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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 사업’ 청문회 반드시 필요하다

기자명 이중남

수도권 상수원 보호구역인 경기도 여주 이포보와 강천보 취수원 상류 바닥에서 4급수 지표종인 실지렁이가 채취돼 큰 충격을 던졌다. 이 보도는 전날 사전 조사를 통해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진 한강 수계 상류 네 곳 가운데 세 곳에서 실지렁이를 확인한 것을 알리는 조치였다.

주로 시궁창 같은 곳에 서식하는 실지렁이는 환경부가 지정한 수생태 오염 지표종으로, 그것이 사는 물은 사람이 마실 수 없는 것은 물론 오랫동안 접촉하면 피부질환을 일으킬 수 있는 저질의 하천수다. 펄이 쌓인 하류가 아니라 상류의 취수원에서 그런 지표종이 발견되었다는 것은 한강 상수원 오염의 심각성을 강력히 시사한다.

지난달부터 불교환경연대, 환경운동연합, 대한하천학회,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은 ‘4대강 청문회 열자’는 구호 아래 공동으로 4대강 오염 실태 확인을 위한 탐사 보도 캠페인을 벌여오고 있다.

이들은 지난 8월26일 대구 달성군 화원유원지 인근 탐사를 통해, 그전까지는 금강에만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실지렁이가 1300만 영남 주민이 식수로 사용하는 낙동강에도 서식하고 있음을 최초로 보도해 큰 충격을 줬다. 낙동강 어민들에 따르면 통발을 건질 때 실지렁이가 올라오기 시작한 것은 작년부터라고 한다.

금강의 문제는 더 일찍부터 드러났다. 이른바 ‘4대강 살리기’ 완공이 선언된 바로 다음해인 2012년에 공주보 주변에서 물고기 60만 마리가 떼죽음 당하는 일이 있었다. 금강의 녹조는 해가 갈수록 심해져 처음에는 ‘녹조 라떼’라는 별명으로 불리다가 이제는 ‘잔디구장’이라는 참담한 별명까지 얻어가는 추세다.

일찍이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호소하기 위해 2000만 명이나 되는 미국인들이 ‘지구의 날’을 선포하고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환경 관련 집회와 시위를 연 것이 1970년의 일이다. 이 운동의 핵심은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것이었고, 그로 인해 대두한 학문이 생태학(ecology)이다.

그러나 한국처럼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데 여념 없던 대부분의 제3세계 국가들에게 환경문제는 뒷전이었고, 그래선지 필자도 고등학교를 마칠 때까지 생태학이라는 용어를 배운 적조차 없다. 브라질 리우에서 열린 유엔회의에서 158개국 대표가 생물다양성협약(1992)을 채택하기까지 22년이나 걸린 이유가 여실히 이해된다.

생물다양성(biodiversity) 보존이란, 어느 생물종이든 그 종 안에 유전자 변이의 다양성이 유지되도록 돕고, 가급적 많은 수의 생물종이 지구상에 더불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며, 나아가 모든 생물종들이 각기 주변 환경과 관계하는 생태체계의 다양성을 보존한다는 세 차원의 의미를 갖는다. 이러한 목표치들은 인류가 자연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라는 인식, 즉 생태철학을 기반으로 한다.

‘한반도 대운하’라는 개념을 처음 들었던 때는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을 앞둔 시점이었다. 그 논리는 간단히 말해 남한의 큰 강들을 일종의 수조(水槽)로 만들어서 연결하면 사람이나 물건을 실은 배가 다닐 수 있어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었다. 손익 값을 내보는 것조차 불가능한 황당한 ‘경제 공약’이었지만, 이 구상은 반대 여론에 부딪쳐 철회된 뒤에도 기어이 ‘4대강 살리기’라는 축소된 프로젝트를 통해 실현되고 말았다.

모든 강은 그곳을 터전으로 하는 생물과 무생물의 다기다양한 공존체계를 품고 있고, 크고 작은 강들이 품고 있는 그 공존의 체계는 낱낱이 다르다. 그러한 다양성을 도외시한 채, 강을 단지 물 담는 그릇쯤으로 보고 공사를 해댔으니 탈이 나지 않을 리가 없는 것이다.

물이 고이면 썩는다는 것은 상식이다. 썩은 물은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생태계를 병들게 하며, 인간도 병들게 한다. 지금이라도 지난 5년간 우리 강산에 무슨 일이 벌어져 왔는지 국회 차원에서 밝히고, 중지하거나 되돌려야 할 것이 있다면 더 늦기 전에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다.

이중남 논설위원 칼럼 dogak@daum.net

[1361호 / 2016년 10월 5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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