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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과 불교계 대안운동 방향

동물보호운동 확산 큰 기여
최근엔 동물복지기준 마련
교계도 동물권 관심 가져야

박원순 서울시장은 스스로를 ‘소셜 디자이너(Social Designer)’라고 부른다. 유쾌한 발상과 도전적인 실행으로 세상을 가꾸어가는 사람이란 의미다.

1980~1990년대 대표적인 인권변호사이자 시민운동가였던 박 시장은 국내 동물복지운동에도 큰 기여를 했다. 1990년대 초반은 잔혹한 도살이 사회적 관심사로 자주 떠올랐다. 일부 도축업자들이 자행한 개도축도 엽기적이었다. 그들은 개를 가둬 햇볕 속에 7~8시간 동안 방치시켜 갈증을 느끼게 한 뒤 물을 잔뜩 먹였다. 그러고는 개의 머리를 쇠망치로 때려 가사상태에 이르게 한 다음 다시 지하수를 개의 혈관에 강제로 주입시켜 개의 무게를 5kg이상 늘리는 방법을 썼다. 이들은 개의 엄청난 고통과 두려움은 아랑곳 않고 하루 수십 마리씩 1년간 1만8000마리의 개를 도축했다. 또 다른 곳에서는 소의 사지를 절단해 탈진시킨 상태에서 심장에 호스를 찌러 넣어 물을 먹임으로써 소의 무게를 30~50kg씩 늘려 파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렇듯 사람이 아니라는 이유로 수많은 동물이 무참히 살육될 무렵 박 시장이 1994년 발표한 ‘동물권의 전개와 한국인의 동물 인식’(생명문화총서 3집)은 국내 동물보호운동의 이론적, 실천적 토대가 됐다. 그는 이 논문에서 서양의 동물보호 및 동물권 운동 현황을 소개하고, 한국인의 보신탕문화를 맹렬히 비판했다. 박 시장은 논문 결론에서 “우리 전통사상과 불교사상을 통해 서양보다도 훨씬 근본적이며 인도적인 동물애호의 사상과 실천을 보여왔던 우리 민족이 다른 세계인으로부터 동물에 대한 박해와 학대로 공격의 표적이 되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더욱 큰 문제는 그와 같은 동물학대가 단순히 동물의 고난에 그치지 않고 인간성에 대한 경시를 초래함으로써 우리 공동체 윤리의 파괴를 가져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시장은 동물보호운동의 이론적 검토를 넘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었다. 2012년 서울시장에 취임한 후 전국 최초로 동물보호과를 신설했고, 청계천에서 말이 모는 수레를 없앴다. 또 불법 포획돼 서울대공원에서 돌고래 쇼를 하던 제돌이와 춘삼이를 제주 앞바다로 돌려보냈다.

이런 박 시장이 최근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동물복지기준을 마련했다. 1997년 세계동물보건기구가 제시한 ▲배고픔과 목마름으로부터의 자유 ▲환경이나 신체적 불편함으로부터의 자유 ▲고통, 질병 또는 상해로부터의 자유 ▲정상적인 습성을 표현할 자유 ▲두려움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등 5가지 원칙에 의거해 앞으로 공연을 목적으로 한 동물의 훈련을 금지시키고 전기충격기와 채찍 등 도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대공원, 서울숲 등 동물 300여종 3500마리가 ‘동물권리장전’의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 이재형 국장
고교시절 서울지역 불교연합단체인 룸비니학생회 활동을 했던 박 시장은 불교와 인연이 깊다. 이런 그가 2012년 6월 불교계 초청으로 참여한 자리에서 “동물보호운동이 21세기 대안운동이며 불교사상에도 꼭 맞는 실천운동”이라며 불교계의 동물보호활동을 적극 요청했다.

불교에서 모든 생명의 무게는 다르지 않다. 그러나 현실의 불교에선 동물의 고통을 감싸 안으려는 노력을 찾아보기 어렵다. 박 시장의 말처럼 동물의 생명이 존중되는 세상에서 인권이 유린될 수는 없다. 우리 불교계가 동물권에 보다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재형 mitra@beopbo.com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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