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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귀우목(盲龜遇木)

자살률 1위 국가의 오명

8월26일 롯데그룹 이인원 부회장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결백을 주장하며 목숨을 끊었다. 9월8일에는 야구해설가로 유명한 하일성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자살했다.

매년 9월10일은 자살예방의 날이다. 자살예방의 날을 앞두고 잇따라 벌어진 자살사건이 안타깝기만 하다.
이들의 죽음은 세간에 알려지기라도 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우리 주변에는 홀로 쓸쓸히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매일 40여명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다. 1년에 1만4000여명 정도가 이렇게 비참하게 죽어간다. 한해 자살자 수가 아프가니스탄 전쟁 중에 사망한 전체 숫자와 비슷하다. 우리나라는 2011년 이후 경제개발협력기구(OECD)회원국 중 자살률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살의 가장 큰 원인을 극심한 생활고와 상대적 박탈감으로 꼽고 있다. 특히 IMF와 글로벌경제위기 때 가파르게 상승했다. 19세기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이 말한 “모든 자살은 사회적 타살”이라는 지적과 정확히 일치한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에서 자살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는 것은 후퇴하는 복지와 지독하리만큼 가진 사람들에게 몰아주는 양극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양극화를 개인의 능력이나 노력부족으로 몰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한번 마음을 돌이켜 생각해 볼 내용이 있다. ‘맹귀우목(盲龜遇木)’의 가르침이다. 맹귀우목(盲龜遇木)은 ‘아함경’에 나오는 말로 부처님께서는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 백년에 한번 바다 위로 머리를 내미는 눈먼 거북이 망망대해에서 구멍 뚫린 널빤지를 만나는 것만큼이나 어려운 일이라고 말씀하셨다. 우리는 그만큼 존귀한 존재들이다.

홀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될 때의 고통과 슬픔을 어찌 산 사람이 짐작이나 할 수 있겠는가. 자살의 순간에 부처님 가르침 또한 사치로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잊지 말아야 것이 있다. 우리가 맹귀우목의 인연으로 이 땅에 온 소중한 존재들이라는 믿음을 말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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