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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병과 불교의 전쟁론

전쟁은 이해관계나 감정 때문에 벌어진다. 그리고 일단 일어난 전쟁은 인간을 극도로 잔혹하게 만든다. 15살도 안된 나이에 전쟁터에 내던져진 소년병들이 대표적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따르면 13개 국가에 30만명의 소년병이 있으며, 이 중 연간 8000~1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세 이하 소년병 30만명
대부분 전쟁 종교 내세워
어떤 전쟁도 합리화 안돼

‘칼리프의 아이들’이라는 소년병 부대를 운영한다는 ‘이슬람국가(IS)’는 아이들을 전쟁 도구로 적극 이용하는 단체다. 지난달 터키 동남부 지역 결혼식장에서 사망자 54명, 부상자 94명을 낸 자살 폭탄 테러 사건 용의자가 IS 소속 어린이로 알려지면서 국제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앞서 올해 3월 바그다드 외곽 축구장에서 벌어진 자폭테러로 9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을 때도 용의자는 10대 초반의 IS 소년병이었다.

IS를 비롯한 전쟁 주도 세력들이 최근 소년병 확보에 나서고 있다. 수많은 아이를 납치하는데 이 중에는 5~6살의 어린아이도 적지 않다. 이렇게 붙잡아온 아이들에게 종교적인 세뇌를 시키고 자신의 목숨을 바칠 것을 강요한다. 동시에 폭력에 익숙해지도록 구타, 강간, 굶주림 등 신체적 학대를 하거나 참수한 머리로 축구경기까지 강요한다고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소년병들은 대부분 총알받이나 테러의 도구로 죽고, 운 좋게 살아남으면 아무 거리낌 없이 방아쇠를 당기는 ‘킬러’가 된다.

오늘날 대다수 전쟁은 종교를 내세워 전쟁을 합리화하고 있다. 성스러운 전쟁을 위해 목숨을 바치면 구원받는다고 말한다. 그럼 불교에서는 이를 어떻게 바라볼까. 초기불교 경전인 ‘전사의 경’에는 전쟁과 구원에 관한 내용이 실려 있다. 대대로 전사들이 사는 마을의 촌장이 부처님을 찾아와 “전사가 전력을 다해 싸우다가 적들에 의해 죽으면 그는 천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는 옛 스승들의 말이 정말인지를 물었다. 부처님은 그런 질문 말라며 만류했지만 세 번째 물을 때 이렇게 말했다.

“촌장이여, 전사가 전쟁터에서 전력을 다해 싸울 때 그의 마음에는 ‘이 놈들을 때려죽이고, 잘라 죽이고, 전멸시키겠다’는 생각 때문에 사악한 곳으로 향합니다. 그가 전력을 다해 싸우다 죽임을 당하면 전사들의 지옥에 태어납니다. 천신들의 동료로 태어난다는 것은 잘못입니다. 잘못된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는 지옥이나 축생, 그 두 가지 길 가운데 하나의 길이 있을 뿐입니다.”

전사마을 촌장은 한참을 통곡하더니 “오랜 세월 속아왔고, 기만당하고, 현혹돼 왔다”며 부처님의 허락을 얻어 출가했고, 오래지 않아 아라한의 단계에 올랐다고 기록돼 있다.

▲ 이재형 국장
불교에선 전쟁 자체를 부정한다. 율장에서는 무기를 지닌 이와 함께 가거나 그에게 법을 설하는 것조차 금지했다. 이는 정의를 앞세운 어떤 전쟁도 정의로울 수 없음을 의미한다. 김호성 동국대 교수는 ‘정의의 전쟁론은 정의로운가’(동서철학연구 28호)라는 논문에서 종교적 정당화만이라도 배제한다면, 테러는 테러일 뿐이고 전쟁은 전쟁일 뿐이라는 점을 지적해준다면 평화정착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고 역설했다.

남북이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현실에서 소년병은 더 이상 다른 나라 이야기만은 아니다. 일단 전쟁이 벌어지면 곧바로 지옥도가 펼쳐질 것임이 자명하다. 어떤 명분을 내세운 전쟁도 합리화될 수 없다는 부처님의 가르침이 간과될 때 진짜 비극은 시작된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58호 / 2016년 9월 7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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