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일에 정신을 쏟다 보면 생각이 거칠어지고 말도 험하게 변하기 쉽다. 그렇다고 귀를 닫을 수는 없다. 딛고 있는 이 땅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세상이고 미래에 물려주어야 할 터전이기 때문이다. 원칙과 상식이 바로 서고,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은 이 땅에 살고 있는 기성세대의 의무며 정토(淨土)를 일구는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세상을 개선하기보다 물들어 가는 것이 우리의 근기다. 정의로웠던 인물이 파렴치한으로 변하는 역설을 수시로 목도하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럼에도 시류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는 사람들로 인해 세상은 그래도 살만함을 느끼게 된다.
최근 두 비구니 스님의 삶이 큰 울림을 주고 있다. 네팔에 120명의 아들딸을 두고 심장병으로 입적한 명조 스님과 투석 중에도 지구촌 어린이들을 돕기 위해 나선 만오 스님 이야기다. 작은 토굴에 살았던 명조 스님은 가난한 살림에도 15년 동안 네팔의 아이들을 도왔다. 입적하기 전까지 120명의 부모가 돼 아이들을 학교에 보냈다. 처음엔 12명으로 시작했지만 자식들은 갈수록 늘었다. 스님은 심장병으로 입적하는 순간까지 사랑의 끈을 놓지 않았다. 만오 스님은 80세 노구에 투석을 하면서 지구촌 아이들을 돕고 있다. 최근 지구촌공생회와 굿네이버스에 총 4억6000만원을 건넸다. 아프리카의 가난한 학생들을 위한 학교와 병원 건립에 쓰일 예정이다. 이 기금은 아픈 몸을 이끌고 근검절약으로 모은 정재라 더욱 울림이 컸다.
여기 중국 당나라 시대, 고승인 도림 선사와 대시인 백거이의 대화가 있다. “어떤 것이 불법의 대의입니까?” “나쁜 일을 하지 않고 선을 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세 살 먹은 아이도 아는 것 아닙니까?” “세 살 먹은 아이가 비록 말을 할 수 있어도 팔십 먹은 노인도 행하기가 어렵다(八十老翁行不得).”
옳은 일이든 남을 돕는 일이든 말로는 쉽다. 그러나 실천에 옮기기는 난망하다. 불볕더위가 물러가고 조금씩 찬바람이 고개를 들고 있다. 곧 추위가 가난한 사람들의 삶을 할퀴게 될 것이다. 스님들의 아름다운 삶이 주변의 가난한 삶을 돌아보는 자비심을 문뜩 일깨웠으면 한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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