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7. 키워드 만들기와 스토리텔링 ②

설법엔 시의·주변성 등 청중 삶 투영돼야

“물은 물결이 일지 않으면 스스로 고요하고, 거울은 흐르지 않으면 스스로 맑다. 마음도 이와 같아서 흐린 것을 버리면 맑음이 저절로 나타날 것이요, 즐거움도 구태여 찾지 말 것이니 괴로움을 버리면 즐거움이 저절로 있을 것이다” ‘채근담’의 이야기다. 삶도 부처도 모두 마음에서 비롯돼 마음으로 갈무리된다. ‘마음’으로 키워드를 정했다면, 주제를 어떻게 끌고갈지 고민한다. 스토리텔링 길라잡이에 따라 청중의 관심과 설득효과가 달라진다. ‘마음’ 키워드는 쉽게 와 닿지만 설명이 어려운 명사다. 사전적 풀이는 ‘사람이 본래부터 지닌 성격이나 품성’ ‘사람이 다른 사람이나 사물에 대하여 감정, 의지, 생각 따위를 느끼거나 일으키는 작용이나 태도’ ‘사람이 사물의 옳고 그름이나 좋고 나쁨을 판단하는 심리나 심성의 바탕’이다. 사전풀이부터 어렵다는 느낌이다. 그만큼 ‘마음’은 무한한 공간을 보듬은 단어다.

문맥 정리, 독서·체험과 비례
독창성 원하면 메모 습관돼야

일단 주제를 더 좁혀나가자.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정리한 후 결론을 향하는 키워드를 개발하자. ‘마음’은 기쁨과 슬픔, 분노와 즐거움, 희망과 절망을 넘나드는데 한 끗 차이로 달라진다. 이런 마음을 다시 좁히면 ‘긍정과 부정’의 차이로 귀결된다. 다시 구체적인 설법방향을 정한다면, 가꾸어야 할 마음과 버려야 할 마음으로 구분된다. 어느 쪽에 비중을 둘 것인가? 청중 분위기와 시대정신에 따라 달라진다. 스토리는 청중의 삶을 투영한다. 이것이 시의성과 주변성이다. 현재의 이야기, 청중 삶의 반경에서 소재를 찾아 사례 중심으로 삶의 이정표를 제시해야 한다.

그럼 가꾸어야 할 마음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사랑과 행복, 감사와 겸손, 친절과 배려, 희생과 봉사, 금욕과 청빈, 인내와 용기, 능력과 열정, 근면과 성실, 명예와 모범, 참회와 깨달음, 진실과 경청, 신뢰와 예의, 사색과 명상 등 무수하다. 버려야 할 마음으로는 교만과 자만, 근심과 절망, 무관심과 미움, 복수와 배신, 대립과 갈등, 멸시와 경계, 분노와 폭력, 불만과 불평, 탐욕과 욕망, 허영과 허세, 방종과 패권, 원한과 악행, 우울과 번뇌, 자괴감과 후회 등을 들 수 있다.

이런 키워드 정리와 문맥을 정리하는 기술은 거듭 독서와 체험이 뒷받침돼야 한다. 그런 것을 메모하는 습관이 몸에 밸 때 나만의 설법경전 혹은 설법도서관을 갖출 수 있다. 그런 독창적인 자료보관소를 가질 때 자유자재로 검색하여 소재를 골라 쓸 수 있다. 다시 ‘마음’의 연관 키워드를 찾아 스토리텔링으로 연결해보자. ‘사랑과 행복’으로 정했다면, 최근 미디어를 통해 전해진 교황이야기를 예로 들어 보겠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4월24일 바티칸에서 열린 ‘청소년을 위한 자비의 희년’ 행사에서 “행복은 값이 매겨져 있지 않아 살 수도 팔수도 없다”며 “행복은 스마트폰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이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또 “앱을 아무리 최신으로 업데이트하더라도 사랑 안에서의 자유와 위엄을 얻을 수는 없다”라고 말했다. 교황의 메시지는 미디어를 통해 지구촌으로 퍼졌다. 청소년이 사용하는 일상의 스마트폰과 또래 감성을 자극하는 비유법을 활용했고, 종교 색채를 드러내지 않으면서 진정한 수행실천이 무엇인지를 보여줌으로써 세계인의 공감을 불러왔다.

그리스 철학자 데모크리토스는 “행복과 불행은 마음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영국 철학자 실러는 “인간의 마음가짐이 곧 행복”이라고 말했다. 행복(happiness)의 어원은 ‘happen’, ‘일어난다’는 뜻이다. 외부에서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서 우러난다는 것이다. 행복한 마음이 우러날 때 마음도 행복에 겹고 그래서 얼굴에 저절로 미소를 짓는다. 소크라테스는 “나는 욕심을 가장 적게 가졌기에 행복과 친해졌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마음의 대가인 부처님은 무엇이라고 했던가? “모든 것은 이 마음에 있으며 저 마음에 있다”고 했다. 이 마음은 탐욕과 집착이요, 저 마음은 언어표현 이전의 통찰과 수련으로 말미암은 마음이다. 이 마음이든 저 마음이든 본디 아무 것도 없었던 그 마음(허심)이 진정한 마음이라고 했다. 그렇게 ‘마음’을 부처님 말씀으로 이어가는 것이다.

박상건 동국대 겸임교수 pass386@hanmail.net
 


[1353호 / 2016년 7월 2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

저작권자 © 불교언론 법보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광고문의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매체정보

  • 서울특별시 종로구 종로 19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A동 1501호
  • 대표전화 : 02-725-7010
  • 팩스 : 02-725-7017
  • 법인명 : ㈜법보신문사
  • 제호 : 불교언론 법보신문
  • 등록번호 : 서울 다 07229
  • 등록일 : 2005-11-29
  • 발행일 : 2005-11-29
  • 발행인 : 이재형
  • 편집인 : 남수연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재형
불교언론 법보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