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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빈그릇 실천’은 나와 이웃, 자연 살리는 토대

 
2011년 개봉한 영화 ‘인류멸망보고서’의 이야기는 주인공이 무심코 사과를 버리는 데서 시작한다. 주인공은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고 버린 곰팡이 핀 사과 하나 때문에 좀비가 된다. 물론 좀비가 되기까지는 많은 과정이 있다. 먹지 못하는 사과를 포함한 각종 음식물 쓰레기가 처리장으로 옮겨지고 가공을 통해 사료로 재탄생한다. 그 사료를 먹은 축산 농가 소들은 살이 쪄 도축되고 고깃덩어리는 식당으로 팔려나간다. 마침 손님으로 식당을 찾은 주인공은 소고기를 먹고 이름 모를 바이러스로 인해 결국 좀비로 변한다. 이후 가족에게도 바이러스가 확산되면서 서울 전체가 좀비 소굴로 변한다. 음식을 소중히 여기지 않았던 인간들은 원인불명 바이러스에 감염되며 오직 공격 본능밖에 남지 않은 좀비가 돼 거리를 뒤덮는다.

하루배출량, 1만5천톤
지구환경·경제 악영향
지렁이화분 등 활용해
음식물 쓰레기 최소화

영화는 음식의 소중함을 모르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쓴소리를 던지고 있다. 지금 우리 모습은 어떨까.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전국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는 하루 8톤 트럭 1880대 분량인 1만5075톤에 이른다. 이는 전체 생활 쓰레기 발생량의 31.6%에 해당한다. 푸짐한 상차림과 국물 음식을 즐기는 우리의 음식문화 등으로 우리가 낭비하는 음식물 쓰레기들은 날이 갈수록 늘어만 간다.

음식물 쓰레기는 지구 환경을 파괴하는 것뿐 아니라 경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일례로 우리나라 1300만 가정에서 일주일에 밥과 국 한 그릇을 버릴 경우 연간 2만1000톤의 에너지가 낭비된다. 처리비용도 만만치 않아 매년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 8000억원의 세금이 사라진다. 음식물쓰레기를 20%만 줄여도 연간 5조원의 사회·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하니 개인이 생활 속에서 음식을 어떻게 생각하고 다뤄야 하는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불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음식에 대해 철저함을 보였다. 출가 수행자의 상징인 가사와 발우가 정식으로 부처님 제자가 됐음을 의미하는 것도 그런 이유다. 발우는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자신이 필요한 만큼 먹되 절대 남기지 않는 청정한 정신이 깃든 비움의 미학이 담겨있다. 자연에 대한 고마움과 이를 만드는 이의 공덕을 헤아려 쌀 한 톨도 귀하게 대하며 싹싹 비워내는 발우공양 식사 자체를 하나의 수행으로 여기는 것이다.

불교계는 2000년대에 들어서 빈그릇운동을 전개해왔다. 발우공양 정신을 이어받은 빈그릇운동은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는 소박한 실천으로 환경을 살리고 지구 저편의 굶주리는 이웃을 살리는 ‘비움과 나눔’의 운동이다.

빈그릇운동은 음식을 남기지 않는 작은 실천으로부터 시작한다. 적당량을 만들어 먹을 만큼 덜어서 먹고, 적게 먹으면 욕구를 다스리고 마음이 평화로워진다는 이치다. 이렇게 적게 먹으면 어려운 이웃과 나누어 쓸 수 있으니 음식을 남기지 않는 작은 실천이 나를 살리고 이웃을 살리고 자연을 살릴 수 있는 실천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2004년 빈그릇운동을 이끌었던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은 “음식을 적당히 먹고 쓰레기 발생량을 최소화해 절약된 비용을 이웃에게 회향한다면 이것이 바로 부처님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삶”이라고 강조했다. 실천방안 중 하나로 지렁이 화분을 소개한 유 위원장은 “조리과정 중 발생한 껍질 등 생 쓰레기를 지렁이를 이용해 퇴비로 만들어 화분이나 텃밭에 사용하면 음식물쓰레기 없애기가 가능하다”며 “각 가정에서 지렁이 화분을 이용한다면 외부로 배출되는 음식물쓰레기가 완전히 제거되는 모습을 몸소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은호 기자 eunholic@beopbo.com
 

[1348호 / 2016년 6월 2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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