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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서울 상계동 도선사

따뜻한 마음 모아 나눔으로 소외이웃 품다

▲ 지난 6월 가진 ‘어르신 나들이 행사’. 도선사는 자비나눔과 함께 지역 어르신 봉양에 주력하고 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수락산 동막골. 굽이쳐 흐르는 계곡 길 따라 도량이 산재해 예부터 절골로 불리던 곳이다. 이 동막골짜기 가장 위쪽에 위치한 사찰이 관음기도도량 도선사(주지 대은 스님)다. 대웅전과 요사, 산신각, 범종각 등으로 이뤄진 도선사는 비록 단출한 모습이지만 오래전부터 노원 사람들의 귀의처로 역할을 담당해 왔다. 이곳은 1920년 청운 스님이 도량을 세우기 이전에도 스님들이 움막을 짓고 수행했던 곳이라고 한다. 그 움막에 모셨던 부처님을 도선사 대웅전에 모셨는데 조사결과 고려시대에 조성된 것이라 하니 비단 스님들만 찾아와 기도했던 곳은 아니었을 터.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도선사는 지금도 운동 삼아 올라와 물 한 잔 마시고, 공양 때면 스스럼없이 대방에 앉아 함께 공양하는 노원주민들의 사랑방과도 같은 곳이다.

행사 때 모연된 쌀 공익기구 기부
꼭 필요한 곳 전달하기 위한 방편
불자들과 독거어르신 봉양에 주력
넉넉지 않아도 나눌 수 있어 행복

도선사가 사찰로서의 면모를 갖춘 것은 1974년 대은 스님이 주지로 부임하면서다. 스님은 인법당 형태의 암자를 소박하지만 여법함을 갖춘 가람의 구조로 변모시키고 여기에 교육과 신행, 기도가 이뤄지는 수행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옛사람들의 기도터 도선사는 이 같은 대은 스님의 노력으로 노원주민들의 귀의처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지역에서 말하는 도선사는 사찰 이전에 인심 좋은 따뜻한 이웃이다. 밥 한 그릇 달라고 찾아온 이들에게 공양은 물론이고, 돌아가는 길에는 쌀이며 반찬이며 필요한 만큼 아낌없이 내어준다. 또 부처님오신날을 비롯해 각종 재일에는 불자들이 시주한 공양미 전부를 이동푸드마켓에 보시해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전달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작 사찰에서는 먹을 쌀이 부족해 직접 사서 공양을 해결하고 있다.

도선사가 이웃을 위한 나눔활동에 적극 나서는 것은 지역적 특성이 그 원인이다. 노원구는 전체 인구의 15% 이상이 국민기초수급자를 포함한 저소득 주민이고, 장애인과 노인인구의 비율이 다른 지역에 비해 월등히 높다. 도선사가 이동푸드마켓을 통해 보시물을 전달하는 것도 종교를 떠나 우선적으로 도움이 필요한 곳에 사용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직접 전달하다 보면 분별심으로 ‘필요’보다는 ‘불자’를 먼저 생각하게 되고, 받는 사람 역시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불편해할 수 있기에 내린 결정이다.

특이한 점은 도선사엔 신도회가 없다. 이 또한 이웃을 위한 배려가 이유다. 사찰을 운영하고 불사를 추진하는 데 있어 신도회는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신도회를 구성하면 구성원 간의 차별과 분별이 생길 수 있고, 여기에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사찰을 찾은 사람들에게 신도회는 보이지 않는 장벽이 될 수 있다는 게 스님의 생각이다. 이에 대은 스님은 신도회를 통한 사찰의 발전보다는 불편하지만 어려운 분들의 요청을 직접 듣고 도움을 주는 쪽으로 마음을 굳혔다.

최근 도선사가 주력하는 분야는 독거어르신 봉양이다. 특히 할아버지의 경우 할머니들과 달리 외부와의 연락을 단절하고 음주로 식사를 대신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혼자 있는 시간이 오래될수록 자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스님의 설명이다. 도선사는 주지스님을 비롯한 불자들이 지역 독거어르신들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확인하고 사찰에 모셔와 공양을 대접하는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지난 6월에는 독거어르신 17분을 모시고 양양과 설악산 등지로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한 어르신은 “우리 스님 덕분에 30년 만에 나들이를 다녀왔다”면서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도선사를 이를 계기로 어르신 나들이를 정례화할 계획이다.

넉넉하진 않지만 나눌 수 있기에 행복하다는 도선사. 따뜻한 사람들 모여 이웃에 희망을 전하는 영원한 노원주민들의 도량이 되기를 도선사는 발원하고 있다. 

김현태 기자 meopit@beopbo.com

 

“북한이탈주민 지원 등 나눔활동 확대할 것”

도선사 주지 대은 스님

 
“노원은 어렵게 사시는 분들이 많은 곳입니다. 그분들이 도선사를 통해 희망을 얻고, 잠시라도 시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합니다. 도선사라는 이름보다 우리 동네 스님들이, 우리 동네 불자들이 참 좋은 이웃으로 기억하길 서원합니다.”

도선사 주지 대은<사진> 스님은 도선사 활동을 평가해 달라는 질문에 “부끄럽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했다. 스님은 “도선사로 동진출가해 지금껏 스님으로 생활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불자님들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더욱이 도선사 주변은 도시개발에서 제외돼 대부분 예전 분들이 그대로 살고 계신다. 그분들에게 받은 것들을 이제 되돌려드리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스님은 이어 “소외이웃과 독거어르신들은 대부분 마음에 큰 상처를 가지고 계신다”며 “상처받은 마음을 아물게 하는 최고의 치료제는 따뜻한 마음과 관심인 만큼 부족한 힘이지만 자비와 이타의 실천이 지속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도선사 사부대중과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계획과 관련해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피력했다. 스님은 “노원은 북한이탈주민이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지만 이에 대한 불교계의 관심과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며 “설과 추석 합동차례를 비롯해 북한이탈주민을 위한 법회를 추진하는 등 그들의 아픔을 보듬고 함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님은 “도선사의 모든 활동은 불자들의 지지와 동참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라며 “앞으로도 도선사 불자라는 자부심으로 수행하며 나누면서 함께 하기를 당부한다”고 말했다.

한편 대은 스님은 서울 불이성 법륜사에서 보계 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1974년 도선사 주지로 부임해 조동종 교육원장, 감찰원장, 노원구경승실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조동종 총무원장, 한국불교종단협의회 법우회장, 노원불교연합회장 등을 맡고 있다.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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