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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급한 승려 복지 불사

기자명 김대원

얼마 전이었다. 교계신문에 실린 기사에 눈길이 머물렀다. ‘병마와 싸우면서도 도움받기 꺼려하는 스님’이라는 머리기사였다.

“포교와 수행에 전념하는 스님들은 병마로 인한 고통, 경제적 부담으로 어려움을 겪지만 가장 큰 문제는 사실상 수행자로서의 본분을 지키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병마에 시달리면서도 주변에 알리지 않고 스스로 감내하는 경우도 많다. 수행자로서 스스로 건강을  지키지 못했다는 주변의 시선으로 인해 투병사실을 공개하지 못하는 것이다.

스님들이 안정적인 환경에서 포교와 수행에 전념할 수 있도록 종단과 교구본사에서 나서 의료비를 지원하는 제도가 있지만 여전히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에 있는 스님들도 존재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기사를 보고 문득 아주 오래전의 일이 떠올랐다. 나는 전국불교산악인연합회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당시 대현그룹의 손현수 회장님을 총재로 모셨다. 그때가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쯤으로 기억된다. 대충 그분의 생각은 이랬었다. 많은 상좌를 두지도 않고 오로지 수행과 포교에만 전념하다가 나이가 들어 힘이 떨어졌을 때, 마땅히 기거할 사찰이나 암자도 여의치 않고 몸은 여기저기 아파오는 노스님들을 간간이 볼 수 있는데, 여간 마음이 아프지 않다고 하셨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노스님들을 위한 공동거주지를 마련하자는 것이었다. 노쇠해서도 마음 놓고 수행정진하며 편히 지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드리자는 것이다.

그래서 한 번은 그분의 고향이기도 한 안동의 공기 맑고 경치 좋은 산속에 창건한 아담한 전통사찰에서 3000여명의 스님과 불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조국평화통일기원 대법회’와 ‘효행대상 시상식’을 열었었다. 그 후에도 그런 행사를 몇 번 더 거행했는데 증명법사로 모신 분들 중에는 서암 전 종정 큰스님, 철웅 큰스님 그리고 당시 총무원장이셨던 S 큰스님도 계셨다.

그 때 한 큰스님을 모시고 안동시 청송지역 산골마을을 갔었다. 손 총재님께서 미리 주변에 알아본 장소였다. 산골이었지만 제법 넓고 길게 이어진 약간 비탈진 밭이었다. 그 땅을 매입하여 법당과 처소를 마련하고 간단한 응급의료시스템도 곁들여 건립해서 노스님들의 공동수행마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했었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법회를 열어 전국에서 불자들이 와서 친견하기 힘든 큰스님들을 뵙고 법문을 들을 수 있게 하자는 것이었다.

물론 당신께서 일정금액을 희사할 테니 종단차원에서 나서서 함께 해보자는 제안이었다. 좋은 생각이라며 한 번 해당부처와 협의해보겠다고 했지만 성사되지는 못했었다.

현재 조계종의 스님은 약 1만4000여명인데, 이 중에 65세 이상이 전체의 약 13%를 차지하여 날로 고령화 현상이 뚜렷하다고 한다. 더구나 출가자의 숫자가 감소 추세인 현 시점에서 스님들의 건강지킴이는 더욱 절실한 화두가 아닐 수 없다.

신문 한 면에 게재된 ‘총본산성역화 동참열기 고조’라는 기사를 접하며 이러한 불사도 이루어져야 하지만 더 시급한 불사가 바로 승려 복지 불사가 아닐까 생각되는 이유이다.

또 전 조계종 중앙신도회장을 역임한 백창기 회장님이 회장 재직시에 전국의 고승친견순례를 한 일이 있었다. 연로하신 그 분들이 원적에 드시기 전에 한 말씀이라도 귀한 법문을 더 들어보자는 취지에서였다. 그때 법문을 해 주셨던 그 어른스님들은 이미 원적에 들고 우리 곁에 안계시니 그 안타까움이 크다.

노스님들의 공동수행마을을 구상했던 그 총재님도 이제 연로하셔서 조용한 곳에서 요양 중이다. 그곳에서 그 분은 무슨 생각을 하고 계실까? 어쩌면 이루지 못한 그 불사를 아쉬워하고 계실지도 모르겠다.

김대원 시인·수필가 dk9595@hanmail.net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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