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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평화’ 메시지 등에 진 개미 지중해를 건너다

  • 문화
  • 입력 2016.06.17 17:43
  • 수정 2016.06.17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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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당 스님 ‘생명의 축제’전
벨기에 ‘샤또 데 라해’화랑
6월 18-19일 이틀간 20점

▲ '홀로 선 자'
30여 년 동안 ‘생명’을 그려 온 허허당 스님이 벨기에 리에주프로방스(Province de Liege)의 샤또 데 라해(Chateau de Rahier) 화랑에서 ‘생명의 축제전’을 갖는다. 전시될 작품은 ‘홀로 선 자’, ‘우산을 든 사람’, ‘사막을 누비는 개미들’, ‘비무장지대를 허무는 개미들’ 등 20여점.
작품 ‘홀로선 자’는 당당함과 고독을 동시에 발산하고 있다. 한 송이 꽃, 밤 하늘 은하수도 자신이 살아 있을 때 의미 있다고 했다. 내 생명 꿋꿋하게 지키고 있어야만 꽃향기 맡을 수 있고, 밤 하늘의 별도 감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허허당 스님은 “살아 있는 것만으로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할 수 없다”며 “‘내가 누구인지’ 스스로 물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렇다면 스스로 던진 물음에 대한 답을 얻기 까지 정진해야 한다. 고독을 안고 걸어야 할 길이다.

▲ 비무장 지대를 허무는 개미들

“지금 이 땅에 서 있는 자신의 존재 가치를 스스로 터득한다면 우주도 한 손에 움켜쥘 수 있습니다. 고독하지만 당당하게 걸어야 할 여정입니다. 그 길 끝에 이르면 자신이 그려 낸 ‘홀로 선 자’를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개미들’시리즈가 인상적이다. 특히 ‘비무장지대를 허무는 개미들’이 압권이다.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를 상징하는 비무장지대. 그 곳은 남과 북의 사람 누구도 들어서서는 안 되는 땅이다. 수많은 개미들이 그 곳으로 향하고 있다. 왜 가는 걸까? 아! 철조망이 보인다. 개미들은 차갑게 내려쳐진 철조망을 갉아먹고 있다. 오만과 탐욕이 쌓아 놓은 벽, 극단의 갈등이 쳐 놓은 철조망은 반드시 무너져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평화의 땅에서 생명은 더 빛날 것이라는 의미가 함축돼 있는 듯하다.
그동안 동자승과 새를 선보인 허허당 스님은 2015년부터 화폭에 개미를 등장시켰다고 한다.
“새는 제가 있는 곳 어디에도 있었습니다. 도시, 시골, 아프리카, 유럽 어디에 서 있어도 새는 늘 제 머리 위를 날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허공 속 자유’를 일깨워 준 도반이었습니다. 어느 날, 제 무릎에 올라 온 개미 한 마리를 보았습니다. 순간 마음이 출렁거렸습니다. 아, 개미들도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가며 생명이라는 기적을 키워가고 있었구나!”
▲ 사막을 누비는 개미들
발 밑에, 무릎에, 때로는 머리위로도 올라왔던 개미였다. 새에 비해 덩치도 작고, 그들이 내는 소리도 듣지 못하니 도반이라 인식할 수 없었던 것이다. 새보다 더 가까이 다가와 늘 대화를 나누려 했던 도반은 다름 아닌 개미였다. 그의 도반 개미들은 이제 제 스스로 존재 가치를 깨닫고는 평화 메시지를 등에 지고 뜨거운 사막 위를 걸어 지중해를 건너고 있다.
허허당 스님은 현재 유럽에 체류하고 있다. 수 많은 개미들을 화폭에 담는 일에 너무 집중한 나머지 병을 얻고 말았다. 7개월 투병 끝에 ‘이대로 누워만 있을 수 없다’며 침상을 박차고 나와 20점의 그림을 말아 걸망에 넣고는 유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여행 중 벨기에서 지인의 소개로 만난 현지인 호제(Roger Schyns) 앞에 그림을 펼쳐 놓고는 생명의 존귀함을 역설했다. 그림에 감동한 호제가 화랑에 연락했고, 화랑측은 회의를 거듭한 결과 허허당 스님의 전시를 6월 16일 전격 결정했다.
▲ 허허당 스님
만행중인 관계로 한 화랑에서 오랫동안 전시를 할 수 없는 허허당 스님은 벨기에 전시회가 끝나는 대로 영국으로 날아가 런던 버킹검궁전 앞에서 ‘길 위의 전시회’도 열어 볼 계획이라고 한다. 인연이 닿는다면 루브르박물관 앞에서도 자신의 작품을 선보이며 생명을 주제로 한 대화를 나눠보겠는 의지를 품고 있다.
개미를 소재로 한 대작도 있다고 하니 귀국 후의 국내 전시가 기다려진다.
 

채문기 상임논설위원 penshoot@beopbo.com

[1348호 / 2016년 6월 22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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