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고통스럽다 말하지만
고통 원인에 대해선 몰라
있는 그대로 관찰해 보면
모르는 사이 고통 사라져

행복은 복을 닦고 도를 닦아
나와 남을 변화시킬 때 가능
일상에서 실천해 행복하길

살아있으되 나를 버리는 수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일상에서 나에 대해 4가지 방법으로 관찰하는 것입니다. 즉 몸에 대해 몸을 보고, 느낌에 대해 느낌을 보고, 마음에 대해 마음을 보고, 법에 대해 법을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4가지 방법으로 관찰을 하면 되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관찰하느냐? 거울을 보듯, 영화를 보듯, 강 건너 불구경하듯, 대면해서 관찰하되 닉네임(별명)을 붙여보는 것입니다. 별명은 여러분 마음대로 붙여도 관계없습니다. 가령 ‘짱구’라는 별명을 붙였다고 가정해 봅시다. 먼저 호흡을 관찰할 때, 숨을 들이 쉬면 ‘아! 짱구가 숨을 들이 쉬는 구나’라고 관찰하고, 내쉴 때도 ‘아! 짱구가 내쉬는 구나’라고 관찰하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걸을 때도, 머무를 때도, 앉을 때도, 누워 있을 때도, 늙어 가면 늙어가는 대로, 병이 들면 병이 들어가는 대로 내가 아닌 짱구가 하는 것으로 있는 그대로 관찰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어느 순간 내가 없어지게 됩니다. 고통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 짱구가 되는 것이지요.

부처님은 중생이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에서 벗어나는 방법을 찾는 것을 최대 목표로 삼았습니다. 어떻게 하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부처님도 처음에는 여러 방법을 다 써봤습니다. 고행도 해봤고, 쾌락에도 빠져봤고, 선정도 닦아봤습니다. 그래도 답을 찾지 못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에 체득한 것이 바로 관찰법이었습니다. 생로병사라고 할 때,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을 누가 하는 겁니까. 무아법에 따라 자신이 붙인 닉네임이 하는 것이라고 여기고 관찰하면 저절로 그 고통에서 나는 벗어나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고통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집니다. 화가 날 때 ‘짱구가 화를 내는 구나’라고 관찰하면 화를 냈던 마음에서 벗어나게 됩니다. 단순히 참는 것과는 다른 것입니다. 흔히 화를 참으면 병이 되고, 터뜨리면 업이 된다고 합니다. 그러나 관찰하면 화는 저절로 사라지게 됩니다. 그런 식으로 하나하나 자기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찰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에서 분리됩니다. 현상에 끌려가지 않고 그런 현상의 주인공이 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마음공부를 해야 하고 마음을 잘 다스려야 한다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하는 것이 마음공부인지를 모릅니다.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도 알지 못합니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그것은 바로 관찰입니다. 관찰이라는 것이 뭡니까. 무엇을 본다는 것이지요. 마음을 다스리려면 일단 마음을 봐야 하겠지요. 보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다스릴 수 있겠습니까? 또 보지를 못하는데 어떻게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겠습니까? 다 부질없는 짓입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마음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일어났다 사라지는 마음을 바로 관찰하는 게 결국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모든 존재는 변화합니다. 인간의 몸은 생로병사하고, 마음은 생주이멸하고, 우주는 성주괴공합니다. 이렇게 우주 자체가 변하는데 내가 어떻게 변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변화야말로 불변의 진리입니다. 모든 존재는 일어났다가 사라집니다. 그러나 그 존재를 관찰하는 관찰자는 여여부동(如如不動)입니다. 관찰자의 마음은 크고, 밝고, 충만합니다. 우리는 본래 관찰자의 마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일상에서 그것을 망각하면서 작고, 어둡고, 헐떡거리게 된 것입니다. 그러니 일상에서 본래 관찰자의 마음을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그럼 어떻게 노력해야 할까요? 그것도 아주 쉽습니다. “지금 나에게 닥친 이 모습은 모두 나의 작품이고, 행복도 불행도 모두 내 작품”이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만약 나의 행복과 불행이 다른 사람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면 우리는 늘 구걸하는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행복과 불행이 모두 나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불행이 닥쳐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생길 수 있는 것입니다.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려드리죠. 인도네시아에 가면 원숭이를 아주 쉽게 잡습니다. 원숭이가 잘 다니는 길목에 원숭이의 팔 정도만 들어갈 수 있는 작은 구멍을 파놓고, 그 안에 먹을 것을 놓습니다. 그러면 얼마 지나지 않아 원숭이가 구멍에 손을 넣고, 먹을 것을 쥐고는 옴짝달싹 못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위험에 놓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쥐고 있는 먹을 것을 절대 놓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원숭이라면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한 길일까요? 신에게 기도를 할까요? 운명이라고 여기고 저절로 빠질 때까지 무작정 기다릴까요? 아니면 극단적으로 자기 손목을 자를까요?

어리석은 질문이지만 우리도 일상에서 원숭이와 다를 바 없습니다. 마음의 집착을 버리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우리는 괴로워하면서도 그것을 절대 놓지 못합니다. 원숭이처럼 그것을 잡고 고통 속에서 허우적거리고 있습니다.

불교는 인과를 중시여깁니다. 모든 현상에 대해 그 원인을 분석하는 것입니다. 어려움이 닥쳤을 때 그 원인을 찾아야 합니다. 왜 어려움이 닥쳤을까, 원인을 찾아 분석하고 그것을 제거하면 어려움이 해결됩니다. 그런데 원인을 분석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무조건 신에게 기도하거나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합니다. 그러니 해결이 될 수 있겠습니까?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다시피 우리의 본래 마음은 크고 밝고 충만해 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작아지고 어두워지고, 헐떡이고 있습니다. 따라서 본래 마음자리로 돌리려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 하는 것입니다. 일상에서 남이 나를 행복하게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다른 사람을 즐겁게 해줄 수 있어야 합니다. 남이 나를 해주도록 기다리는 것은 구걸하는 마음입니다. 구걸하는 마음이 연습되면 거지나 종이 되고, 베푸는 마음을 연습하면 부자나 주인이 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절에서 기도를 할 때도 ‘해주세요’라고 하지 말고, ‘하겠습니다’라고 기도를 하는 것입니다. 불전함에 돈을 넣으면서도 ‘부처님께 용돈을 드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얼마나 자랑스럽고 기분이 좋겠습니까? 베푸는 마음을 연습해야 합니다.

‘화엄경’의 ‘보현행원품’을 보면 보현보살의 10대 서원이 나옵니다. 그 원을 살펴보면 어떤 것도 ‘해달라’는 것이 없습니다. 오로지 ‘하겠습니다’뿐입니다. “부처님을 찬탄하겠습니다.” “여래를 공경하겠습니다.” “중생을 수순하겠습니다.” 등등. 모두 다 ‘하겠습니다’ 입니다. 여러분도 부처님께 기도를 하면서 ‘하겠습니다’라는 서원을 세워보세요. ‘베풀겠습니다’라는 마음을 가져보세요. 그렇게 베푸는 마음을 연습하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부자가 되어 있을 것입니다. 또 부처님처럼 웃고, 부처님과 같은 마음을 가지고 실천하면 우리는 곧 부처가 되는 것입니다.

대승불교에서는 보리심과 더불어 대비심을 중요하게 여깁니다. 대비심이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크게 가엾은 마음을 내는 것입니다. 살아가면서 자기를 충족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족이나 주변사람들과 잘 지낼 수 있어야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대비심을 일으켜야 합니다.

남편을 볼 때 이런 마음을 내보세요. “우리 남편, 참으로 고생이 많다. 나보다 더 부유하고 멋진 사람을 만났다면 훨씬 더 좋았을 텐데. 나 같은 사람을 만나서 고생이 많으니 크게 가엾은 마음입니다.” 이런 마음을 내면 남편을 대하는 마음이 어떨까요? 행여 미워했던 마음이 있었더라도 눈 녹듯 저절로 사라질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부모에게, 자식에게, 주변 이웃들에게도 이런 마음을 내면 가족이 화목해지고 주변 이웃들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이렇듯 대비심은 나를 바꾸고 주변을 변화시키는 토대가 되는 것입니다.

나만 잘되면 되지,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만 주지 않고 살면 되지, 굳이 주변까지 살필 이유가 있느냐고 되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만 잘 살면 된다는 생각은 아주 하찮은 수준의 생각입니다. 이 세상은 결코 자기 혼자만으로 이뤄진 것이 아닙니다. 혼자만 잘 산다고 행복해 지지도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행복해지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하셨습니다. 하나는 ‘복닦기’요, 또 하나는 ‘도닦기’입니다. 복을 닦는 것의 근본은 보시에 있습니다. 베푸는 마음을 연습하는 게 행복해지는 비결입니다. 꼭 금전적 도움은 아니더라도 남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도 보시입니다. 도를 닦는 것은 결국 마음의 고통에서 벗어나는 길입니다. 앞서 말했듯이 대면관찰법을 통해 어떤 어려움이 닥쳐도 늘 관찰자의 마음에서 지켜본다면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렇듯 일상에서 꾸준히 ‘복닦기’와 ‘도닦기’를 실천해 나간다면 여러분들은 고통에서 벗어나 늘 행복한 하루하루가 될 것입니다. 행불하세요.

정리=문영배 광주지사장

이 내용은 광주 신광사와 광주광역시교육청이 10월8일 학부모와 신도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강좌에서 초청 법사 월호 스님의 법문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1363호 / 2016년 10월 19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 이 기사를 응원해 주세요 : 후원 ARS 060-707-1080, 한 통에 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