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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관예우와 우리 국민의식

기자명 화령정사

전직 대통령에 관한 굵직한 사건들을 다루며 검사장으로 이름을 떨쳤던 홍만표 변호사가 부당변론에 수임료 탈세혐의로 검찰에 구속됐다. 뒤이어 여러 여죄들이 거론되고 있지만 벌써부터 조짐이 수상하다. 변호사 개업 5년 만에 수백억원을 벌었으며 현재 홍 변호사가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부동산이 오피스텔과 상가 등 117채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기껏 수임료 10억원에 대한 탈세혐의로 구속됐으니 전례로 보건데 처벌은 그다지 중하지 않을 것 같다.

이렇게 보는 이유는 우리나라 법이 자질구레한 범죄에는 호된 징벌을 내리지만 국민의 공분을 살만한 대형 부정사건에는 대개 가벼운 처벌로 끝났기 때문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괜히 만들어졌겠는가? 더구나 홍 변호사는 법조계에 발이 넓다고 하니 그동안 번 돈을 뿌리면서 구명운동을 한다면 가벼운 징벌로 끝날 공산이 크다. 그와 이래저래 얽힌 사람들도 보신을 위해 가능하면 사건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내 몰 것이다. 이 사건과 오버랩 되면서 가슴을 저미게 하는 것은 서울 구의역 스크린도어를 홀로 정비하다 사망한 19살 김군의 어머니가 기자회견에서 했던 말이다.

“우리 아이를 기르면서 책임감이 강하고 떳떳하고 반듯하라고 가르쳤습니다. 하지만 둘째 아이에게는 절대 그렇게 가르치며 키우지 않겠습니다. 우리 사회는 책임감이 강하고 지시를 잘 따르는 사람에게 개죽음만 남을 뿐입니다. 첫째를 그렇게 키운 것이 미칠 듯이 후회됩니다.”

김군의 어머니가 오죽 원통했으면 이런 말을 했을까. 기득권 세력이 사회에 빨대를 꽂고 엄청난 부와 권력을 누리는 동안, 밥 먹을 시간도 없어 컵라면을 먹어가면서 직분에 충실했던 아들이 사고사한 것에 대한 피눈물의 절규였던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성실한 변호사이기 이전에 돈 맛을 알아버리고 타락한 홍 변호사에게만 책임을 물을 일이 아니다. 그가 서민들은 감히 상상도 못할 돈을 단시간 내에 벌어들인 것이 단지 홍 변호사 한 사람의 힘으로만 가능했을까? 여기에는 전관예우라는 법조계의 뿌리 깊은 부조리가 있었으며, 전관예우에는 현관들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 또한 말을 안 해도 다 아는 사실이다.

군부독재 타도를 외치며 민주화를 위해 수많은 열사들이 고초를 겪고 사회정의를 외치며 숱한 지사들이 더 나은 사회를 위해 떨쳐나선 결과 사회의 구석구석이 정화의 흉내라도 내었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법조계만은 변함없이 자기들만의 커넥션을 구축하며 권력과 부를 누리면서 외풍을 비껴갔다. 우리 서민들은 이 사회가 썩을 대로 썩어도 법조계만은 깨끗하게 남아 불의를 징벌하고 사회 정의를 바로 세워주기를 희망했지만 ‘사’짜가 된 사람, 이른바 판사, 검사, 변호사들을 허가된 도둑놈이라는 말로 조롱하는 것이 작금의 세태이다.

참여연대는 “검찰은 전 검사장 출신의 구속이라는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검찰 수뇌부를 포함해 전관비리 몸통에 대한 수사를 진행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것은 글자 그대로 ‘촉구’일 뿐이다. 몸통 수사라는 것이 과거의 경우로 보건데 거의 불가능하다. 검찰을 포함한 법조계가 자기 살을 도려내며 자정 노력을 할 만큼 성숙했다면 이런 사건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 사건의 몸통을 밝히려면 검찰 수뇌부부터 조사해야 하고 그밖에 법조계, 정치권도 같이 조사해야 하지만 그런 일은 발생하기 어려울 것이다. 구태의연한 제 식구 감싸기, 꼬리 자르기 등등 우리 귀에 익숙한 말로 이번 사건도 기껏해야 홍만표 한 사람의 부정으로 마무리 될 것이고 그것도 아주 가벼운 처벌로 끝날 것이다. 이런 못 볼꼴을 더 이상 보지 않으려면 먼 훗날 우리 국민의 의식이 아주 성숙해져서 법조계의 정의로운 활동을 칭송하고 부패의 천한 악습을 경멸할 수 있을 때나 가능할 것이다. 슬프지만 그게 현실이다.

화령정사 총지종 교육원장·철학박사 padmalee@hanmail.net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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