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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 단오와 사찰음식 이야기

기자명 김유신

단오제는 불교와 밀접한 연관
불교의 제호탕 대표 절기음식

단오는 여름을 대표하는 절기로서 겨울을 상징하는 동지와 더불어 대구(對句)가 되는 명절이다.

동짓달로부터 기산하면 음력 5월은 7번째 달이니 12지로 보면 오(午)에 해당되기에 오(午)를 썼고 초닷새를 뜻하는 오(五)와 음도 같아 중의적으로 쓰였다. 5월5일처럼 양수가 겹치는 것을 중양(重陽)이라 하였고, 1월1일, 3월3일, 7월7일, 9월9일 등이 모두 해당되는데 각기 고유한 이름을 지니고 있어 9월9일만을 중양절로 여기기도 한다.

단오는 1년 중 가장 양기가 강한 때라 하여 단양(端陽), 달리 천중가절(天中佳節)이라고도 하였으며, 우리말로는 귀하고 으뜸 되는 날이라 하여‘수릿날’이라 하였다. 단오에 해먹는 수레바퀴모양의 ‘수리취떡’에서 단오의 원래 이름이 남아있다. 단오를 언제부터 기려왔는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나라는 삼국시대 때부터 기록이 전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풍속으로는 단오부채 나눠주기, 단오첩(端午帖), 그네뛰기, 씨름, 창포물로 머리감기, 석전(石戰), 단오부적, 대추나무 시집보내기 등이 있다. 단오부채는 시원하게 여름나기를 바라는 풍속으로 동짓날 달력 나눠주기와 더불어 ‘하선동력(夏扇冬曆)’이라고 하였다. 단오첩은 입춘첩과 마찬가지로 단오를 맞이하여 좋은 글귀로 소재영복(消災迎福)을 기원하는 것을 말하는데 조선 정조 임금님 때에는 ‘부모은중경’ 게송으로 단오첩을 대신하기도 했다.

단오를 기리는 대표적인 의례로는 중요무형문화재 13호이자 유네스코 지정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지정된 ‘강릉 단오제’와 ‘원효성사 탄생다례제’가 봉행되고 있는 ‘경산 자인 한장군(韓將軍)놀이’, 마라난타존자의 불교전래를 기념하는 ‘영광 법성포 단오제’ 등을 들 수 있다. 그런데 모두 불교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한편 사찰에서는 단오가 되면 도량의 안녕을 기원하는 산신제 등을 지내기도 했는데 해인사의 소금 묻기나 범어사가 있는 금정산의 ‘고모당제’를 들 수 있다. 단오의 대표절식으로는 수리취떡과 더불어 ‘제호탕(醍醐湯)’을 들 수 있다. ‘동국세시기’에 단오가 되면 궁궐의 “내의원(內醫院)에서 제호탕을 만들어 바친다.

또 옥추단(玉樞丹)도 만들어 금박으로 싸서 바친다”고 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제호탕은 매실을 연기불로 쬐어서 검게 만든 오매(烏梅)와 사인(砂仁)·백단향(白檀香)·초과(草果) 등으로 만든 청량음료제를 말한다.

본래 제호는 불교에서 비롯된 말로 ‘대반열반경’권32에 보면 “수다원이나 사다함이 일부분의 번뇌를 끊은 불성은 젖(乳)과 같고, 아나함의 불성은 타락(酪)과 같고, 아라한은 생소(生酥)와 같고, 벽지불로부터 10주 보살까지는 숙소(熟酥)와 같고, 여래의 불성은 제호(醍醐)와 같으니라” 하여 가장 수승한 깨달음의 경지를 비유할 때 쓰이던 말이다.

두보(杜甫)의 ‘대운사찬공방(大雲寺贊公房)’이란 시에 “제호장발성(醍醐長發性) 음식과부쇠(飮食過扶衰)”라고 하여 제호탕의 효용과 본디 제호의 의미를 더불어 절묘하게 표현한 경우도 있다. 제호의 제(醍)는 ‘맑은 술 제’, 호(醐)는 ‘우락(牛酪, 버터) 더껑이 호’이니 우유를 가공해서 유(乳), 낙(酪), 생소(生酥), 숙소(熟酥), 제호의 단계로 바뀌어 가는 모습을 아주 잘 표현한 말이라고 하겠다.

제호는 원어로 ‘ghee’ 혹은 ‘manda’라고 하는데 버터를 의미한다. 즉 우유를 응축한 버터를 다시 정제하여 맑은 액체로 만든 후 다시 이를 꿀처럼  농축시켜 굳힌 것을 말하는데 ‘제호탕’ 또한 여러 약재를 중탕으로 오랜 시간 고아서 고(膏)의 형태로 만든 것이니 그 만들어지는 과정과 완성된 형태가 비슷한 점을 알 수 있다. 더욱이 제호탕의 이로움과 시원한 맛은 곧 진리를 깨달은 열락(悅樂)에 비유될 수 있으니 단오의 제호탕에서 사찰음식의 본디 의미를 되새겨보게 된다.

김유신 한국불교문화사업단 발우공양 총괄부장 

 [1346호 / 2016년 6월 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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