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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재지두이십분(春在枝頭已十分)

전기민영화, 국민의 재앙

연예인들의 추문기사가 풍년이다. 젊은 연예인의 성폭행 의혹이 불거지더니, 유명 여배우와 감독의 불륜이 인터넷을 장식하고 있다. 정부가 전기와 가스 민영화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유도하기 위해 연예인 기사를 양산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진실을 논외로 치더라도 정부는 실제 6월14일 전기·가스 판매의 민간개방을 골자로 하는 공공기관 기능조정 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공공기관이 독점해 온 전력 판매와 가스도입 도매 업무를 민간에서도 할 수 있도록 문을 열겠다는 것이다. 부실해지는 공공기관의 개혁은 물론 민간경쟁체제를 도입하면 요금이 내려갈 것이라 게 정부의 설명이다.

전기와 가스는 공기와 같은 존재다. 없으면 안 되는 공공재이다. 우리국민은 다른 나라와 비교해 저렴한 전기와 가스를 쓰고 있다. 국가가 가격을 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민간에 넘어가면 상황은 달라진다. 가격이 오를 개연성이 높다. 정부가 가격에 개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민간 기업에 가스 수입과 판매를 맡긴 일본의 경우 우리보다 3.4배가 넘는 요금을 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 무엇보다 전기와 가스 사업에 참여할 수 있는 자본을 갖춘 곳은 대기업뿐이다. 또 다른 대기업 특혜로 비칠 수 있다. 정부는 민간개방의 이유로 공공기관의 개혁을 거론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에서 보낸 낙하산 인사의 전횡과 사기극으로 끝난 해외자원개발 같은 황당한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개혁은 절로 이루어질 수 있다.

옛 스님이 지었다는 시에 이런 구절이 있다. 종일토록 봄을 찾아다녔지만 봄은 보지 못하고(盡日尋春不見春)/ 짚신이 해지도록 언덕 위 구름만 따라 다녔네(芒鞋遍踏隴頭雲)/ 돌아오니 매화가 활짝 피고 향내 가득하니(歸來笑然梅花臭)/ 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와 있구나(春在枝頭已十分).

봄은 이미 매화가지 위에 와 있다. 그런데 정부는 굳이 봄을 찾아 나서겠다고 강변하고 있다. 봄을 찾지 못하는 것으로 끝나면 좋으련만 국민에게서 봄을 빼앗을까 두렵다. 매화나무만 잘 관리하면 될 일을 굳이 사단을 만들고 있는 배경이 의심스럽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49호 / 2016년 6월 2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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