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허당 스님 ‘생명의 축제’전
벨기에 ‘샤또 데 라해’화랑
6월 18-19일 이틀간 20점30여 년 동안 ‘생명’을 그려 온 허허당 스님이 벨기에 리에주프로방스(Province de Liege)의 샤또 데 라해(Chateau de Rahier) 화랑에서 ‘생명의 축제전’을 갖는다. 전시될 작품은 ‘홀로 선 자’, ‘우산을 든 사람’, ‘사막을 누비는 개미들’, ‘비무장지대를 허무는 개미들’ 등 20여점.
작품 ‘홀로선 자’는 당당함과 고독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다. 한 송이 꽃, 밤 하늘 은하수도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의미 있다고 했다. 내 생명 꿋꿋하게 지키고 있어야만 꽃향기 맡을 수 있고, 밤 하늘의 별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허당 스님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없다”며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까지 정진해야 한다. 고독을 안고 걸어야 할 길이다.
‘개미들’시리즈가 인상적이다. 특히 ‘비무장지대를 허무는 개미들’이 압권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상징하는 비무장지대. 그 곳은 남과 북의 사람 누구도 들어서서는 안 되는 땅이다. 수많은 개미들이 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왜 가는 걸까? 아! 철조망이 보인다. 개미들은 차갑게 내려쳐진 철조망을 갉아먹고 있다. 오만과 탐욕이 쌓아 놓은 벽, 극단의 갈등이 쳐 놓은 철조망은 반드시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평화의 땅에서 생명은 더 빛날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는 듯하다.
그동안 동자승과 새를 선보인 허허당 스님은 2015년부터 화폭에 개미를 등장시켰다고 한다.
“새는 제가 있는 곳 어디에도 있었습니다. 도시, 시골, 아프리카, 유럽 어디에 서 있어도 새는 늘 제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허공 속 자유’를 일깨워 준 도반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 무릎에 올라 온 개미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순간 마음이 출렁거렸습니다. 아, 개미들도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며 생명이라는 기적을 키워가고 있었구나!”발 밑에, 무릎에, 때로는 머리위로도 올라왔던 개미였다. 새에 비해 덩치도 작고, 그들이 내는 소리도 듣지 못하니 도반이라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새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늘 대화를 나누려 했던 도반은 다름 아닌 개미였다. 그의 도반 개미들은 이제 제 스스로 존재 가치를 깨닫고는 평화 메시지를 등에 지고 뜨거운 사막 위를 걸어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허허당 스님은 현재 유럽에 체류하고 있다. 수 많은 개미들을 화폭에 담는 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병을 얻고 말았다. 7개월 투병 끝에 ‘이대로 누워만 있을 수 없다’며 침상을 박차고 나와 20점의 그림을 말아 걸망에 넣고는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 중 벨기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현지인 호제(Roger Schyns) 앞에 그림을 펼쳐 놓고는 생명의 존귀함을 역설했다. 그림에 감동한 호제가 화랑에 연락했고, 화랑측은 회의를 거듭한 결과 허허당 스님의 전시를 6월 16일 전격 결정했다.만행중인 관계로 한 화랑에서 오랫동안 전시를 할 수 없는 허허당 스님은 벨기에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영국으로 날아가 런던 버킹검궁전 앞에서 ‘길 위의 전시회’도 열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인연이 닿는다면 루브르박물관 앞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생명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눠보겠는 의지를 품고 있다.
개미를 소재로 한 대작도 있다고 하니 귀국 후의 국내 전시가 기다려진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348호 / 2016년 6월 22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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