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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도량 참배하며 5년간에 걸친 53기도도량 순례 불퇴전 발원

108산사순례기도회 중국 오대산 성지순례

▲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은 문수성지 중국 오대산 첫 순례도량으로 벽산사에 들었다. 이날 인도 룸비니에서 채화한 평화의 불이 벽산사에 분등됐다.

“원컨대 저에게 해탈의 문을 열어주시고 뒤바뀐 헛된 생각을 멀리 떠나 기필코 해탈의 문을 열게 하소서.” 선재동자의 발원은 간절했다. 문수보살은 자비로운 눈으로 말했다. “깨달음의 높은 뜻을 일으켜 선지식을 구하고 보현행원을 닦아 마침내 성불에 이르라.” 이에 선재동자가 금강(金剛) 같은 불퇴전의 발심으로 53명의 선지식을 찾아 기나긴 구도의 길을 떠났다. 그리고 마침내 해탈의 문을 열었다.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의 구도 여정은 치열하면서도 아름답다. 한 줄기 빛처럼 해탈의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어쩌면 그것은 깨달음의 문턱에서 서성이는 불자들을 위한 부처님의 한량없는 자비였을 것이다.

120여명 화엄행자들 참여
오대산 유일 총림 벽산사
‘룸비니 평화의 불’ 분등

자장율사 갔던 구법의 길
되짚으며 문수도량 친견

몰아치는 눈보라 무릅쓰고
중대 꼭대기 연교사 참배

대라정 1080계단 내려오며
선재동자의 구법수행 발원

간절한 마음으로 선재동자의 길을 발원한 이들이 있다. 선묵혜자 스님과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순례기도회(회주 선묵혜자) 화엄행자들이다. 지난해 9년간에 걸친 인고의 108산사순례를 끝내고 올해 53기도도량 순례를 새롭게 발원했다. 108산사순례가 보시와 인욕의 길이었다면 53기도도량 순례는 불퇴전의 발심으로 걷는 해탈의 여정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는 5월22일 4박 5일의 일정으로 중국 오대산으로 향했다. 선재동자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발심해 53선지식을 찾아 구도의 여정을 떠났듯 53기도도량 순례를 발원한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 또한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서다.

▲ 오대산 벽산사 평화의 불 분등 모습.

중국 산서성(山西省)에 위치한 오대산은 불자들에게 문수보살이 1만 대중과 상주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금강지, 불공, 무착 스님과 같은 뛰어난 선지식들이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깨달음의 문을 열었던 곳이며, 신라 자장율사가 문수보살을 참배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머나먼 구법의 길을 떠났던 곳이다.

오대산 드넓은 품은 문수보살 친견을 발원한 구법승들의 발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다. 그래서 골마다 문수보살에 얽힌 전설과 설화가 구름처럼 펼쳐져 있다. 이런 이유로 지금도 120여개의 사찰이 문수보살을 모시고 깨달음의 길을 구하고 있다. 108산사순례기도회의 첫 번째 참배지는 벽산사(碧山寺)였다. 벽산사는 중국의 3대 계단(戒壇)이 있는 곳으로 오대산 유일의 총림이다. 하늘에서 꽃처럼 비가 내리는 도량에 푸른 소나무 두 그루 서 있는 길을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 120여명이 기러기처럼 줄을 지어 걸었다. 네팔 룸비니에서 채화해 온 평화의 불이 앞장섰다.

신라 자장율사가 이곳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부처님 진신사리를 한반도에 모셔 온 지 1400년. 그러나 이제 세월을 거슬러 한국의 불자들이 인도 룸비니에서 모셔온 평화의 불을 중국 오대산 문수성지에 분등(分燈)하는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장엄한 육법공양과 함께 진행된 분등식에는 문수보살의 친견을 서원하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의 발원이 담겼다. 회주 선묵혜자 스님은 “문수보살을 친견하고자 하는 간절함으로 우리는 이곳에 왔다. 문수보살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앞에 몰록 나타날지 알 수 없으니, 깨끗하고 맑은 마음으로 오로지 문수보살을 친견해 해탈하겠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순례에 임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벽산사에 분등한 평화의 불은 모든 중생의 행복과 평화를 바랐던 부처님의 마음이니 타오르는 불꽃처럼 우리 또한 세계 평화를 위해 열심히 정진하자”고 말했다.

벽산사 방장을 대신해 분등식에 참석한 벽산사 감원 이산(오대산 불교협회 부회장) 스님은 “불교에서는 발보리심이 중요하다. 모든 수행의 시작은 발심인데, 이토록 장한 발심으로 오대산에 오신 불자들을 만나니 한량없이 좋다. 불보살의 가피가 함께 할 것”이라고 화답했다. 또 “이렇게 부처님 탄생지 룸비니에서 채화해온 평화의 불을 분등하게 돼 너무나 감개무량하다”고 덧붙였다. 선묵혜자 스님은 상호우정의 상징으로 백제금동대향로를 전달했고, 힘겹게 추운 겨울을 나는 벽산사 스님들을 위해 내의 100여벌을 선물했다.

평화의 불 분등을 마친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은 오대산 중대 연교사를 향했다. 문수보살이 동자의 모습으로 나투는 유동문수(孺童文殊)를 모신 곳이다. 오대산 다섯 봉우리는 각 문수보살이 다양한 모습으로 모셔져 있다. 동대 총명문수(東臺聰明文殊), 북대 무구문수(北臺無垢文殊), 중대 유동문수(中臺孺童文殊), 남대 지혜문수(南臺智慧文殊), 서대 사자후문수(西臺獅子吼文殊)가 그것이다.

중대 연교사는 자장율사가 신라를 떠나 목숨을 걸고 문수보살을 친견하기 위해 나섰던 그 길에 있다. 자장 스님은 중대 인근의 태화지에서 7일 동안 목숨을 건 기도를 올렸고 결국 문수보살을 친견한 뒤 부처님의 진신사리와 가사를 받아 고국으로 돌아왔다.

▲ 눈보라를 헤치고 중대 연교사에 오르다.

연교사로 오르는 길은 험난했다. 쉽게 길을 허락하지 않았다. 날씨가 수시로 바뀌고 무엇보다 2936m 중대 정상에 위치한 까닭에 험하기 이를 데 없다. 비포장의 좁은 산길 옆으로는 천 길 낭떠러지가 입을 벌리고 있다. 5월 끝자락임에도 눈보라가 몰아쳐 길이 보이지 않았다. 모두가 만류하는 그 길을 신심(信心)으로 달렸다. 문수보살이 반드시 가피를 내릴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입으로 마음으로 수없이 문수보살을 독송했다. 마침내 연교사에 도착했다. 그러나 제대로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몰아치는 눈보라에 몸이 절로 나부꼈다. 기어코 문수전에 들어가 유동문수를 친견하니, 절로 힘이 났다. 험난함과 힘겨움 속에서 가야 할 길은 또렷했다. 경계가 어려울수록 마음은 고요했다. 힘겹게 문수보살을 친견하고 내려오는 길은 비단길이었다. 눈보라는 그치고 햇볕이 났다. 아마도 문수보살의 가피였을 것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은 오대산 골골을 참배했다. 금빛 찬란한 보살정을 참배하고 1900년의 역사를 지닌 현통사를 방문했다. 문수보살의 머리카락 사리를 모셨다는 현탑사에서의 탑돌이는 한없이 지극했다. 순례 내내 하늘에는 일심광명 무지개가 떴다. 

▲ 중국 운강석굴 입구에서 기도 정진하는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

10여 곳의 사찰을 참배한 뒤 대라정에 올랐다. 오대의 문수보살을 모두 친견하고자 했던 청나라 건륭제가 수차례 오대산에 왔지만 비바람과 폭설로 오대에는 오르지 못하고 애를 태우며 머물렀던 그곳이다. 건륭제는 대라정 주지에게 3년 후에 돌아 올테니 그때는 반드시 오대에 모셔진 문수보살을 친견하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황제의 당부는 곧 명령이었다. 결국 주지는 사미의 지혜를 빌려 오대에 있는 부처님을 모두 복제해 대라정에 봉안했다. 견륭제는 해마다 이곳 대라정을 방문해 문수보살을 친견했다.

대라정은 수많은 순례객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아마도 오대를 오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서일 것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은 대라정에 올라 다섯 분의 문수보살을 친견한 뒤 케이블카를 마다하고 1080개의 계단을 한발 한발 걸어 내려왔다. 다리가 풀려 쉽게 내려가기 힘든 그 계단을 세계 각지의 불자들이 삼보일배 오체투지로 오르고 있었다. 온몸에 먼지와 땀을 뒤집어쓰고 숨을 몰아쉬며 오르는 그들의 모습에 절로 숙연해졌다. 그들의 장한 신심에 마음에서 발심이 뭉클거렸다.

힘겹게 내려온 1080계단 끝자락에 선재동(善材洞)이 보였다. 청나라 순치제가 황위를 버리고 출가했다는 사찰이다. 순치황제의 출가시가 적힌 고졸한 사찰안에 작은 편액이 놓여있다. 유구필응(有求必應). “지극한 마음으로 구함이 있으면 반드시 응할 것이다”라는 말이다. 아마도 5년에 걸쳐 53기도도량을 순례하게 될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에게 내리는 문수보살의 가르침일 것이다.

▲ 아름다운 조각으로 유명한 용천사 참배.

선묵혜자 스님은 순례 내내 인도 쿠시나가라에서 모셔온 부처님 진신사리를 가슴에 품고 있었다. 진신사리는 부처님의 상징이지만 마침내 부처님이 될 미래의 우리이기도 하다. 그래서 53기도도량 순례를 통해 반드시 성불하겠다는 서원의 증표였다. 오대산은 4계절을 모두 담고 있었다. 눈 쌓인 설산과 바람 몰아치는 계곡. 뜨거운 태양. 어쩌면 이 모든 것이 조변석개하는 우리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변화무쌍한 그 변화 속에 문수보살은 자비로운 미소를 짓고 우리를 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문수보살을 친견했는가?” 5년간 가야 할 53기도도량 순례 여정에서 108산사순례기도회 화엄행자들이 끊임없이 자신을 다그쳐야 할 질문이다.

중국 오대산=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45호 / 2016년 6월 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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