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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토, 그리움의 불교

“사리불이여, 어떤 사람이 아미타불의 세계에 가서 나기를 이미 발원하였거나 지금 발원하거나 혹은 장차 발원한다면, 그는 바른 깨달음에서 물러나지 않고, 그 세계에 벌써 났거나 지금 나거나 혹은 장차 날 것이다. 그러므로 신심이 있는 선남자 선여인은 마땅히 극락세계에 가서 나기를 발원해야 할 것이다.”(‘아미타경’)

지난 2년여 동안 우리 집에 계시던 장모님이 얼마 전 돌아가셨다. 병원에서 숨길이 멎자 의사가 시계를 보고 시각을 알리며 사망을 선언했다. 97년에 걸친 이 사바세계와의 인연이 다한 것이다. 딸은 떠난 어머니의 시신을 붙들고 내생에서 꼭 다시 만나자고 오열했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괴로움(愛別離苦)’이다. 내생에 다시 만날 수 있는 길이 있을까?

죽음만큼 인생에서 중요한 일이 있을까? 싯다르타 태자는 어느 날 사위성 궁궐 밖에서 죽은 사람을 화장하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동행한 마부 찬다카로부터 인간은 어느 누구도 결국 늙고 병들어 죽을 수밖에 없는 비극적 숙명을 지니고 태어났음을 듣게 되었다. 궁정으로 돌아온 그는 자신과 사랑하는 가족이 훗날 죽어 뿔뿔이 헤어지게 됨을 깊이 슬퍼하고 고민했다. 죽음은 태어남에서 비롯한다. 태어남이 없으면 죽음도 없다. 죽음이 없으면 태어남도 없다. 왜 태어나 왜 죽게 되는가? 싯다르타는 이 문제야말로 인생의 궁극적 화두라고 인식했다. 이 화두를 호사스런 궁정생활에서 결코 풀 수 없음을 깨닫고 그는 사랑하는 가족을 버리고 출가하기로 결심하였다. 6년의 고행 끝에 그는 마침내 생사해탈의 길을 찾았고 그 길이 곧 불교이다.

불교의 여러 종파 중에서 죽음의 문제를 가장 아름답게 해결한 것이 정토종이라고 생각한다. 부처님은 ‘아미타경’에서 여기서부터 서쪽으로 10만억 불국토를 지나면 지극히 아름답고 청정한 아미타불의 극락정토가 있다고 설했다. 그 정토는 어떠한 괴로움도 없고 단지 즐거움만 있는 지복의 세계이다. 그 정토의 중생들은 수명이 무한하여 결코 죽지 않는다. 죽지 않기 때문에 다시 태어남도 없다. 즉 생사해탈의 세계이다.

부처님은 극락정토에 왕생하는 지극히 쉽고 분명한 길을 설하셨다. 즉 극락정토를 진정으로 그리워하고 그 정토에 왕생하기를 바라며 일심으로 염불하는 것이다. 그러면 반드시 극락정토에 왕생한다고 설하셨다. 죄가 있거나 없거나 유식하거나 무식하거나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극락정토를 그리워하고 일심으로 염불만 하면 된다. 

사바세계의 중생, 아니 우리 불자 중에서도 죽음 후 돌아갈 곳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아니 갈 곳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평생 불도를 수행하고도 갈 곳을 모른다면 그 수행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세세생생 고통스런 윤회를 거듭하면서 기약 없이 보살도를 닦기만 할 것인가?

정토는 그리움의 불교이다. 만약 가족 모두가 서로 그리워하여 내생에 다시 만나기를 바란다면 정토에 같이 왕생하면 되지 않을까? 단지 그리워하는 마음 하나만으로 생사해탈하는 길이 정토에 있다. 그 쉬운 길을 사바세계 중생에게 가르쳐준 부처님의 무량한 공덕을 시방세계의 무수한 부처님들이 환희 찬탄하고 있다고 ‘아미타경’에 설했다. 제6차 전국염불만일회의 19차년도 염불정진대회(동산불교대학 주관)가 통도사에서 8월19~21일 열린다. 염불만일회는 신라시대 불교가 대중화되면서 발징화상이 758년(경덕왕 17년) 고성 건봉사에서 결사한 유서 깊은 불교신행단체이다. 불교의 대중화에 정토가 가장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믿는 필자에게는 올해 이 뜻 깊은 행사가 불보사찰인 통도사에서 열리게 된 것이 우리나라 불교의 미래를 밝힐 상서로운 징조로 느껴진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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