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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등해야 모두 건강하다

불평등은 사회적 병리현상
모두 불행하게 하는 원인
세금으로 빈부격자 줄여야

자유와 평등은 민주주의 양대 축이다. 그러나 오랜 세월 인류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자유를 내세워 평등을 짓밟거나 평등을 절대시함으로써 자유를 옭아맸다. 20세기 후반 신자유주의가 전 세계를 휩쓸면서 이제는 평등 개념 자체가 급속히 와해되고 있는 실정이다.

조계종 불교사회연구소가 6월15일 한국사회의 불평등과 종교의 역할을 되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논의됐 듯 한국의 소득분배 불균형은 대단히 심각하다. 일본, 유럽보다 훨씬 높고, 향후 미국처럼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롯데가의 형제들이 천문학적인 재산을 놓고 혈투를 벌일 때, 서울 구의역에서는 19살 비정규직 청년이 지하철에 치여 희생됐다. 그의 죽음은 덩그러니 남아있는 컵라면만큼이나 상징적이다. 또한 여성이라는 이유로 혐오와 살해의 대상이 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얼마나 차별에 익숙한 사회인지를 명확히 보여준다. 보다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더욱 확산되리라는 점이다.

사실 불평등은 사회적 병리현상이다. 차별하는 자와 차별받는 자를 모두 병들게 하기 때문이다. 남녀관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평등해야 건강하다’(리처드 윌킨스 지음)에는 윌리엄슨과 뵈머라는 학자가 국가 간 교차 연구를 통해 여성이 남성과 지위가 비슷한 사회일수록 남녀 모두 건강하다는 사실을 밝힌 내용이 소개돼 있다. 이 책에 따르면 위계서열이 심한 사회에서 남성은 여성보다 치열하게 싸워야 하고, 권력을 얻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이 과정에서 상처, 불안,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 쪽도 남성이다. 그 결과 남성의 폭력 수준이 높아지고, 차량추돌에서 성병까지 위험한 행동이 발생하는 빈도가 높아진다. 과도한 음주와 약물 복용뿐만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의 발병률이 높아지는 등 값비싼 비용을 치르게 된다고 말한다. 결론적으로 불평등의 문화는 난폭하고 공격적이며 마초적인 사회로 남녀모두를 불행하게 만든다는 것이다.

불평등의 근원적 해결 방법은 국가의 정책에서 찾을 수밖에 없다. 현재 보건 분야를 제외하면 OECD 국가들의 복지지출이 평균 30% 수준이지만 한국은 12.4%에 불과하다. 이러한 차이는 사회적 불평등을 초래하고, 여성혐오 범죄를 비롯한 온갖 갈등과 분노로 이어지고 있다.

‘디가니까야’의 ‘꾸따단따의 경’에서는 가난과 차별을 도둑질, 폭력, 증오 등과 같은 심각한 범죄의 원인으로 설명한다. 마하비지타라는 왕은 붓다의 전생이었던 왕립사제에게 범죄나 약탈없이 오랜 세월 이익과 행복을 누리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왕립사제는 이렇게 대답한다.

▲ 이재형 국장

 

“폐하의 나라에 경작이나 목축에 힘쓰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씨앗과 먹을 것을 제공하십시오. 상업에 힘쓰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자금을 제공하십시오. 공무에 힘쓰는 이들이 있다면 그들에게 임금을 제공하십시오. 그 사람들이 자신의 일에 종사하면 폐하의 나라를 해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왕국의 재산이 증가하고, 국토는 안정되어 나라에는 장애가 없고 억압이 없을 것입니다. 생각건대, 사람들은 기뻐하고 환희하며 가슴에 자식을 안고 춤을 추면서 빗장을 열고 살 것입니다.”

이곳이 바로 복지국가다. 한때 증세 없는 복지 얘기가 자주 언론에 회자됐다. 이는 구호에 불과하다. 북유럽이나 캐나다처럼 세금을 통해 빈부의 격차를 줄이는 것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해법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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