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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생 인연서 비롯된 세상 모든 존재

기자명 원빈 스님
  • 세심청심
  • 입력 2016.06.13 11:04
  • 수정 2016.06.13 11:05
  • 댓글 0

한국사회에 스님들의 글이 널리 읽히기 시작한 데에는 법정스님의 저작이 큰 영향을 미쳤다. 독서를 취미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치고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읽지 않은 이들은 거의 없고 ‘일기일회(一期一會)’라는 법문집의 제목은 한국인들이 사랑하는 성어로 손꼽힌다.

이 순간 인연은 내 생에 한번
일상 속 모든 이가전생 부모
어떤 존재든 늘 성심껏 대하면
우리들 삶도 따뜻하게 변화돼

끊임없이 이어지는 지금 이 순간,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 인연이 되는 존재들은 내 생에 단 한 번 밖에 주어지지 않는 소중한 기회다. ‘다음에 잘해야지’는 착각일 뿐이다. 결코, 다음에 지금 이 순간과 같은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인연이 되는 모든 순간에 어떤 존재든 일기일회의 마음으로 성심을 다해 대한다면 우리들의 삶이 얼마나 따뜻하고 행복해질까?

‘증일아함경’의 선지식품에서 담마루치라는 부처님의 제자가 자신의 전생에 대한 명상을 하며 지내고 있었다. 어느 날 그는 부처님을 찾아뵈러 갔는데 부처님께서 그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며 반갑게 맞아주셨다.

“참 오랜만에 보는구나.”

담마루치가 최근에도 부처님과 왕래를 했었기에 주변의 제자들은 오랜만이라는 말씀이 의아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 담마루치와 본인과의 전생 인연담을 말씀해주셨다. 가장 최근에 찾아온 순간의 담마루치는 현생에 인연된 제자였다면 전생에 대한 명상을 하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의 담마루치는 전생에 부처님의 친구인 담마루치였던 것이다. 그러니 수 없는 생이 지난 후 다시 만난 전생의 도반에게 ‘참 오랜만에 보는구나.’라는 표현은 전혀 어색하지 않은 인사가 된다.

부처님께서는 큰 슬픔에 빠진 이들을 위해 설법하실 때 이 표현을 자주 사용하셨다.

“그대가 무수한 전생을 살아가며 흘린 눈물은 저 바다보다 많다.”

얼마나 많은 삶을 살았으면 흘린 눈물의 양이 바다보다 많을까? 말 그대로 무한한 삶을 살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한한 삶을 사는 동안 그 삶이 시작될 수 있도록 인연된 부모 역시 무한히 많지 않을까? 만약 우리에게 무한한 부모가 있었다는 점을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거대한 사고의 전환을 경험할 수 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주변을 둘러보라. 혹시 누군가 있다면 놀라지 말라. 그 사람이 바로 당신 전생의 부모였다. 혹시 놀란 상태에서 다시 누군가가 나타났는가? 놀라지 말라. 그 사람도 당신의 전생 부모였다. 우리가 일상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전생에 나의 소중한 부모였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우리는 무한한 전생을 살았고, 그동안 무한한 부모와 인연이 맺어졌기 때문이다.

나를 세상에 태어나도록 해줬고, 몸과 마음의 성장을 뒷받침해줬으며, 지금도 역시 자식을 위해 헌신하시는 그 부모님의 은혜를 생각해보라. 우리가 만나는 그 모든 사람이 이렇게 은혜로웠던 부모라는 점을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은혜를 당연히 은혜로 갚아야 하지 않겠는가? 매 순간 인연되는 모든 사람에게 우리는 성의를 다해야 한다. 전생의 부모님을 일기일회의 마음가짐으로 대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 원빈 스님
행복명상 지도법사
오늘 대중교통에서, 직장에서 만나는 사람들 모두 우리에게 소중한 은혜를 베풀었던 전생의 인연들이다. 우리가 이 가설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순간, 그들에게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은 상식이 된다. 그리고 이러한 당위성은 일기일회의 태도를 우리 삶에 품는데 있어 강력한 구원군이 될 수 있다.

그 모든 존재가 나에게 은혜를 베푼 소중한 전생 인연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받아들여 삶을 따뜻하게 바꾸는 멋진 불자가 되기를 기원한다.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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