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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오식 부산불교실업인회 총무부장-상

부처님 법 전하는 참모가 되다

 
손사래를 쳤다. 불교 수도 부산에서 불교계에 몸담고 있는 재가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존경하는 선배들과 실력 있는 후배들에 비하면 내세울 것 없는 삶을 뭐라고 설명해야 된단 말인가. 거듭된 요청에 곰곰이 생각했다. 잘했든 못했든 불교 활동가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다는 취지에 공감이 갔다. 지난 시간을 참회하고 앞으로 더 나은 삶을 발원하며 말문을 연다.

불교언론인으로 사회생활 시작
단체·불교대학 등서 역량 펼쳐

경북 청도가 고향인 나는 어릴 때부터 부모님 손에 이끌려 절을 찾았다. 당시에는 법당에서 들리던 소리가 ‘천수경’인지 ‘반야심경’인지 몰랐다. 다만 쌀을 머리에 이고 집에서 절을 향하는 어머니의 따스한 손길이 좋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던 그 길에서 향과 목탁소리의 여운을 즐기면서 한 걸음 한 걸음 부처님 품 안으로 걸어 들어갔던 것 같다.

1980년대 초, 군복무를 마친 직후 불교신문 부산지사에 취직했다. 격동의 시기에 법회 현장을 발로 뛰며, 스님들과 재가불자를 수없이 만나면서 보낸 시간 자체가 그대로 공부의 과정이었다. 불합리한 일에는 불교를 잣대로 울분을 토하고, 수행자들의 맑은 눈빛을 보며 환희심을 느끼던 하루하루는 불교활동가의 길을 삶의 이정표로 삼도록 이끈 것이 분명했다. 일반 회사를 다니던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수입이었지만 고충보다 긍지와 보람이 더 컸다. 당시 사무실로 찾아온 부산 감만동 항만부대 내 장병 두 사람의 원력을 계기로 항만정사 법당을 조성한 기억은 지금도 생생한 포교의 경험이다.

일을 시작한 지 9년 3개월이 될 즈음, 부산지역 불자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창립을 준비 중인 ‘부산불교실업인회’의 실무자로 활동해 달라는 권유를 받게 됐다. 이 시기 부산은 경제 활동이 활발했다. 무엇보다 작고하신 김정태 초대회장은 불교계는 물론 경제계에서도 존경받는 어른이셨다. 이 분을 모시고 덕 높은 불자 기업인들과 더불어 출발한 부산불교실업인회의 손발이 되어보자는 열정을 갖고 이직을 결심했다.

1991년 창립과 더불어 부산불교실업인회는 불교계 발전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했다. 기억에 남는 것은 부산불교방송 설립추진이었다. 부산불교실업인회는 창립 초기 부산불교방송 설립의 기반을 다지는 데 전심전력을 다한 숨은 단체다. 결과적으로는 부산의 다른 불교단체가 추진과 설립을 맡았지만 이유야 어찌되었든 역량 있는 부산의 불자 기업인들이 원력을 모으는 데 동분서주하면서 불교에 대한 애정도 더 단단해졌다.

▲ 일념장학회 행사서 사회를 보는 모습.

법회를 집전하고 행사의 사회를 보는 것은 자신 있었다. 하지만 무엇인가 이 자리에 계속 있다는 것이 불편했다. 기업가들을 만나다보니 사업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커졌다. 결국 잠시 다른 길을 선택했다. 사업의 경험은 오히려 나를 불교 활동가의 가치를 확인하게 했다. 그 때 알았다. 대표와 참모는 역할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불교활동가는 불교 홍포를 위해, 부처님을 믿고 부처님의 참모가 되는 일이었다. 과감하게 사업은 접었고 다시는 돌아보지 않았다.

욕심을 버리자 불교가 다시 보였다. 주간불교신문 부산지사, 불교TV에서도 잠시 일했다. 특히 부산불교교육대학 4기 출신인 나는 9기가 시작되던 시기에 교육대학 총무부장을 맡았다. 당시 부산불교교육대학은 부산에서 가장 규모 있는 불교대학으로, 한 기수에 300명이 입학할 정도로 인기였다. 이곳에서 행정 업무는 물론 월보 제작과 수련대회 준비 등 주말도 없이 일했다. 아내와 두 아이로부터 원망도 가장 많이 들어야 했지만 피곤한 줄 몰랐다.

눈 깜짝할 사이 7년의 시간이 흘렀고 흔들림 없이 이 길을 걸어갈 수 있겠다고 생각할 즈음 교육대학 업무를 중단해야 될 상황에 처했다. 풍전등화 같은 불교활동가의 삶엔 침묵의 시간도 필요했다. 

정리=주영미 기자 ez001@beopbo.com
 

[1359호 / 2016년 9월 14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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