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포교사단(단장 윤기중)과 포교원(원장 지홍 스님)은 9월24~25일 보은 법주사에서 ‘제14회 팔재계수계실천대법회’를 봉행했다. 포교원 정기연수를 겸한 법석에는 신임포교사를 비롯해 서울, 인천경기, 대전충남, 충북, 대구, 울산, 부산, 경북, 경남, 전북, 광주전남, 강원, 제주 등 13개 지역단 소속 포교사 3500여명이 동참했다.
법고가 저녁 무렵 잠든 생명과 무지에 빠진 중생의 본성을 깨웠다. 중앙과 각 지역 포교사단기를 앞세우고 포교원장 지홍, 법주사 주지 정도, 포교부장 무각, 포교연구실장 원철 스님과 지역단장들이 입장했다. 지홍 스님은 법석에서 단기를 건네받아 힘차게 흔들며 입재를 알렸다.“계는 지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운을 뗀 윤기중 포교사단장은 “‘포교가 곧 수행, 수행이 곧 포교’라는 정신으로 1일 출가자가 되어 팔관재계를 수지하고 전법 의지를 다지는 계기가 팔재계법회”라며 “자리와 이타를 추구하며 1인 1수행법을 생활화해 주체적인 불자, 앎과 수행이 일치하는 불자, 사회 속 깨어있는 시민보살로 대승행을 끊임없이 실천하자”고 강조했다.
실제 2003년부터 매년 열리고 있는 팔재계수계실천법회는 몸과 말과 뜻으로 지은 업을 참회하고 8가지 계율을 지키겠다고 다짐하는 발원의 장이다. 8재계란 팔관재계 준말로 재가자가 하룻밤과 낮 동안 받아 지니는 계율이다. 생명을 죽이지 말고, 음행과 거짓말 그리고 도둑질 하지 말며, 술을 마시지 않고 치장과 가무를 즐기지 않아야 한다. 또 높고 큰 평상에 앉지 말고 때가 아니면 먹지 말아야 한다. 신라 진흥왕 12년(551년)부터 내려온 우리의 전통문화다.
지홍 스님을 전계대화상으로 교수사, 갈마사, 인례, 유나가 법석에 앉았다. 스님은 팔재계 의미를 설하며 대중은 참회진언으로 계를 받아 지녔다. 단복 입은 포교사들은 참회진언 속 향으로 연비했다.지홍 스님은 “삶과 신행, 수행이 괴리된 불자들 모습은 젊은 세대에게 불교의 매력을 어필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때문에 “포교사는 전법하고자 서원한 사람들”이라며 “오늘 법석이 삼보에 귀의하고 오계를 지키며 육바라밀을 행하는, 즉 동체대비를 실천하며 불자답게 살아가는 신행으로 대전환을 일구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법주사 회주 월탄 스님도 “포교사로서 불자로서 자신이 값지게 살고 있나 되돌아봐야 한다”며 “진정한 수행자, 부처님, 보살이 되셔서 가족과 이웃 등 중생을 제도하는 과감한 정진이 필요하다”고 설했다.
전법에 앞장 선 불자이자 포교사로서 공로를 치하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포교사단은 총무원장상 광주전남지역단 김인수 포교사 등 총무원장상 1명·1개팀, 포교원장상 6명·6개팀, 총재상 12명·12개팀 등에게 포상을 수여했다.이날 신규 포교사들이 품수를 받고 포교사로서 첫 발을 내디뎠다. 포교원은 21회 일반포교사 579명, 10회 전문포교사 135명, 21회 국제포교사 19명, 9회 불교상담심리사 145명을 품수했다.
양경엽(51, 태안) 거사는 인천경기지역단 통일팀에 배정됐다. 새터민 법회를 지원한다. 그는 불교를 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2014년부터다. 인천불교회관 불교대학을 졸업하고 “이 좋은 공부를 나누고 싶다”며 포교사를 발원했다. 그는 “일찍 불교를 만났더라면 아상이 강했던 ‘거짓 나’를 죽이고 주변과 원만할 수 있었다”며 “아내와 직장 동료들이 차츰 변해가는 내 모습에 반색한다. 초발심 갖고 정진하겠다”고 다짐했다.
직업 상 이름을 밝힐 수 없었던 자운심 보살은 심적 고통을 겪고 있는 군장병을 위해 포교사를 결심했다. ‘초파일 불자’였던 그녀는 “죽고 싶다”고 자신을 찾아온 한 병사와의 인연이 시작이었다. 모태신앙이 불자라면서도 법당 가기 꺼려하던 병사를 부처님 품으로 안내했고, 그 병사는 심적 고통에서 해방됐다. 그녀는 “의지할 곳이 필요한 군장병들에게 부처님 가르침을 전하고자 나부터 제대로 배우기 위해 포교사가 됐다”며 전법의지를 되새겼다.
8재계 수계 뒤 포교사들은 자정부터 자등명 법등명을 상징하는 촛불 들고 금동미륵대불에서부터 정이품송까지 왕복 6.4km를 걷기명상했다. 행진이 불편한 포교사는 금동미륵대불 내 용화전에서 ‘금강경’을 독송하며 철야정진 열기를 이어갔다. 계를 지키기 위해 오후불식한 포교사들은 저녁식사비를 모아 스님들 노후복지비용으로 승보에 공양할 예정이다.
포교사들은 칠흑 같은 어둠 속 등 하나 밝혔다. 금동미륵대불이 굽어보고 팔상전과 쌍사자 석등이 함께 했다. 제 살 태워 주위 밝힌 촛불이 속리산 어둠을 살랐다. ‘포교사의 노래’가 소리 없이 메아리친다.
“어두운 세상에 법등을 들고 한 없이 가야 하는 포교의 길. 발길 닿는 구석마다 불법을 펴고 중생 위한 발원에 밤을 지샌다. 그는 외로운 구도자, 사명의 역군, 진리를 전하는 포교사여라.”
보은=최호승 기자 time@beopbo.com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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