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 크라우드펀딩과 설판

대중 자발적 참여하는 제작방식
십시일반 나눔 정신 깃든 ‘설판’

“출판 전에 홍보하기, 출판 전에 판매하기….”

불서 출판에도 도입 필요
출판 전 홍보·판매 극대화
SNS로 권선인드라망 구현

무슨 의미인가? 출판을 위한 크라우드펀딩(crowd funding)의 장점들이다. 그 동안 책은 저자의 원고를 편집과 디자인, 인쇄와 제책 등 과정을 거쳐 크고 작은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나왔다. 그리고 출판사에서는 기자간담회, 저자와의 만남, 북 콘서트 등의 형식으로 저자와 독자가 직접 만나는 장을 열어왔다. 이 모든 작업은 책을 제작한 이후 진행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크라우드펀딩은 책 제작 이전에 기획단계에서 홍보해 제작비용과 독자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출판사 입장에서는 책의 판매와 수익 등 영업적인 가능성을 비교적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고 독자들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저자 또는 읽고 싶은 내용을 미리 알고 제작에 직접 참여하는 방식이라 의미 있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크라우드펀딩은 무엇일까? 먼저 어원을 살펴본다면 크라우드펀딩은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의미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을 조달한다는 의미의 ‘펀딩(funding)’을 합성한 말이다. 다시 말해 ‘대중으로부터 자금을 모은다’는 뜻으로, 소셜미디어나 인터넷 등의 매체를 활용해 자금을 모으는 투자 방식을 의미한다.

크라우드펀딩은 2000년대 초반 영화계에서 시작됐다. 제작비를 확보하지 못해 영화를 만들 수 없을 때 영화의 의미와 제작 방향에 관한 투자설명회를 열어 불특정 다수에게서 펀딩을 모금해 영화를 제작했던 것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최근 들어, 특히 출판계에서 주목하고 있다. 위에서 설명한 크라우드펀딩만의 장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 운영을 위한 전문사이트인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출판과 영상 등 문화콘텐츠의 펀딩성공률은 61.9%로, 다른 분야와 비교해 매우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실행하는 방식은 간단하다. 우선 크라우드펀딩의 운영을 위한 플랫폼에 책의 내용과 공익적 가치 등을 설명하는 프로젝트 페이지를 개설하고 일정기간 동안의 모금 목표액을 적어 공표한다. 그 다음은 동참자들에게 책의 내용과 의미를 설명하고 모금기간 중 사전에 약속한 선물을 보시한다. 이러한 내용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홍보하고 관련 내용을 업데이트하면서 불특정 다수에 대한 홍보와 권선(勸善)의 효과를 높여나가면 된다.

크라우드펀딩의 모금 방식에는 불자들에게 매우 친숙한 보시바라밀과 십시일반 나눔의 공덕이 함축되어 있다. 기실 불교계에서는 부처님 재세 시부터 오늘날까지 크라우드펀딩의 방식과 비슷한 십시일반 나눔으로 법회와 불사를 봉행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설판(設辦)은 불자들 고유의 크라우드펀딩이 아닐까 한다. 설판은 사찰에서 봉행하는 기도와 법회, 불공, 불사 등을 불자들에게 상세히 설명하고 동참할 것을 권선하는 나눔의 방식이다. 설판을 권선이라고도 부르는 까닭은 자신만 법회와 불사에 동참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주변에 있는 불자들에게도 선업(善業)을 지을 수 있도록 동참을 권유해 공덕의 탑을 함께 쌓을 수 있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에 동참한 사람들이 SNS를 통해 펀딩의 내용을 공유하고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은 설판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불교계에서도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불서를 만들기 위해 크라우드펀딩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불자들 혹은 일반 대중들이 십시일반 나눔을 실천하고 인연 공덕을 쌓을 수 있는 보시바라밀의 시대적 변화가 바로 크라우드펀딩이기 때문이다.

아직 불교계 출판사 중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불서를 제작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재정적 기반이 약한 불교계 출판사의 경우 부담스러운 제작비 확보와 불서에 대한 홍보를 보다 적극으로 할 수 있기에 크라우드펀딩 방식으로 책을 제작해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남배현 모과나무 대표 nba7108@beopbo.com
 

[1352호 / 2016년 7월 2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