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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기독교 목사의 독선

기자명 법보신문
언젠가 TV 채널을 돌리다가 기독교채널에서 한 목사가 강론하는 것을 보게됐다. 그 목사는 기독교계에서 이미 말 잘하기로 소문나 있어서 그 강연테이프가 불티나듯 팔린다는 인물인데다가 언뜻 보니 그 시간의 그의 강연도 흔히 우리가 아는 교회 목사의 설교가 아니고 매우 자연스런 삶의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같아 잠시 그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지도자 중 불교인 드물어’ 지적

마침 그 목사는 우리 불교에 대해 말하고 있는 중이어서 자연 관심있게 듣지 않을 수 없었다. 한데 그가 말하는 내용이 불교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닌데다가 너무 아전인수격으로 인용내용을 구성하고 있어서 그 말을 듣는 기독교인은 물론 다른 종교인의 오해가 불가피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이런 식으로 불교를 깔아뭉개는 것으로 보아 그렇게 대단하다는 이 목사도 결국 그저 그런 인물에 불과하다는 결론을 얻으며 우리나라 기독교 지도자들의 품성과 자질에 대해 다시 한번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대강 이런 말을 했던 것이다. 자기 친구 중에 불교인이 있는데 그가 우리나라 불교인의 수준이 다른 종교인에 비해 많이 떨어지는데 대해 크게 걱정하더라는 것이다. 현재의 교세가 떨치지 못하는 것을 걱정하는 것만이 아니라 장래에도 희망이 없다고 걱정한다는 것이다. 그 불교인의 말인즉 우리 정부의 고위직을 볼 때 불교인은 극소수이고 개신교와 가톨릭 등 기독교신자가 대부분을 차지한 것만 보아도 우리 사회의 지성인들은 불교를 외면하고 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 불교의 현실을 자인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더라는 것이다. 그런 말을 들으며 자신도 정말 그렇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여 말하며 기독교 신앙의 위대함을 강조하는 것으로 전개해 나가는 것이다.



원인 ‘불교 질’ 낮기 때문 분석

이런 이야기를 듣고 또 우리 현실을 돌아보면 정말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도처에 개신교와 가톨릭 등 기독교세가 판을 치고 불교는 기세를 올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회의 현실이라고 보는 사람이 실제로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또 그런 사회적 여론조작의 결과로 우리 사회의 기독교 득세와 불교 위축이 점점 고착화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고 할 수 있는 측면도 없지 않다.

하지만 냉정히 따져보면 이 목사의 말은 사실을 제대로 알지 못하거나 알면서도 억지로 사실을 왜곡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작년 초에 조계종 포교원이 조사한 바로는 우리 정부의 최고위 지도층 1백명 가운데 개신교인은 42명, 천주교인은 20명인데 비해 무종교인은 26명, 불교인은 9명으로 나타났었다. 그것을 보면 누구나 우리 사회 지도층의 62%가 기독교인이고 불교인은 10%도 안된다는 결과를 불교 스스로 인정한 것이고 따라서 그 목사의 말은 틀림없는 사실일 밖에 없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함정이 있었다. 이들이 모두 대통령의 임명직 공직자였다는 점을 간과한 것이다. 이들 공직자들이 모두 공정한 경쟁을 통해 그 자리를 확보한 것이 아니고 오로지 현 집권자인 김대중 대통령의 입맛에 맞는 사람들일 뿐이란 사실을 외면한 것이다. 김대통령이 가톨릭 신자이고 부인 이희호 여사가 개신교도라는 것은 천하가 다 아는 일인데 그리하여 김대중 정권이 기독교인만 요직에 등용하고 불교인은 철저히 소외시켰다는 것은 이미 소문이 날만큼 난 일인데 이를 전혀 감안하지 않고 하는 말일 뿐이다. 그렇게 종교적 편향성이 짙은 인사내용을 가지고 오히려 기독교인은 지성인계층에서 인기가 있고 불교인은 지도층에 적다는 것을 종교의 질적 내용으로 비약 설명하고 있는 그 목사의 양식이 정말 걱정스럽지 않을 수 없다. 정권의 종교편향에 대한 우려는 더 말할 것도 없다.



공종원(동국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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