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산림은 대략 637만ha인데 이중 1%가 사찰림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전통사찰이 산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산과 밀접한 인연을 맺어 온 사찰이 최근 들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산림청이 2015년 9월 개정된 ‘국유림의 경영 및 관리에 관한 법’을 적용하는데 있어 사찰의 특수성을 제대로 감안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법의 핵심은 부득이하게 국유림을 점유하고 있는 당사자의 자진신고를 유도해 국유림 부당 점유에 대한 양성화를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따라서 당초 이 법이 세간에 알려졌을 때만해도 교계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전통사찰이 불가피하게 국유림 일부를 점유하고 있는 건 사실이다. 법망을 피한 점유가 아니다. 과거 측량기술의 낙후에서 비롯된 것이다. 국유림과 사찰림 경계를 규정할 수 있는 방법은 측량뿐인데, 측량에서 오차가 발생함에 따라 사찰이 국유림을 부득이하게 점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자신신고를 통해 국유림을 확보할 수 있다는 법령 개정에 교계는 충분히 공감했다.
개정법에는 ‘5만㎡ 이내의 국유림을 대부받아 5년 이상 사용한 경우 해당 국유림을 공유림 등과 교환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또 임시특례 조항에 따라 ‘종교용 시설부지 혹은 주거·농지 용도로 국유림을 10년 이상 점유해 온 자가 법 시행일로부터 2년 내 자진신고할 경우, 지목변경 등을 통한 합법적인 임대계약이 가능하다’고 규정했다. 한마디로 사찰이 점유하고 있는 국유림 일부를 자진신고 하면 그 산림을 취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산림청은 법 개정의 취지를 역행하고 있다. 일례로 국유림과 공유림의 교환과 매각은 외면한 채 ‘대부(임대)만 가능하다’는 입장만 고수하고 있다. 그냥 임대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이 또한 오산이다.
임대료 자체가 엄청나 변상금과 비등하고, 사안에 따라 변상금보다 더 높은 임대료를 납부해야 한다. 교환과 매각은 안 되고 오로지 임대만 가능하다면 교계 입장에서 볼 때 변상금이 임대료로 바뀌는 것과 다름 아니다. 어디 이 뿐인가? 임대할 경우 그에 따른 측량 비용은 모두 사찰 부담이다. 임대료를 받기 위한 산림청의 꼼수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법 시행 이후 국유림 점유로 변상금을 내고 있는 전통사찰 중 자신신고를 한 사찰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주거 및 농지 등의 다른 점유지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산림청이 파악한 무단점유지 1948건 가운데 단 7곳만이 자신신고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을 왜 개정했는지조차 분간하기 힘들 정도다.
사찰이 국유림을 점유하고 있거나, 자진신고를 통해 교환 또는 매입을 하려는 건 종교 고유의 불사 때문이다. 세간의 부동산 투기 일환이 아니란 뜻이다. 산림청은 이 점을 분명히 인식해 법을 적용해야 한다.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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