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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과 사성제

기자명 심원 스님
  • 법보시론
  • 입력 2016.08.08 14:00
  • 수정 2016.08.08 14:03
  • 댓글 0

지구촌 축제인 올림픽 소식에 연일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그런데 불과 몇 달 전, 올림픽보다 훨씬 더 강력하게 사람들의 이목을 빼앗은 사건이 있었으니,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의 바둑대결이 그것이다. 바둑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흰돌 검은돌이 가로 세로 19줄의 바둑판에 놓여질 때 온 나라가 숨죽이며 바라보았다. 인간이 자신이 만든 인공지능에 의해 지배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과 함께.

나도 5번의 대국을 끝까지 지켜보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알파고를 탄생시킨 디지털 문명의 작동원리는 무엇일까? 또 불교적 관점은 어떠해야 할까?

그간에 밀쳐 두었던 그 생각을 꺼내어 이렇게 정리해 본다.

‘사성제는 메타 알고리즘(meta-algorithm)이다’

알고리즘은 9세기의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무함마드 이븐 무사 알콰리즈미(Muh.ammad ibn Mūsā al-Khwārizmī, 콰리즈미 마을에 살던 모세의 아들인 무함마드)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으로, ‘주어진 상황에서 문제해결을 위해 분명한 결과를 이끌어 내는 순수한 논리적 과정’을 뜻하는 수학용어다. 컴퓨터 프로그램의 작업도가 대표적인 알고리즘이다.

수학 역사상 가장 아름답고 유명하다는 유클리드의 ‘최대공약수 공식’에서부터 알파고와 같은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알고리즘은 진화에 진화를 거듭해서 어느 결엔가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다.

돈을 넣으면 선택한 음료수와 거스름돈을 함께 배출하는 음료수 자판기, 거리와 구간을 정확하게 합산하여 요금을 표시하는 교통카드, 다양한 검색 기능을 갖춘 인터넷 검색 사이트 등,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에 이르기까지 모두 정교한 알고리즘으로 프로그래밍 되어 있다.

그래서 명령이 주어지면 짜여진 프로그램에 의해 결과를 산출해 내는 것이다.누군가의 표현대로 우리는 이미 ‘거대한 알고리즘의 체계’ 속에 살고 있으며, 현대 사회는 ‘알고리즘에 의해 조합되는 사회’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비단 디지털 영역뿐 아니라 사회제도 곳곳에서도 알고리즘이 작동한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는 대학입시제도, 의료보험제도, 사회복지제도, 재난구조매뉴얼, 그리고 저 멀리 미국의 독특한 선거제도 등등. 국가와 사회를 경영하고 관리하는 모든 제도가 알고리즘을 토대로 형성되어 있다.

그런데 사성제가 왜 메타 알고리즘인가?

그것을 넘어서 그것을 조망하는 것이 ‘메타’의 의미인데, 사성제는 알고리즘 너머에서 알고리즘을 조망하는, ‘알고리즘에 대한 알고리즘’이기 때문이다.

사성제는 부처님의 초전법륜에서 시작되어 모든 가르침을 관통하는 교설의 형식적 구조틀이다. 부조리한 인간 현실 문제에 대한 자각인 고성제에서 출발한 사성제는, 고통의 소멸인 멸성제를 지향한다. 차안과 피안이 설정된 것이다. 그리고 그 중간에 차안에서 피안으로 데려다 줄 뗏목인 다양한 수행도가 도성제로써 제시된다. 부처님 일대 시교인 경장과 아비달마 논장들이 모두 이러한 형식 구조로 되어 있다.

입력에서 출력까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절차나 방법’이 알고리즘이라면 집성제와 도성제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입력의 앞에는 ‘현안 문제’인 고성제가, 출력의 종결점에는 멸성제가 자리한다. 수학과 불교라는 전혀 다른 분야에서 나온 알고리즘과 사성제가 참 많이 닮았다.

그런데 알고리즘이 잘못 작동되면 SF영화에서 보듯 인간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위협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 때문에 ‘있음(1)’과 ‘없음(0)’으로 구성된 냉정한 알고리즘이 ‘너와 나, 우리 사회, 나아가 법계중생 모두가 행복한 세상을 구현’하는데 기여하게 하려면 올바른 가치가 부여되어야 한다. 메타 알고리즘이 요청되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사성제이다.

디지털문명은 인류로 하여금 일찍이 없었던 풍요로운 혜택을 누리게 해주었다.

미래에도 지혜롭게 공존하길 희망하며, 메타 알고리즘으로서의 사성제 교설에 다시 한 번 주목한다.

심원 스님 중앙승가대 강사 chsimwon@snu.ac.kr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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