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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진일보한 과학기술이 가져다 준 것들

기자명 최원형

설악산 케이블카, 생명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과학기술의 진일보는 부작용도 제법 가져다줬지만 그 덕에 누리는 혜택도 많다. 서울 내 집에 앉아서 저 먼 알래스카 곰들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세상이니 가히 혜택이라 할 만하다.

자연의 끝없는 순환의 고리 속
인간은 일방적인 특혜만 받아
개발 논리 대신 보전 가치 보며
생명 관점에서 자연 바라봐야

얼마 전 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알래스카에 살고 있는 브라운 베어의 생활을 24시간 지켜보기 시작했다. 알래스카 곳곳에 설치된 라이브 캠 덕분이다. 요새 그곳은 연어가 한창 올라오는 시기이다. 연어가 힘차게 강을 거슬러 펄쩍펄쩍 뛰어오르는 때에 맞춰 많은 곰이 강으로 들어가 연어를 잡는다. 그 풍경을 지켜보면서 몇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지금껏 곰은 앞발 두 개로 물고기를 잡는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잡는 곰은 단 한 마리도 없었다. 곰은 강에 들어가 입을 벌리고서 뛰어오르는 연어를 덥석 무는 게 전부였다. 큰 덩치가 재빨리 움직일 수도 없으니 그저 자기 앞으로 오는 연어를 향해 입을 벌리는 게 고작이었다.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곰들은 하나같이 두 앞발을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다. 허구를 자주 접하면서 허구는 어느새 사실로 둔갑했고 한번 각인된 것은 잘 바뀌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곰들이 연어를 잡아먹을 때 주위에 갈매기들이 배회한다. 대체로 곰들은 연어의 영양가 높고 맛있는 부위만 먹고 버린다. 그걸 갈매기나 매가 와서 먹는다. 아마도 그 뒤를 이어 누군가가 또 올 것이다. 그러고도 남은 것은 결국 숲의 토양으로 환원이 된다. 그러니까 곰은 숲으로 연어를 가져다 놓는 운반자 역할을 하는 셈이다.

숲의 토양으로 환원이 된 연어의 몸은 나무로 들어가 숲을 울창하게 만든다. 그리고 울창해진 숲이 드리운 그늘 덕분에 상류로 올라와 낳은 연어의 알들은 시원한 개울물에서 부화하고 잘 자랄 수 있게 된다. 연어를 먹은 곰이 누는 똥 또한 숲으로 순환된다. 그러니 물속 생물이 숲에 끼치는 영향이 실로 크다 하겠다. 시작을 알 수 없는 그 연원부터 연어는 숲을 만들고 숲은 연어를 키우는 이치가 그곳에 있었다. 이 끝없는 순환의 고리 어디쯤 우리 인간이 있을까?

우리는 연어가 만든 숲에서 내보내는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살고 있다. 빗물을 저장하는 녹색 댐 덕분에 계곡은 마르지 않고 사시사철 물이 흐른다. 임산물들은 또 얼마나 요긴한가. 그렇다면 인간은 숲에 기여하는 건 뭘까? 순환의 사이클이 이 의문에서 막혀버렸다. 사실 숲은 인간이 없어도 그 존재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은 숲이 지구에서 사라진다면 끝장이다. 너무 일방적인 특혜가 아니던가.

우리가 숲에서 얻는 이로움을 생각하다 보면 누구든 숲의 소중함 아니 고마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는 왜 숲을 그대로 두지 못하는 걸까?

그건 바로 개발과 이윤의 논리 때문이다. 개발의 관점에서 보면 숲은 내버려진 곳이어서 구조물이 올라가고 사람들이 북적거리며 돈이 돌아야 비로소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공간이 된다. 숲이 키워내는 무수한 생명은 개발과 이윤의 논리에서 언제나 무가치한 것 같다.

생명의 관점에서 숲을 본다면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변화가 올 것이다. 눈에 보이는 생물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에 이르기까지, 공중을 날아다니는 새부터 땅속 생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생명이 곧 숲이다. 아니 바다에 사는 무수한 해양생물도 또한 숲이다. 그 많은 생명덩어리를 통틀어 숲이라 해야 정확한 표현이다. 그러니 숲을 생각할 때는 나무만이 아닌 뭇 생명을 함께 떠올릴 일이다.

수려한 경관을 자랑하는 설악산 오색에 케이블카 설치를 놓고 논란이 뜨겁다.

설악산은 수려한 경관뿐만 아니라 그곳에 사는 수달, 하늘다람쥐, 황조롱이, 붉은배새매 등 많은 천연기념물이 살고 있는 공간이다. 그런저런 이유들로 국립공원,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보전연맹 엄정자연보전지역, 백두대간보호지역, 산림유전자원보전구역 등 많은 수식어가 설악산에 붙어 다닌다. 거기다 산 전체가 천연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천연기념물 171호 문화재이기도 하다. 그것은 설악산이 지니고 있는 생태적 가치와 보전을 의미한다.

이러한 곳에 40~50미터의 대형철탑이 능선부를 따라 꽂히고 케이블카가 설치되면 그 안에 깃들어 사는 생물들은 어떻게 될까? 능선을 따라 꽂힌 대형 철탑으로 오색의 경관은 또 어떻게 변할까? 케이블카가 놓이고 방문객이 늘수록 그에 비례해서 그곳 생물들의 삶은 황폐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 삶의 황폐화와 맥을 같이 하게 될 것이다. 점점 줄어드는 숲, 이젠 개발의 논리 대신 보전의 가치를 생각할 때가 아닐까.

최원형 불교생태콘텐츠연구소장 eaglet777@naver.com
 

[1354호 / 2016년 8월 10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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