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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수많은 생각과 생각들을 항복받아

기자명 이미령

한마음으로 나아가도록 정진하라

믿음과 정성만 가졌다면 생사의 깊은 못도 건널 수 있다는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관세음보살에게도 그런 능력이 있음을 믿는다면 이제 우리가 할 일은 한 마음으로 그 분의 이름을 부르는 것입니다.

“한 마음으로 이름을 부른다.”

그 유명한 일심칭명(一心稱名)입니다.
여러분은 마음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많은 불자들에게 왜 불교를 믿느냐고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의 대부분은 “내 마음을 찾기 위해서”, “마음을 다스리기 위해서”입니다. 마음이 모든 일의 주인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마음의 정체는 무엇일까요? 경에는 마음에 대해 다양한 가르침을 주고 있지만 제 눈길을 끄는 구절은 좬증일아함경좭 제4권의 말씀입니다.

“나는 마음보다 빠른 어떤 법도 보지 못했다. 그것은 무엇으로도 비유할 수가 없다. 마치 원숭이가 나무를 탈 때 나뭇가지 하나를 놓으면 순간 다른 가지 하나를 얼른 잡는 것처럼 마음도 이와 같아서 앞생각과 뒷생각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어떤 방편으로도 모색할 수 없다. 마음은 정말 재빠르게 돌아다닌다. 그러므로 항상 마음을 항복받아서 착한 길로 나아가도록 공부해야 한다.”

나무를 타고 노니는 원숭이처럼 마음은 경계를 놓지 못합니다. 우리들 중생은 1초라도 마음 그 자체로서만 존재하지 못합니다. 언제나 마음에 뭔가를 그려놓거나 무엇인가에 마음을 붙들리고 있습니다.

법회 시작할 때에 언제나 입정(入定) 시간이 있습니다. 대체로 1분을 넘지 못하는 매우 짧은 순간이지요. 저는 항상 사람들에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입정 시간에 무슨 생각하셨습니까?”
정말 거의 모든 사람들이 대답을 못합니다. 너무나 많은 생각이 오갔기 때문입니다. 우리들의 마음, 우리들의 생각은 이렇게 분주합니다. 그런데 좥보문품좦에서는 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르라고 주문합니다.

천태대사 지의 스님은 『관음의소(觀音義疏)』에서 한마음을 일[事]과 이치[理]의 두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고 계십니다.
“만약 마음에 한 생각을 두고 생각생각이 계속 이어지면 다른 마음이 그 사이에 생기지 않으므로 한마음이라 부른다. (중략) 한 마음으로 귀의하고 기대어서 다시 다른 생각이 없는 것이다.”(일의 측면에서 본 한마음)

“마음은 도저히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사실에 통달하여 마음도 없고 생각도 없는 공의 지혜(空慧)와 상응하게 되면 이것은 곧 하나[一]라는 관념도 없고 마음이란 관념도 없게 된다. 소리의 모습이 공(空)임을 알게 되고 부르고 메아리치는 것이 진실이 아님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부르는 주체나 불리는 대상 모두 얻을 수 없음을 알게 되니 이것을 무칭(無稱)이라 한다.”(이치의 측면에서 본 한마음)

관세음보살이 반야심경에 등장하는 주인공임을 감안해보면 모든 것이 공(空)한 이치를 들어서 일심칭명을 설명하는 지의스님의 말씀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잡념도 파고들 수 없을 정도로 오로지 한 마음으로 관세음보살의 이름을 부른다는 말은 우리가 다음과 같은 생각들을 할 시간이 없다는 의미입니다.
‘지금 관세음보살을 부르면 날 살려줄까?’ ‘혹시 구제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지?’ ‘밑져야 본전이니 한번 불러나 볼까?’ ‘아직은 견딜 만 하니 조금 있어본 뒤에 칭명해야겠다.’

이런 여유를 부릴 시간 없이 목숨이 경각에 달린 다급한 그 순간 오직 관세음보살을 떠올리며 그 이름을 부를 수 있다면 그 사람은 구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이 부처님의 대답입니다.

이미령/동국역경원 역경위원 lmrcitt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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