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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재가자의 율 ⑥ 제자와 스승의 의무

기자명 일창 스님

배울 때 교만하지 말고 가르칠 때 소홀하지 말라

자리서 일어나 스승을 맞고
믿음 가지고 열의 다해 경청
위험에서 제자 보호하며
학문뿐 아니라 행동도 훈육

남쪽 방향에 해당되는 스승에 대해 제자는 다음과 같은 의무를 가진다.

남쪽스승 서서맞아 시중들고 학문열의
시봉하고 기술배워 제자의무 다섯가지

먼저 주석서에서는 제자라면 스승이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환영하고 손에 있는 물건을 받아 들고 자리를 마련하여 모시고 부채질을 해드리고 발을 씻겨드리고 발에 기름을 발라주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현대에는 이 내용을 참고로 해서 할 수 있는 만큼 스승을 맞이하면 될 것이다.

두 번째는 시중을 들어야 한다. 당시에는 보통 스승이 계시는 곳에서 머물며 배우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주석서에서는 매일 세 번 수시로 시중을 들며 배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지금이라면 선생님이 필요로 하는 여러 도움을 성의껏 도와 드리면 된다. ‘나는 다 알아’라고 하면서 스승에 대한 의무를 저버려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열의를 가져야 한다. 스승이 가르칠 때 믿음을 가지고 열의를 다해 경청해야 한다. ‘내가 스승보다 더 잘 안다’라고 하면서 교만해서는 안 된다.

네 번째는 시봉해야 한다. 앞에서 시중을 드는 것이 하루에 세 번 정기적으로 행해야 하는 것이라면 이 ‘시봉’이라는 것은 여러 가지 작은 봉사를 말한다. 즉 아침에 세숫물과 칫솔을 준비하는 것, 식사할 때 여러 가지 필요한 것을 준비하는 것, 옷을 세탁해 드리는 것, 아플 때 간호하는 것 등을 주석서에서는 언급했다. 이것도 현대에 맞게 스승에게 필요한 대로 시봉하면 될 것이다.

다섯 번째는 몇 번이고 배우고 익혀서 성실하게 학문과 기술을 습득해야 한다.

반대로 스승은 제자에 대해 다음과 같은 의무를 가진다.

훈육하고 이해시켜 기술교육 소개시켜
모든곳에 보호해야 남쪽스승 의무다섯

먼저 단지 학문이나 기술뿐만 아니라 ‘그대는 이와 같이 앉아야 한다. 이와 같이 서야 한다. 이와 같이 먹어야 한다. 악한 친구를 멀리 해야 한다. 선한 친구를 사귀어야 한다’라는 등으로 올바르게 행동하도록 훈육해야 한다. 요즈음은 각각 학과목만 가르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러한 내용까지 가르침에 포함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지만 불자로서 선생님이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면 할 수 있는 만큼 훈육하면 좋을 것이다.

두 번째는 가르칠 때 의미와 표현을 명확히 하여 내용을 잘 이해시켜야 한다. ‘가르치면 내 시간이 줄어든다’라고 하면서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세 번째는 자신이 아는 모든 기술, 학문을 다 배울 수 있도록 교육시켜야 한다.

네 번째는 다른 친구, 동료에게 ‘이 학생은 나의 제자로서 현명하고 박식하여 나와 대등한 정도의 학문, 기술을 가졌다’라는 등으로 소개시켜 주어야 한다.

다섯 번째는 여러 위험으로부터 언제 어디서나 보호해 주어야 한다. 특히 선생님이라면 자신이 맡은 반, 더 나아가 학교 전체 학생들이 여러 위험과 장애에서 벗어나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학문을 닦을 수 있도록 자애를 보내거나 부처님 공덕 명상 등을 닦는 것이 좋다.

일화를 하나 소개하자면 보살이 과거에 대학자로 지낼 때였다. 바라나시 국의 왕자가 그곳에 가서 학비를 내면서 배우고 있었다. 어느 날 왕자는 스승과 목욕을 가다가 길거리에 한 할머니가 말리려고 펴 놓은 참깨를 한 줌 가지고 갔다. 할머니가 처음은 모른 척 했지만 세 번이나 계속되자 울면서 스승에게 알렸다. 스승은 왕자의 등을 세 번 회초리로 때렸다. 왕자는 그에 원한을 품었고 공부를 마친 뒤 왕위에 오르자마자 즉시 스승을 소환했다. 왕이 아직 젊어 훈계를 받아들이기에 적당하지 않다고 생각해서 스승은 가지 않았다. 왕이 중년이 되어 다시 소환했을 때 스승은 갔다. 왕은 스승에게 사형을 언도했다. 하지만 스승이 “내가 그때 그대를 회초리로 때리지 않았다면 그대는 지금 큰 도둑이나 되었을 것이오”라고 말하자 왕은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법답게 나라를 다스렸다고 한다.

일창 스님 녹원정사 지도법사 nibbaana@hanmail.net


[1357호 / 2016년 8월 31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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