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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음주

기자명 일창 스님

온전한 정신 갖추지 못해 출세간법 증득 어려워

곡식으로 만든 술(surā, 곡주)이나 꽃과 과일 등으로 만든 술(meraya, 화과주), 그리고 취하게 하고 방일하게 하는 것의 원인이 되는 것들(majjappamādaṭṭhāna)인 마약 등을 마시는 것이 음주다. 이 음주 악행의 구성요소에는 네 가지가 있다.

‘술’이라고 인식 못했어도
마시면 ‘음주행위’가 성립
게으르고 부끄러움을 몰라
다른 악행 쉽게 범하게 돼

‘취기종류 마실의도 행위해서 들어가면 음주업의 네요소뿐 악업전은 업궤도돼.’

먼저 ‘취기종류’란 곡주나 화과주, 또는 취하게 하는 마약 등이 포함된다. ‘마실의도’라는 구절은 마시려는 의도가 있을 때만 악행이 성립한다는 뜻이다. 그냥 입을 벌리고 있는데 다른 이가 술을 부은 경우는 음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인식’이라는 구성요소가 없다는 것이다. 즉 포도주를 포도주스라 인식하고 마신 경우도 음주에 해당된다. ‘행위’에는 마시는 것도 포함되고 마약의 경우 주사를 놓는 행위도 해당된다. 그리고 마시거나 주사를 맞아서 체내로 들어가면 음주가 성립된다. 하지만 요리할 때 냄새를 없애기 위해 넣은 경우는 요리 도중에 취하게 하는 성분이 증발되기 때문에 그 음식을 먹는다 하더라도 음주에 해당되지 않는다.

이러한 네 가지 구성요소를 다 갖추면 거짓말과 마찬가지로 단지 계만 무너질 뿐이고 업궤도에는 해당되지 않아 사악처까지 태어나게 하지는 않는다. 다른 악행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 음주만 사악처까지 태어나게 한다. 그렇지만 잠, 음행과 함께 만족하지 못하는 세 가지 중 하나에 해당되고, 계가 무너지며, 또한 이어서 설명할 여러 가지 나쁜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만큼 음주를 삼가야한다.

음주를 하면 그 과보로 지옥 등의 사악처에 태어나고 설령 사람으로 태어난다 하더라도 온전한 정신을 갖추지 못한다. 또한 적당한 기회를 알지 못하고 게으르고 방일하고 도덕적으로 부끄러워함이나 두려워함이 없게 되고 은혜를 모르고 다른 모든 악행들을 쉽게 범하게 된다.

‘음주하면 적당기회 알지못해 게으르고 방일해져 부끄러움 두려움이 없게되고은혜몰라 모든악행 쉽게행해 삼감반대.’

하지만 경전에 설해진 열 가지 악행에 음주가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허물이 없다고 말하기도 한다. 전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제일 허물이 크다고까지 할 수 있다. 무엇 때문인가? 다른 악행들, 예를 들어 살생의 제일 경미한 과보는 수명이 짧은 것이다. 도둑질의 제일 경미한 과보는 재산이 적은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사람으로 태어나서 수명이 짧거나 재산이 적더라도 정신은 온전하기 때문에 법문을 듣고 수행을 실천하여 세간의 이익, 출세간의 이익을 누릴 수는 있다.

하지만 지나친 음주의 과보로 사람으로 태어났을 때 온전한 정신을 갖추지 못한다면 보시 등의 선법을 통해 천상에는 태어날 수 있어도 출세간법들을 증득하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제일 허물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과거 바라나시국의 한 왕은 고기 없이는 음식을 먹지 않았다고 한다. 마침 그날은 포살날이어서 성 내에 새로 도살하여 나오는 고기가 없기 때문에 요리사가 전날 미리 고기를 준비해 두었다. 하지만 왕실에서 키우던 개가 그 고기를 물고 가버렸다. 요리사는 연회를 즐기던 왕의 주안상을 고기 없이 올렸다. 이미 술이 거나하게 취한 왕은 그 사실을 알게 되자 자신의 무릎에 두었던 어린 왕자를 요리사에게 던지며 이것으로 요리를 해오도록 시켰다. 왕의 명령으로 어쩔 수 없이 요리사는 왕자를 죽여 고기 안주를 올렸다. 다음날 술이 깬 왕은 왕자를 찾았고, 왕비로부터 어제의 일을 알게 되자 크게 뉘우치며 흙을 집어 얼굴에 부비면서 ‘윤회에서 벗어날 때까지 절대로 술을 마시지 않겠다’고 결의를 했고, 그 결의대로 마지막 생에 아라한이 되어 반열반에 들 때까지 단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그 왕은 바로 사리뿟따 존자의 과거생이었다. 사랑하는 아들조차 죽게 하는 음주, 그 허물을 잘 알아 삼가야 한다.

일창 스님 녹원정사 지도법사 nibbaana@hanmail.net

[1347호 / 2016년 6월 1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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