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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 조오현의 ‘무자화-부처-’

기자명 김형중

선의 역설적 표현 기법 살려
석가모니 위대한 생애 찬탄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
강물도 없는 강물 범람하게 해 놓고
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

‘강물 없는 강물’은 사바세계
‘범람’은 불법이 확산된 모습
석가모니도 떠내려가는 ‘뗏목

서산대사의 ‘선가귀감’에 “부처님과 조사가 세상에 나오심은 마치 바람도 없는데 강물에 물결을 일으킴이다(佛祖出世 無風起浪)”고 하였다. 석가모니가 이 세상에 오신 뜻은 명료하게 말하면 고통 받는 중생을 고해(苦海)에서 구제하기 위해서 오신 것이다. 그러나 선가의 조사스님은 거기에 자신이 깨달은 진리의 내용을 담아서 표현했다.

깨달음을 얻고 보니 “모든 중생이 본래 깨달음을 얻은 본래 부처(本來佛)이더라. 태어나면서부터 본래 부처가 가지고 있는 덕성과 불성을 갖추었더라” 그러니 이 소식만 알면 그만인데, 2500년 전 석가모니 부처님이 오셔서 팔만대장경을 설하신 것은 쓸데없이 중생들에게 그것을 공부하게 만든 일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바람이 없는 고요한 바다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다”고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허공장경’에 “문자도 악마의 업이요, 부처님의 말씀까지도 악마의 업이다”고 하였다.

강물처럼 많은 대장경과 조사어록이 쏟아지면서 불자들은 대장경의 바다에 빠져 죽게 되었다. 그 많은 부처님의 말씀을 공부하느라 오히려 그것이 말뚝이 되어 생사의 바다를 항해하는 데 걸림돌이 되었다. 아차하면 공병(空病)에 떨어져 죽고, 유병(有病)에 떨어져 죽게 생겼다. 부처님께서는 그래서 ‘금강경’에서 부처님 말씀을 ‘뗏목’에 비유하여 설하고 있다.

이 시의 제목은 처음 시집에선 ‘무자화 6-부처-’인데, ‘조오현 마음 하나’에서는 ‘석가의 생애’라고 하였다. 이 시의 내용이 석가모니의 생애를 읊은 시이다. 시의 세 제목에 따라 시의 내용을 이해하면 쉽다.

무자(無字)화두만 타파하면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다. 조주선사에게 “개에게 불성이 있습니까?”하고 묻는 말에 “없다(無)”하고 대답한 공안이 ‘개에게는 불성이 없다(狗子無佛性話)’는 무자화두이다.

‘강물도 없는 강물’이란 본래는 논리적으로 있을 수 없는 말이다. ‘그림자 없는 나무(無影樹)’와 같은 뜻이다. 인간이 건너가야 할 생사의 강이 실제로 형상으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강물이 없는 강물’은 우리가 살고 있는 사바세계를 상징한 선적인 용어이다. 물론 시인이 창조한 시어이다. 인생은 강물처럼 흘러간다. 시간과 공간 속에서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실체가 없는 공(空)의 상태이다. 실체가 없는 시간과 함께 일체개공의 공간인 강물을 흘러가는 것이 인생이다.

시조 형식의 ‘무자화-부처-’는 초장 “강물도 없는 강물 흘러가게 해 놓고”는 석가모니가 2500년 전 인간이 사는 강물이 없는 강물에 바람이 없는 바다에 풍파를 일으키듯이 팔만사천법문을 설하여 불교교단을 세워서 역사적인 강물의 길을 만든 것을 표현한 것이다. 그리고 그 강물은 그를 따르는 수많은 사람에 의해서 불법이 넘쳐서 모든 인류에게 전파해 나갔다. 그래서 중장 강물도 없는 강물이 범람한 것이다.

종장 “강물도 없는 강물에 떠내려가는 뗏목다리”는 석가모니 자신도 역사의 강물에 따라 중생들과 함께 떠내려가는 ‘뗏목다리’가 된 것이다. 만해 한용운은 ‘나룻배와 행인’이란 시에서 “나는 나룻배 당신은 행인”이라고 읊고 있다. 나룻배는 부처님을 상징한다. 생사의 고해를 건네주는 나룻배, 즉 뗏목이다.

오세영 시인은 오현 시승의 시를 다음과 같이 높이 평가한다. “오현의 시가 시조 시형에 의한 선시의 현대적 확립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것은 한국문학사에서 하나의 의의를 지닌다. 우리의 선시도 의당 우리의 전통 시형이자 운문 형식인 시조로 쓰여야 될 일이다.”

‘석가 부처는 누구인가?’에 대한 물음(화두)을 이렇게 멋지게 설한 시는 일찍이 없었다. 10월3일, 3회 이승휴문학상을 받은 스님의 수상을 축하하면서 ‘부처’를 소개한다.

김형중 동대부여중 교장·문학박사  ililsihoil1026@hanmail.net
 

[1362호 / 2016년 10월 1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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