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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가죽 제품 적게 쓰기

산 생명 함부로 해치지 않겠다는 실천운동

 
“어린 소의 가죽이라 아주 부드럽고 매끈한….”

가방 등 가죽 제품 인기
어린 동물 살생 부추겨
가죽 대신 에코백 사용
불살생계 지키는 초석

유명 브랜드의 가방이나 지갑, 신발 등을 홍보하는 문구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설명이다. 심지어 어떤 브랜드는 이 지갑에 사용된 가죽의 동물은 어디에서 태어났는지, 생후 몇 개월이 지났는지, 성별 등 도축 현장을 그대로 옮기다시피 세밀하게 기록하면서 제품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소나 양의 가죽은 어리면 부드러워 좋고 나이가 들면 질기고 튼튼해서 좋다는 식의 표현들은 어느덧 쇼핑 상식처럼 통하는 것이 세간의 일상이 됐다.

섬유 기술은 이 같은 가죽 선호 패션에 한 술을 더 든다. 마치 소가죽처럼, 양가죽처럼, 뱀가죽처럼 표범의 무늬처럼 만든 합성 피혁과 섬유가 천연 가죽과 더불어 인기 몰이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더 ‘가죽 같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기술의 발전은 오늘날 가죽으로 만든 가방과 지갑, 신발이 공식처럼 자리 잡은 현실을 대변한다.

물론 다수의 불자들은 복장에 대한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지 않더라도 사찰을 향할 때 웬만해선 모피, 가죽으로 만들어진 외투를 입진 않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이는 ‘불살생(不殺生)’, 즉 ‘살아 있는 것은 죽이지 않는다’라는 불교의 오계 가운데 가장 으뜸이 되는 계율이 알게 모르게 마음속에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대중문화로 깊숙이 자리 잡은 가죽 가방, 지갑, 신발에 대해서는 아직 불살생 계율을 적용하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은 불자들이 빼곡히 자리한 법당에만 가서 보더라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과거에는 죽은 동물의 가죽은 하나의 재산이었다. 귀하게 여기고 대대로 물려주며 다양한 생필품을 만들어 가보로 삼았다. 그렇다고 해서 결코 가죽 물건을 만들기 위해 일부러 살아있는 동물을 죽이는 경우는 없었다. 오늘날은 상황이 다르다. 더 고급스러운 가죽 제품을 만드는 데 혈안이 된 기업들은 멀쩡하게 살아있는 어린 송아지의 생명을 물질화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채식에 관심을 갖고 일상에서 채식을 생활화하려는 채식주의 연예인들이 모피코트 반대 캠페인에 동참하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고용석 한국채식문화원장은 “채식을 한다는 것은 매끼 자비로운 식사를 통해 거대한 죽음의 쳇바퀴에 대한 알아차림을 이어가는 것이다. 생명의 착취가 상품화되는 현실에서 가죽 제품을 쓰지 않는 것 또한 채식과 똑같은 자비심의 실천”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생명 속에 깃든 영성을 회복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며 “가죽제품을 쓰지 않는 운동은 채식을 통해 생명의 존엄성을 구현하는 불교계가 꼭 함께 전개해야 할 운동”이라고 덧붙였다.

가죽 제품 사용을 줄이는 데 관심을 가진 불자들에 따르면 최근 가죽이 아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평소 채식에 관심을 가진 30대 한 직장인 불자는 최근 사용하는 모든 가방을 이른바 에코백, 천으로 된 가방으로 바꿨다. 그는 “채식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가죽 지갑을 들고 다닌다는 것이 스스로 맞지 않다는 판단이 들었다. 불교용품점에 가서 천으로 된 지갑을 골랐고 주변에도 종종 천 지갑을 선물하곤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평소 사용하는 물건들을 따져보니 상당히 많은 것이 가죽으로 되어 있었다”고 진단하며 “가죽 제품을 친환경적인 물건으로 바꾸기로 결심하면 의외로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 요즘은 일반 매장에도 친환경적인 소재의 물건이 다양하고 리사이클링 제품도 사고 싶게 만드는 물건이 많다”고 소개했다. 

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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