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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 매체의 보도를 꿰뚫어 보는 지혜

기자명 화령 정사

청담동 주식부자로 유명세를 떨치던 이희진이란 젊은이가 9월5일 사기혐의로 구속돼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허위 주식정보를 이용해 헐값에 매수한 장외 주식을 비싸게 팔아 부당 이익을 챙긴 혐의인데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 숫자만 3000여명이고 피해액도 무려 1000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이희진은 대주주와 결탁해 대주주가 가지고 있던 지분을 개인 투자자들에게 시세보다 50~100%이상 비싸게 팔았으며, 자신이 매수해 둔 장외 주식 일부에 악재가 있었음에도 이를 숨겨 비싼 가격에 판 혐의를 받고 있다. 이희진은 상장만 하게 되면 100배~1000배까지도 수익을 낼 수 있다며 큰 소리를 쳤고 투자시 가격이 떨어질 경우 두 배로 환불해 준다며 투자자들을 유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그가 추천한 주식의 대부분은 주가 급락으로 막대한 피해를 양산했다. 더 기가 막히는 것은 그가 피해자들에게 실제 주식이 아닌 주식보관확인증이라는 법적 효력이 없는 엉터리 종이조각을 지급한 것이다. 아무리 이희진을 믿었더라도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을 맡기면서 주식보관증이라는 터무니없는 종이조각 하나만 받고 돈을 떼였으니 투자자의 책임도 적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피해자들의 신뢰 기반에는 무분별한 매스컴들이 절대적인 기여를 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는 방송을 통해 막노동과 술집 웨이터를 전전하던 흙수저에서 비상장사 주식 투자를 통해 수천억대 성공신화를 쓴 청담동 주식부자로 소개됐다. 일부 케이블 방송들은 그를 예능 프로나 오락 프로에 등장시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도록 만들었고, 그 결과 그의 SNS 팔로어수는 10만명이 웃돌았다고 한다.

그의 사기를 둘러싼 모든 상황이 우리 사회의 총체적 불건전성을 함축하고 있다고 보는 이유다. 이희진이 괴물이 되어 수많은 사람들의 피눈물을 흘리게 만든 이면에 투자자들의 허황된 욕심을 자극한 무분별한 매스컴의 보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피해자의 대부분이 대중매체, 특히 텔레비전 보도에 절대적 신뢰를 가지는 50, 60대라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졸부를 열망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대중매체에 노출된 허상을 보고 조금의 의심도 없이 거액을 맡겼다는 것은 일반 대중이 알게 모르게 대중 매체의 힘에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역대 정권이 매스컴, 특히 지상파 방송과 유력 일간지들을 장악하려고 그렇게 공을 들여온 이유를 이를 통해서도 엿볼 수 있다.

조금만 분별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희진이 방송에 나와 이상한 옷차림에 자신의 부를 자랑하며 떠들 때 의심을 해 봐야 했었다. 어린 나이에 증권 전문가라고 마구 떠들 때도 한번쯤 의심을 해 봐야 했으며 진짜 부자는 자기의 부를 과시하지 않는다는 평범한 진리를 한번쯤은 돌이켜 봤어야 했다. 그러나 텔레비전에 얼굴 비춘 것만 가지고 그 배후는 보지 못한 채 성공의 주역으로 믿어버리는 대중들의 어리석음이 있는 한 대중 매체를 통한 우민 정책도 지속될 것이다.

또 이희진의 팔로어가 10만명이 넘음에도 정작 실제 피해자는 50~60대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은 이들 세대가 매스컴의 작용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보여준다. 인생의 지혜는 나이만으로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기성세대라는 이름으로 경험과 연륜을 자랑하지만 그만큼 고정 관념과 선입견에 휘둘린다는 사실을 각성해야 한다.

새로운 눈으로 보도의 심층을 꿰뚫어 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대중 매체의 허상에 휘둘리지 않고 정견을 지니고 진실을 꿰뚫어 볼 때에 정치도 바로 잡아지는 것이고 사회 정의도 이룩되는 것이다. 물론 그 중심 역할을 우리 불자들이 해 나아가야 한다. 전통이나 권위, 선입견, 관습에 휘둘리지 말고 오직 스스로 진리를 비추어 보고 판단하라는 부처님의 말씀을 이번 사건을 통해 다시금 되돌아보았으면 한다. 

화령 정사 총지종 교육원장·철학박사 padmalee@hanmail.net

[1360호 / 2016년 9월 28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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