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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찬불가 배우기

불보살님 향한 환희롭고 거룩한 ‘음성공양’

 
찬불가는 ‘부처님의 공덕을 기리는 노래’다. 오늘날은 국어사전에도 포함돼 있는 표준단어지만 불과 60여년 전까지만해도 찬불가는 불교계에서조차 낯선 시선을 받아야 했다.

음악은 부처님 찬탄 수단
가르침 전하는 효율적 방편
출가자에게는 금지됐지만
즐거움 집착해 나태함 경계

1000여곡의 찬불가를 직접 작사하고 찬불가를 통한 포교활동에 매진해 온 서울 운문사 주지 운문 스님은 “1950년대 중반 사찰에 아이들을 모아 찬불가를 부르게 하면 스님들과 재가불자들까지 나서 절에서 무슨 노래냐며 호통을 치곤했다”며 “60년대 이후 찬불가 보급이 본격적으로 확산되면서 ‘찬불가’라는 말이 사용되기 시작했지만 사찰서 노래를 부르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쉽게 개선되지 않았다”고 회고한 바 있다.

초기불교 승단에서는 수행자의 ‘가무악’을 철저히 금했다. 이는 재가불자에게까지 확대 적용돼 재가팔계에도 ‘춤추거나 노래, 음악을 듣지 말 것’이 포함됐다. 경전에서도 음악과 노래에 대한 경계의 가르침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증일아함경’의 ‘구중생거품’에는 “노래하고, 춤추고, 재주부리고, 연구하고, 웃고, 울고, 항상 방편을 쓰고, 스스로 요술처럼 얼굴과 몸을 꾸미는 것 따위다. (중략) 그러한 것들은 모두 사람을 강하게 결박하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비구들은 부디 이 아홉 가지 법을 버리고 공부해야 하느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부처님이 모든 가무악을 부정한 것은 결코 아니다. 경전에서는 가무악에 대한 긍정적 표현과 권장의 가르침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는 특히 대승불교권에서 강조됐다.

‘법화경’의 ‘방편품’에서는 ‘만약 사람으로 하여금 음악을 연주하게 하되 북 치고 각패를 불며 퉁소, 젓대, 거문고, 공후와 비파, 징, 동발 등 모든 악기의 묘한 소리나, 환희심으로 노래하거나, 범패로 부처님의 덕을 찬탄하거나, 또는 작은 음악이라도 부처님께 공양하면 모두 불도를 이룬다’고 설했다.

같은 노래나 연주라 해도 그것이 부처님을 찬탄하는 노래, 즉 찬불가일 경우 그 공덕은 불도를 이루는 지름길이 되는 것이다. 찬불가의 공덕과 중요성에 대한 높은 평가는 석가모니부처님 일생의 중요한 순간마다 음악과 노래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석가모니부처님이 마야부인의 태에 잉태되는 과정에서는 천인들의 연주와 노래 등 음악이 함께했으며 아기부처님의 탄생 순간 역시 “많은 천인들이 한꺼번에 백천이나 되는 기악을 울리며 왕후를 뒤따랐다. (중략) 백천이나 되는 기악도 함께 연주되었다. 이때 보살이 오른쪽 옆구리에서 태어났다(‘보요경’)”고 묘사되고 있다.

그렇다면 노래와 음악, 춤 등을 경계하는 가르침이 나온 이유는 무엇일까. ‘잡아함경’ 32권 ‘차라주라경’에서 광대의 업에 대한 촌부의 질문과 그에 대한 부처님의 가르침이 나온다. 부처님께서는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결박을 떠나지 않았는데, 익살을 즐겨하고 기뻐하는 웃음으로 말미암아 더욱 그 결박을 굳게 하였다”며 “광대들이 대중을 즐겁게 하고 기쁘게 웃기어 그 업의 인연으로 환희천에 난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그릇된 소견”이라고 지적하셨다. 이는 노래와 음악 등을 즐기는 데 집착해 수행에 나태해지는 것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또한 이런 경계를 적용하고 있는 대상 또한 대부분 출가수행자였다는 점에서 재가불자들이 부르는 찬불가와는 구분해야 함을 알 수 있다.

찬불가 활성화에 앞장서 온 성악가 정율 스님은 “찬불가는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는 동시에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름다운 선율에 담아 전하는 노래라는 점에서 노래를 부르는 본인의 공덕도 크지만 듣는 이에게도 특별한 감동을 줄 수 있다”며 “부처님의 가르침을 되새기고 전하는 찬불가는 불자들이 욕심과 집착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살피는 가장 수승한 방편”이라고 강조했다. 

남수연 기자 namsy@beopbo.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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