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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계, 삼계탕 공양 말아야

삼계탕은 보신탕과 더불어 여름을 대표하는 보양식으로 꼽힌다. 삼계탕의 주재료인 닭고기는 고단백, 저지방이라 하여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다. 세계인의 입맛에 맞춘 삼계탕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채소삼계탕, 그린(녹차, 녹두)삼계탕, 매운해물삼계탕, 버섯삼계탕 등도 선보였다. 삼계탕의 세계화 노력으로 지난해에 일본, 미국, 대만 등지에 2196톤의 삼계탕을 수출했으며, 지난 6월말에는 중국의 검역·위생 장벽을 뚫고 한국의 삼계탕 20톤이 처음으로 산둥성에 도착했다. 농식품부, 식약처, 육계협회 등은 삼계탕으로 대륙의 입맛까지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국내서 매년 10억 마리 닭 도축
불경에 “육식, 자비종자 끊는 일”
‘삼계탕 공양’은 반불교적 행위

이러다보니 국내에서 생산되는 닭들로는 크게 부족하다. 닭고기 수입량도 점차 늘어 지난해 우리나라에 수입된 닭고기 절단육(다리, 가슴, 날개 등 부분육) 등이 9만4992톤에 이른다. 이를 축산물 단위 기준에 따라 환산하면 8000만 마리가 넘는 수치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한 해 얼마나 많은 닭들이 인간의 입맛을 위해 죽어가고 있을까. 농림축산검역본부의 최근 도축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작년에 죽임을 당한 닭이 무려 9억6696만 마리다. 이것을 365일로 나누면 매일 265만 마리의 닭이 우리 땅 어딘가에서 죽어가는 셈이다. 올 상반기에 도축된 닭이 지난해보다 7.4% 상승한 점을 감안하며 연말까지 10억 마리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모든 가축들이 그렇지만 닭 역시 타고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수컷으로 태어난 병아리들은 분쇄기 등에 던져지는 등 대부분 곧바로 죽는다고 한다. 수컷은 알을 낳지 못할 뿐 아니라 고기로 이익을 남길 만큼 성장이 빠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살아남은 닭들의 운명은 더욱 비참하다. 서로 쪼지 못하도록 부리가 제거되고 평생 비좁은 하우스와 철망 속에서 오직 달걀과 고기 생산만을 위해 존재한다. 자연 상태에서 20여년을 살 수 있는 수많은 닭들이 불과 4~5달 만에 생을 마감한다. 새하얀 닭고기가 랩에 싸여 마트에 전시되기까지 닭들의 엄청난 고통과 비애가 도사리고 있는 것이다.

‘법구경’에서 부처님은 “모든 생명은 폭력을 두려워하고 죽음을 두려워한다. 그러므로 내가 나를 대하듯 온 존재를 존중하라”고 강조했다. 대승경전인 ‘범망경’ ‘능엄경’ ‘능가경’ 등에서도 살생과 육식은 돌이킬 수 없는 악업을 낳아 윤회를 벗어날 수 없게 한다고 했으며, 특히 ‘입능가경’에서는 “육식은 자비종자를 끊는 일”이라고까지 경고하고 있다.

▲ 이재형 국장

 

몇 년 전부터 불교계에는 예전 같으면 상상도 못할 풍경이 연출되고는 한다. 불교단체나 불교시설에서 어르신들을 공양한다며 삼계탕을 내놓는 것이다. 심지어 스님이 직접 삼계탕을 나눠주는 모습도 종종 등장한다. 1950~60년대 조계종의 정화 명분은 ‘전통불교 회복’ ‘불법에 육식과 대처가 없다’는 슬로건이었다. 그것은 승가의 이념에 벗어날 뿐 아니라 상대를 윤회의 바다에 빠뜨리고 자비종자를 끊는 일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의도라도 부처님 가르침에 어긋난다면 불교인으로 해야 할 일은 아니다. 그 어느 때보다 더운 요즘, 불자라면 삼계탕이 아닌 사찰음식을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각종 성인병 예방에 좋을 뿐 아니라 극도의 고통 속에 놓여있는 생명들의 울부짖음도 그치도록 하는데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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