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爭得梅花撲鼻香(쟁득매화박비향)

저출산, 양극화에 대한 저항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절벽, 지방소멸이 화두가 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고용정보원에 따르면 향후 30년 이내에 전국 시군구 중 84곳이 사라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갈수록 자녀를 낳는 사람들이 줄고 있는 데다 젊은이들이 직장을 찾아 수도권으로 몰려들면서 지방의 소멸위험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의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정부가 지난 10년간 저 출산방지 예산에 80조원을 쏟아부었다. 또 앞으로 5년간 200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그런데 그 많은 예산을 들여 한다는 정책이 한심하다. 출산독려 홍보, 출산장려금 지급, 둘째부터 세제·보육·주택마련 인센티브 제공 등이 거론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실효성을 떠나 묘한 모멸감을 준다. 닭장 속의 닭들이 알을 더 낳도록 모이를 더 주겠다는 식의 대책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정부와 정치권은 출산율 저하에 따른 인구절벽을 국가존립의 문제라며 호들갑을 떨고 있다는 점이다. 인구가 줄면 생산인구가 감소해 경제활동에 문제가 생기고 병역자원의 부족으로 국방에도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이라 강변하고 있다.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은 갈수록 심화되는 양극화 속에서 우리 아이들이 결국 빈민으로 전락할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불행한 부모의 삶을 아이들에게 대물림하지 않으려는 생존본능이다. 정부가 말하는 생산인력 감소는 대기업이 부려먹을 노동자의 부족이고, 있는 집 자식들은 이리저리 잘도 빠져나가는 국방의 의무를 가난한 우리의 아이들에게만 지우겠다는 의미다.

선가에 ‘박비향(撲鼻香)’이라는 가르침이 있다.

“한번 뼛속에 사무치는 추위를 겪지 않고서야(不是一番寒徹骨), 어찌 매화향기 코끝 찌름을 얻을 수 있겠는가(爭得梅花撲鼻香).” 황벽 스님의 말씀이다.

인구절벽은 국가위기라기보다 가진 자들의 위기다. 저출산은 양극화에 대한 국민적인 저항이다. 정부와 가진 자들이 결국 사람만이 희망임을 자각할 때까지 저출산은 계속돼야 한다. 뼛속 사무치는 추위는 이제 시작이다.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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