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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정어, 바르게 말하기

언어는 인간다운 삶 결정하는 도구

“화살이나 칼에 맞은 상처는 치유할 수 있지만, 한마디 말에 입은 상처는 아물지가 않네.”

말을 조심하라고 가르치는 이 경구(警句)는 [판차 탄트라]라는 인도의 우화에서 새들의 왕으로 추대되었으나 까마귀의 반대로 왕이 되지 못한 올빼미가 내뱉은 말이다. 올빼미는 못생겼으며 낮눈이 어둡다는 까마귀의 비방성의 발언 때문에 올빼미의 즉위식은 무산되었으며, 올빼미와 까마귀는 서로 원수가 되었다. 이 이야기가 불교의 본생담에서는 합리적이고 완전한 합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약간 각색되어 있다.



한마디 말이 칼보다 무섭다



한마디 말이 칼보다도 더한 상처를 남긴다는 것은 사람들이 흔히 겪고 있는 사실이다. 그 예를 멀리서 찾을 것도 없다. 바로 우리가, 대한민국의 국민이 지금 겪고 있는 사실이기도 하다. 얼마 전에 있었던 동계 올림픽에서 우리 나라의 선수가 부당한 판정으로 금메달을 빼앗기게 된 사건은 우리에게 그다지 심한 상처가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우리 나라의 선수가 진정한 우승자라는 사실로 자위하면서, 그 같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 경계할 수 있다.

그러나 미국 NBC 방송의 한 진행자가 억울한 판정으로 망연자실했던 우리 선수의 행동에 대해 “개를 걷어차고 잡아먹었는지 모르겠다.”라고 비아냥거린 말은 대한민국의 국민 모두에게 너무 심한 상처를 남겼다. 이처럼 한마디의 말이 국가 사이의 우호적 관계를 심각하게 훼손할 만큼 국민적 분노를 야기하기도 한다.

그 진행자의 말은 그릇된 말이 될 수 있는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 말은 우선 사실이 아니라는 점에서 거짓말이며, 둘째로는 사실 여부를 떠나서 한국인을 비방하고 중상하는 말이며, 셋째로는 욕설이라고 간주할 수 있는 거친 말이며, 넷째로는 한국인을 조롱하여 웃음거리로 삼은 데 그칠 뿐인 쓸데없는 말이다. 불교에서는 이런 네 가지 형태의 말을 각각 망어(妄語), 양설(兩舌), 악구(惡口), 기어(綺語)라고 구분하여 경계의 대상으로 삼는다.

우리는 이 같은 사태에 직면하여, 누구나 한마디 말의 피해자가 될 수도 있지만 가해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반성할 필요가 있다. 흔히 말하기를, 인간은 생각하는 능력을 갖고 있는 점에서 다른 동물과는 결정적으로 다르다고 한다. 그런데 생각을 표현하는 수단은 말이므로, 생각하는 능력이 실제로 지시하는 것은 말하는 능력이다. 그러므로 말은 인간다운 삶을 결정하는 필수적인 도구이며, 인간의 사회적 활동이란 말에 의한 의사 소통의 활동이다.

의사 소통에 열중하여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인간에게는 말이 엄청난 지배력을 형성한다. 말은 생명을 파괴할 수 있고, 적을 만들 수 있고, 전쟁을 일으킬 수도 있는가 하면, 지혜를 줄 수 있고, 분열을 치유할 수 있고, 평화를 이루어 낼 수도 있다. 우리는 이 같은 말의 위력을 실감하며 살아가면서도 정작 바르게 말하기에는 그다지 유의하지 않으면서 말을 함부로 구사하기 일쑤이다. 그러다 보니 우리가 구사하는 말은 앞서 말한 네 가지 형태 중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기 쉽다.



바른말이 생각 정화 가능케 해



바르게 말하기란 거짓말과 중상하는 말과 거친 말과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으면서 의사를 소통하는 것이며, 이것이 8정도의 정어이다. 즉 불망어, 불양설, 불악구, 불기어가 정어의 구체적인 방법이다. 불교에서는 이 넷을 10선업 또는 10선계에 포함시킬 정도로 바르게 말하기를 중시한다. 또 불교의 이념을 사회 생활에서 구현하기 위한 네 가지 덕목으로 제시된 4섭법에도 애어(愛語), 즉 상대방을 배려하는 온화한 언어 생활이 포함되어 있다.

불교에서 바르게 말하기를 중시하는 것은 단순히 듣는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하라고 가르치는 데 그치는 것은 아니다. 바르게 말하는 습관은 그대로 말하는 사람의 생각을 바르게 하고 정화할 수 있기 때문에 바르게 말하기를 중시하는 것이다. 이로부터 자신의 말을 즐기지도 않고 집착하지도 않은 채, 말하는 그대로가 과도하지 않고 진실일 수 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정어가 완성된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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