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옥시와 인드라망
5. 옥시와 인드라망
  • 최원형
  • 승인 2016.05.16 12:3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화학 제품으로 위생적인 생활이 정말 가능할까

새들은 푸른 하늘을 날고 냇물은 푸른 벌판을 달리는 5월이다. 녹음이 짙어지고 아이들이 자라는 5월이기도 하다. 어린이날을 시작으로 어버이날, 입양의 날, 세계가정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 관련한 날들이 5월 달력에는 촘촘히 들어있다. 이런 5월을 1년 가운데 가장 끔찍하게 지낼 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점점 많아지고 있다. 세월호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이 그렇고 최근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가족들이 또한 그렇다. 5년 전에 벌어졌던 가습기 피해사례는 현재 사망자가 239명, 피해자가 1528명이다. 전쟁이나 천재지변이 발생한 것도 아닌데 어떻게 이런 숫자가 가능할까? 야만의 사회인가? 버젓이 가게에서 파는 물건을 그것도 가족이 건강하길 바라며 사용했던 물건으로 인해 가족을 영영 떠나보내거나 평생을 고통 속에 살도록 만들다니. 더 기막힌 건 이렇듯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는데 책임지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다. 며칠 전 가장 많은 사상자를 낸 옥시 대표가 5년 만에야 겨우 사과를 했다. 피해자 가족모임이 지난해 본사가 있는 영국에도 갔지만 끄떡도 하지 않던 자들이 불매운동이 번지자 부리나케 나와 기자회견하는 모습은 가증스럽기까지 했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올해 5월 가정의 달을 가습기 살균제가 파괴한 피해가정 추모의 달로 정했다. 어린 자식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가는 모습을 뻔히 보면서도 속수무책이었던 부모는 평생을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매달고 살 것이다.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갈 가족을 지켜봐야 하는 이들의 비통함은 또 얼마나 클 것인가.

세월호·가습기 살균제 피해 등
가정의 달 5월 가슴 아픈 기간돼
생활 속 화학제품 인식 변화 필요
인드라망 이치 깨닫는 계기되길

그들의 슬픔에 공명하면서 어서 그 아픔이 덜어질 수 있길 기원한다. 한편 바람이 하나 생겼다. 이번 가습기 살균제가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을 계기로 그동안 일상생활에서 별생각 없이 쓰던 화학제품들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언제부턴가 ‘깨끗하게, 향기롭게, 편리하게’ 그리고 ‘위생적’으로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려왔던 게 아닌가 싶다. 그렇게 깨끗하고 향기롭고 위생적으로 사는 것이 화학제품 사용으로 정말 가능한 건지에 대해선 별다른 의심이 없기도 했다. 특히 위생이라는 것은 자발적인 욕구라기보다는 외부의 끊임없는 세뇌 덕분에 생겨났을 가능성이 크다. 사스, 신종 플루 그리고 최근 메르스 사태까지 세균의 공포는 지나칠 만큼 우리에게 무한 반복되고 있다. 비누로만 씻어도 위생에는 문제가 없던 손 씻기가 언제부턴가 세정제를 쓰도록 강요받고 있었다. 그러니 그 성분이 어떤 것인지도 모른 채 가족 건강을 위해 구입하게 되는 거다. 가습기 살균제 역시 그 맥락에서 사용했을 터다. 사람에게 치명적일 거라는 보고서 내용을 무시한 채 제품을 출시했던 기업의 윤리는 새삼 거론할 가치도 없지만, 실제 우리는 왜 의심 없이 이러한 화학제품들을 쉽게 쓰고 있을까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 과학에 대해 맹목적으로 신뢰하는 건 아닐까.

‘빨래 끝~’으로 유명했던 옥시 제품은 검고 얼룩진 옷을 희게 빨아주는 거로 인기가 높았다. 그렇다면 희게 빨아주고 난 그 물은 어디로 갈까? 내 옷은 깨끗해졌을지 몰라도 흘러 흘러 강과 바다로 간 그 물은 보다 많은 생물들에게 피해를 줄 거라는 데까지 생각이 미친다면 상황은 좀 달라지지 않을까? 잡냄새와 악취를 다 잡아줘서 늘 향기로운 공간으로 만들어주는 방향제는 과연 우리 몸 안에 들어가서도 향기로운 존재일까? 그렇게 향기를 뿜는 성분은 대부분이 인공향이다. 분자구조를 바꾸어 향을 내는 그 물질들이 우리 몸에 들어가서는 암을 일으킨다는 보도는 늘 있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이러한 사실을 간과하거나 알아도 불쾌한 냄새보다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특히 세균에 대해서는 오해가 참 많은 것 같다. 세균은 무조건 박멸의 대상일까? 박테리아(세균)는 우리의 오랜 조상이다. 지구상에 가장 먼저 등장한 생물군이 바로 세균이다. 단세포 세균은 진화의 과정을 통해 다세포 생물 속으로 들어왔다. 우리 몸에 사는 세균, 바이러스, 곰팡이는 무려 100조 마리가 넘는다. 인체의 부위마다 서식하는 미생물의 종류도 다르다. 우리와 함께 진화를 거듭한 이러한 미생물이 없었다면 우리의 존재 또한 상상할 수 없다. 박테리아가 하는 발효를 통해 인류의 식탁은 풍성해졌다. 김치, 치즈, 요구르트 등이 다 이러한 세균들 덕분이다.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은 경계해야 하나 본질적으로 우리의 존재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까지도 다 연결되어 있어서 그들과 도움을 주고받을 때 비로소 가능한 것이다. 옷이 좀 얼룩져도, 덜 하얘도, 더러 청국장 냄새가 집안에 며칠씩 가도 그걸 견디는 것이야말로 인드라망의 이치를 확연히 깨치는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44호 / 2016년 5월 1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0 / 40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