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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종 ‘무기계약’ 제도 도입, 찬·반 논란

  • 교계
  • 입력 2016.08.17 12:49
  • 수정 2016.08.18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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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무원, 7월20일 종무회의서 ‘무기계약직 관리 규정’ 신설
정년 보장되나 근무조건 차등…“계약직 대안”vs“또다른 차별”

조계종이 최근 중앙종무기관의 인력 채용·관리 시스템의 하나로 ‘무기계약’ 제도를 공식 도입하면서 이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무기계약직은 애초 기간제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된 제도이지만, 정년만 보장될 뿐 일반적인 정규직에 비해 낮은 임금과 근로조건을 적용한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중규직’으로 불리는 등 또 다른 고용 차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조계종은 “무기계약 제도 시행은 종단의 현실을 감안할때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불가피한 대안”이라는 입장이다.

조계종은 7월20일 종무회의를 통해 중앙종무기관 종무원에 대한 채용내규를 담은 ‘무기계약직 관리 규정’을 신설했다. 총무원은 이와 관련 “종단은 그동안 상시·지속적으로 특정업무를 수행하는 일부 직무에 대해서는 불가피하게 기간제 계약직을 고용할 수밖에 없었다”며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지속적인 고민을 해 온 결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할 수 있는 무기계약을 도입키로 했다”고 배경을 밝혔다.

총무원 관계자에 따르면 그동안 중앙종무기관의 일부 직무의 경우 상시·지속적이지만 비교적 단순하고 반복적인 업무 특성을 고려해 2년 단위의 기간제 계약 방식으로 일부 인원을 채용해 왔다. 그러나 비정규직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대안을 고민하던 중 고용노동청의 권장 고용형태인 무기계약 도입을 검토하게 됐다는 설명이다.

조계종이 신설한 관리 규정에 따르면 무기계약직은 ‘상시적·지속적으로 특정업무를 수행하는 계약의 기간이 없고 정년이 보장되는 근로계약을 체결한 자’다. 인건비 상승에 따른 재정적 한계와 업무 특성으로 인해, 특정 직무에 대해서는 기간제 채용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정년이 보장된다’는 점은 비정규직 문제의 일보 진전된 대안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무기계약의 특성상 일반 정규직과 임금·근무조건에서 차이가 난다는 점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임금 수준이 일반 정규직보다 적을 뿐 아니라, 조계종 일반 종무원 직급이 1~7급인 반면, 무기계약직은 5~7급으로 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급 승진이 5급에서 멈추기 때문에, 직능에 따른 호봉 상승도 최대 5급까지 일 수밖에 없다. 정년이 보장되더라도 기본적으로 청년들에게는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기계약직에 대해 단순·반복 업무라는 한계를 명시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근로자의 업무 역량이나 전문성의 성장 가능성을 박탈할 뿐 아니라, 이로 인한 처우의 격차는 일반 정규직과의 심리적·경제적 격차를 심화해 결과적으로 조직 내 위화감을 조성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에 무기계약 자체에 대해 이미 사회적으로 “정년만 보장한 차등 처우가 비정규직 문제 해소의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비록 조계종의 경우 고용노동청 권장 수준에 비해 임금 차등의 폭이 비교적 적고 복지 혜택도 일반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수위는 낮다. 그러나 조계종은 그동안 사회노동위원회를 통해 노동문제 해결을 위한 대사회적 목소리를 높여 왔다는 점에서 “다소 성급한 결정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특히 올 초 공개채용을 통해 조계종과 고용계약을 체결한 소위 ‘잠정적 무기계약직’ 중에는 사회노동위 업무 담당자도 포함돼 있다. 따라서 외부단체와의 협력이 잦은 사회노동위 특성상 조계종측 실무자가 무기계약직이라는 사실은 대외적 신뢰도를 저해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무기계약 전환을 전제로 공개채용된 종무원들은 당사자라는 점에서 속앓이를 하고 있다. 처우에 대해 문제를 지적하고 싶어도, 현재 계약직의 신분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일부 종무원들 중에도 ‘무기계약 도입’에 대해 “장기근무가 대다수인 종단 특성상 구성원간 거리감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실제 양한웅 사회노동위 집행위원장은 8월16일 내부 통신망에 공개적으로 글을 게재하고 “무기계약 채용 규정은 당사자들에게 아주 중요한 요소를 담고 있고 차별성을 느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협의회를 통한 사전 논의가 필요했다고 본다”며 노사협의회 구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총무원 관계자는 “무기계약 도입을 앞두고 노무사·변호사의 법적 자문은 물론, 지난해부터 지속적인 회의와 함께 내부 공청회도 진행했다”며 “그러나 내규 신설 이후 종단 내부에서 우려가 있다는 사실을 인지한 만큼, 차후 당사자들과 이에 대한 설명 및 대화의 기회를 만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총무원측은 “무기계약이 현 종단 상황에서 불가피한 대안으로 신설되긴 했지만 종단의 미래를 볼 때 보다 큰 틀에서 인력 시스템의 점검을 통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무기계약 규정에 대해서는 내부 논의 및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이해도를 넓히는 한편 문제가 있다고 확인된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해 나갈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송지희 기자 jh35@beopbo.com

 [1356호 / 2016년 8월 2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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