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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키우기 힘든 나라에 희망은 없다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인구 구조 역전의 시대로 접어든다는 전망이다. 유소년(0~14세) 인구수보다 노인 인구수가 더 많아지게 된다는 말이다. 이미 많은 이들이 경계를 해 왔고, 국가적 차원에서도 여러 정책들을 쓰고 있다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의 인구 역전현상은 가파르게 진행되고 있다. 결국 경계심이 아직도 부족하며, 극복을 위한 노력도 미흡하다고 말할 수밖에 없다. 평균수명과 기대수명이 빠르게 늘어가는 추세이기에 고령화 추세는 피할 수가 없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일반론을 넘어서는 급격한 진행을 보이고 있다. 여타 선진국들이 고령화 사회에서 초고령화 사회로 이행하는데 70년 이상 걸릴 전망이고 일본도 36년 이상 걸렸다. 반면 우리나라는 이 기간이 26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급속한 초고령화의 근본적 원인은 ‘초저출산’에 있다. 초고령화야 의학과 복지의 발달로 인한 자연스러운 현상이기에, 그것을 탓할 이유가 없다. 그렇지만 지난 16년 동안의 합계 평균출산율이 1.3명 아래라는 것은 여러 사회적 불안요인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그 가운데 ‘3포’니 ‘5포’니 하는 자조적이고 패배주의적인 분위기가 사회 전반을 지배하면서, 초저출산이 장기화될 전망이 있기에 더더욱 암울한 것이다.

사회 분위기 전반이 희망을 상실하게 된 것이 초저출산의 중요한 원인이라고 보면, 이 문제의 해결이 바로 우리나라의 운명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희망이 없는 미래, 활력이 사라져가는 사회구조를 바탕에 두고서 미래를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근본적으로는 이 땅의 젊은 세대들이 아기를 낳고 싶다는 마음을 일으키는 분위기 자체가 형성되어야 하는데, 이것이 그리 쉽지 않다. 필자도 결혼한 아들딸이 있지만, 그 아이들에게 아이를 많이 낳으라고 말을 할 수가 없다.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주례도 종종 서게 되는데, 주례사의 끝머리에 조심스럽게 아이는 가능하면 둘 쯤 나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말을 한다. 신랑신부와 하객들이 대체로 웃으며 받아들이지만 정작 그것을 그리 기대하지 않는 듯한 분위기이다. 예전 같으면 말할 필요도 없이 당연한 일이 이렇게 부탁 아닌 부탁을 해야 되는 상황이 되었다. 그리고 그런 말을 하면서도 참으로 조심스럽고, 그것을 실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도 느끼게 된다.

그것은 무엇 때문일까? 우선은 아이를 키우기가 너무 힘들다. 사회 구조가 경직되어 있다 보니 조금이라도 우리 아이들에 소홀하면 그나마 그 경직된 구조 속에서 하층으로 떨어질 것만 같은 두려움이 있다. “저희들 먹을 것은 타고 난다”는 여유 있는 생각은 실종되고, 부모가 무조건 얼마만큼 해주지 않으면 어떤 벽을 넘어설 수 없다는 두려움이 지배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있는 힘껏 아이들을 위해 쏟아 붓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는데 사회의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아 그것을 감당하기 너무도 힘들다.

맞벌이 부부가 대세인 상황에서 유아원 등의 시설이 태부족하여 아이 가진 부모는 정말 안쓰러울 정도로 허덕일 수밖에 없다.  상층의 신분에 있어서 그런 부담감이 없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그들을 바라보면, 자신은 도저히 그런 신분으로 올라갈 수 없다고 포기하고 있으면서도, 적어도 내 아이들만은 나 때문에 처진 위치에 서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계이상 힘을 쓰는 부모들…. 이런 분위기의 바탕에 깔려있는 것은 바로 좌절감이요 희망의 상실인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세대를 넘어 지속되면서 근본적인 위기 상황에 도달한 것이다. 이미 임계점을 넘지 않았는가 걱정될 정도이다. 탄력적이고 가소성 있는 사회의 틀을 만드는 근본적인 일에서부터, 아이를 키우는데 필요한 기본시설의 확충이라는 구체적인 일에 이르기까지, 국가의 총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자세로 임해야만 할 것이다.

성태용 건국대 철학과 교수 tysung@hanmail.net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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