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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사유상을 대하는 한일 인식의 차이

기자명 본각 스님
  • 기고
  • 입력 2016.07.04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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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수교 50주년을 기념해 5월24일~6월12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한일 국보 반가사유상의 만남’을 주제로 특별전이 열린데 이어 6월21일부터는 일본 도쿄국립박물관에서 전시가 진행됐다. 전시회 개막 하루 전인 20일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양국의 국보인 반가사유상에 대한 예경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예경행사를 바라보는 심정은 참으로 복잡했다. 일본 측 요청에 의한 종교적 예경의식을 허용한 반면 한국 측 불교계 요청은 거절당해야 했던 지난 5월23일의 기억이 다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본불교계가 반가사유상을 향해 헌다의식 등 예경의 극치를 다하는 동안 국보78호 금동반가사유상은 금줄 밖으로 내몰려 모두가 등을 돌리고 방치되었던 그날의 상황은 돌이켜 생각해도 불제자로서 부처님 전에 부끄럽기 그지없으며 대한민국 국민으로서도 도저히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도쿄국립박물관에서는 양국의 부처님에게 함께 예경의식이 이루어졌다. 최고의 다인이 정성을 다해 다린 차를 손님 격으로 오신 우리 금동반가사유상 앞에 먼저 올리는 모습을 보며 그 간 뭉쳐있던 마음 속 응어리가 일순간에 확 풀리는 느낌을 받았다.

도쿄국립박물관과 주구지를 비롯한 일본 측 관계자들은 이번 행사를 치루기 위하여 약 5년 전부터 학계와 정치계, 재계의 인사들까지 모여서 만반의 준비를 하였다고 한다. 철저한 준비와 더불어 주구지 측은 주지스님을 중심으로 예경의식 등 불상이 갖고 있는 본래의 정신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정성을 다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일본 불교계의 이러한 자세를 보며 우리에게도 큰 교훈을 던져주었다. 동시에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먼저 각성해야 할 부분은 박물관이 소유하고 있는 불상 또한 성보라는 점이다. 불상은 조성 당시부터 사찰에 모신 예경의 대상이었음이 분명하다. 비록 현재는 박물관에 소장돼 있다하더라도 불상이 지닌 최고의 가치는 종교적 신심의 결정체라는 점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불상이 어떠한 경로를 거쳐서 박물관에 소장되었는가에 대해서는 학술적 검토가 필요하다. 물론 소장하고 있는 박물관도 이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문화재 하나하나의 조성 경위와 전래에 대해 학술적으로 검토하고 조명하는 것은 문화재가 갖고 있는 본래의 가치와 의미를 밝히는 과정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려는 자세 또한 여기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다.

두 번째는 불상 등 성보에 대한 예경의식 등을 단순한 종교행위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불상을 조성한 근본정신으로 돌아가 보면 그 불상이 어디에 계시든 불상은 불상인 것이다. 그러한 불상에 대한 예경의식은 본래 깃들어 있던 고유의 가치를 극대화 시키는 과정이다. 불상이라는 외형의 문화재는 예경이라는 무형의 형식을 통해 성보라는 완성된 가치를 지니게 된다. 따라서 불상에 대한 예경요청은 당연히 허가해야 하며 주저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더구나 이번 한일 양국의 특별전과 같이 매우 예외적이고 특별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양국이 공동으로 기획한 전시에서 일본 측이 예경의식을 치르는 경우 우리나라의 불상만을 초라하게 만들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세 번째는 불교계의 대응 자세이다. 우리의 성보문화재가 다른 나라와 문화교류로 이동이 있을 때 관심을 갖고 살펴보는 일은 불교계의 몫이다. 성보문화재의 위상이 지켜질 수 있도록 우리 스스로 미리 교육하고 준비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우리는 국가 문화재의 절반 이상이 불교문화재라고 호언하면서도 정작 성보문화재에 대해 얼마만큼 애정을 갖고 있는가를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더 이상 남의 집 불구경하듯 바라만 보고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재청, 국립박물관 등 관련기관과의 긴밀한 논의와 협조 속에서 성보문화재에 대한 주인의식을 갖고 대응해 나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본각 스님 중앙승가대학교 교수 jbongak@daum.net
 

 [1350호 / 2016년 7월 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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