을 불러올 것이다.

출가자 감소 원인에 대해 여러 가지 해석이 있다. 종교에 무관심한 젊은 세대를 탓하기도 하고 출산율 저하를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청년실업과 양극화로 인한 고통이 사회전반을 짓누르고 있다. 고통의 크기와 넓이가 과거에 비해 오히려 증폭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고해의 바다를 헤매면서도 선뜻 출가의 길을 선택하지 못하는 것은 불교가 희망을 주지 못해서다. 청빈과 맑은 수행으로 출가사문의 길을 걸어가는 스님들이 드물기 때문이다. 물이 맑아지면 물고기는 저절로 찾아오는 법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44호 / 2016년 5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