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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지진대책, 원자력 발전소에 준해야

지난 9월12일 경주에서 규모 5.1, 5.8 그리고 19일 4.5 등 일련의 지진들이 발생해 지진공포의 쓰나미가 온 나라를 휩쓸고 있다. 필자가 이 뉴스를 TV에서 접했을 때 우선 그 규모에 비해 피해가 경미함에 안도의 숨을 돌렸다.

지진학자인 필자는 언젠가 경주에서 이보다 훨씬 더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리라고 예상했기 때문에 발생 그 자체는 의외로 생각되지 않았다.

필자는 1978년 미국과 캐나다에서 7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서울대에 지구물리학 교수로 부임했다. 그 후로 지진에 관한 세 개의 중요한 사건을 경험했다. 첫째는 1978년 10월7일 홍성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이다. 이 지진은 우리나라가 지진 안전지대라고 여겨온 국민에게 큰 충격을 주어 정부가 지진재해에 대한 본격적 대책을 수립하게 되었고 당시 2개소에 불과했던 기상청 지진 관측망이 6개소로 확장됐다.

두 번째 중요한 사건은 1983년 필자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주장한 논문을 지질학회지에 출판한 것이다. 이 논문 역시 정부와 국민에 큰 충격을 주었다. 월성, 고리의 원자력발전소들이 양산단층이 비활성단층이라는 전제 하에 내진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곧 이 발전소들의 지진안전성 문제가 중차대한 국가적 이슈로 부각되었다. 

필자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단정한 근거는 바로 ‘삼국사기’에 기록돼 있는 경주 지진들이었다. 서기 100년, 304년, 510년, 779년에 경주에서 지진이 일어나 집들이 무너져 사람들이 죽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특히 779년 지진의 경우 집들이 무너져 100여명이 사망했다.

지진은 활성단층에서 발생하고 큰 지진들은 대규모 단층에서 발생한다. 경주를 통과하는 대규모 단층은 양산단층이므로 경주에서 집들이 무너져 사망자가 발생한 역사기록은 곧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시사하는 것이다.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필자의 주장에 대한 반론들이 곧 뒤따랐다. 그중 가장 지속적으로 제기된 것은 역사지진들의 진앙이 지진계기록으로 결정되지 않아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즉 다른 지점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경주에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고 따라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고 단언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이번 경주지진들은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임을 명백히 입증하였으며 그런 의미에서 필자가 경험한 세 번째의 중요한 사건이다.

경주는 신라의 수도였기 때문에 지금도 귀중한 문화재가 수없이 존재한다. 예로써 불국사와 석굴암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불교 문화유산으로 1995년 세계문화유산목록에 등록된 사찰이다. 우리가 다른 지역과 달리 경주지진들에 대해 각별히 더 우려하는 것은 이런 귀중한 세계적 문화유산들이 지진에 의해 붕괴되는 등 큰 피해를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의 연구에 의하면 경주에서 발생  가능한 최대 지진의 규모는 6.7이다. 이는 고리, 월성에 있는 일부 원자력발전소의 내진 설계지진 0.2g(규모 6.5)보다 크다. 다행히 이번 경주지진으로 건물의 붕괴나 사망자가 발생하지는 않았다.

불교문화재의 피해도 불국사 다보탑의 난간석 접합부가 탈락하는 정도의 비교적 경미한 편이었다. 문화재 보존 전문가인 공주대의 서만철 교수는 규모 6.2의 지진으로 경주의 문화재들이 붕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경주 지진이 드러낸 심각한 문제점은 정부의 문화재 지진재해 대책이 거의 전무하다는 것이다.

한반도의 지진활동은 판 내부 지진활동에 속하여 매우 불규칙한 특성을 갖는다. 그 시기는 정확히 예측할 수 없지만 경주에서는 이번 지진들보다 훨씬 강력한 규모 6.7의 지진들이 발생할 수 있다. 원자력발전소의 수명은 불과 수 십년에 지나지 않지만 이 지역의 문화재는 우리가 오랜 세월 보존해야 할 귀중한 민족의 유산이다.

정부는 이 지역 문화재의 지진재해에 대해 원자력발전소에 준하는 관심을 갖고 대처해야한다.

이기화 서울대 명예교수 kleepl@naver.com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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