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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국회에 승복의 정치를 기대한다

작년 10월 31일 잠실 야구장에서 두산 베어스의 승리로 막을 내린 제15차 코리안 시리즈에서 삼성 라이언즈의 유중일 감독은 전국의 야구팬들에게 전에 없던 감동의 장면을 선사했다. 감독을 위시한 선수 전원이 일렬로 도열하여 승리한 두산 선수들을 박수로 축하했다. 이는 치열하게 싸운 후 깨끗하게 결과에 승복하는 스포츠 정신의 진수를 보여준 것이었다.

20대 총선은 야권의 분열로 새누리당이 과반수를 확보하는 것이 땅 짚고 헤엄치기일 거라는 예상과 달리 제2당으로 추락하는 충격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총선은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는 지극히 평범한 진리를 웅변으로 보여준 것이다. 새누리당은 승리가 보장되어있다는 자만심으로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고 혐오스러운 내분을 벌린 끝에 결국 국민에게 버림받고 말았다.

여소야대의 3당 정치체제로 정계가 개편되고 또 내년에 대선이 예정되어 앞으로 정국이 격랑 속에 휩쓸릴 가능성이 크다. 우리는 20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로 낙인찍힌 19대 국회와 달리 원만하게 운영되어 국리민복에 크게 기여하여 주기를 바라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19대 국회의 중요한 문제점을 짚어보고자 한다.

19대 국회가 역대 최악의 국회로 전락한 주된 원인은 그 비생산성에 있다. 18대 국회가 법안 1만 3000여 건을 처리한데 비해 19대 국회는 고작 8000여 건을 처리하는 데 그쳐 식물국회라라는 오명을 남겼다. 식물국회의 주범으로는 최루탄, 전기톱, 해머가 동원된 폭력이 난무하여 동물국회로 낙인된 18대 국회에 대한 심각한 반성의 취지로 그 임기말에 제정된 국회선진화법이 지목되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에 의하면 여야의 첨예한 쟁점 법안은 과반수보다 엄격한 재적의원의 3/5(180명) 이상이 동의해야 본 회의에 상정할 수 있다. 따라서 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하지 않는 한 야당이 반대하면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없으면 단 하나의 법률도 제정할 수 없게 된다. 이 법은 악용되어 19대 국회를 국정의 발목을 잡는 사상 최악의 식물국회로 만들고 말았다.

민주사회에서 의사 결정의 보편적인 원칙은 다수결주의이다. 다수결주의의 배경에는 집단의 구성원이 모두 동등하게 존엄하여 그들의 의사가 동등한 비중으로 존중되어야 한다는 이념이 있다. 집단 내의 분쟁은 투표를 통하여 해결하되 구성원 과반수의 의사가 결정되면 이견을 가진 소수는 이 결정에 승복해야 집단의 더 큰 이익이 보장된다. 다수결주의가 18대 국회에서 극소수의 몰지각한 폭력 의원들에 의해 파괴되어 선진화법이 제정된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폭력은 어떤 형태이건 불교에서 가장 큰 죄악으로 생각하는 살생(殺生)의 범주에 속하는 비열한 행위이다. 국회의원은 소위 선량(選良)으로 한 선거구를 대표하여 국정에 참여하는 인물이다. 비열한 폭력의원을 선량으로 뽑은 지역구 주민들은 이를 참으로 부끄럽게 생각해야 한다.

정당의 궁극적인 목표는 집권에 있다. 국민은 각 정당의 정강정책을 보고 선거를 통하여 여당에게 일정 기간 국정을 주도할 권한과 책임을 부여한다. 따라서 야당은 여당이 제출한 법안을 국회에서 활발하게 논의하여 국민에게 그들이 입장을 밝히고 다수결로 결정하면 된다. 악법이 통과되더라도 그 궁극적 책임은 여당을 만들어준 국민에게 있지, 야당에 있는 것이 아니다. 통과된 법이 악법이라면 이는 그들의 차기 집권을 도와줄 것이다. 굳이 선진화법으로 식물국회를 만들 필요가 없다.

새누리당의 국회선진화법 권한쟁의 심판청구가 지난 5월 26일 헌법재판소에서 각하된 채 20대 국회가 5월 30일 열렸다. 국민은 20대 국회가 유중일 삼성 라이언즈 감독이 코리언 시리즈에서 보여준 아름다운 승복의 정신으로 국민에게 감동의 정치를 펼쳐주길 바라고 있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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