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앎과 실천이 하나였던 불교거장의 사자후

  • 불서
  • 입력 2016.10.24 15:15
  • 수정 2016.10.24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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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반에서 세속으로’ / 서경수 지음 / 효림

▲ ‘열반에서 세속으로’
불자로서의 삶이 막연해질 때 눈길에 난 발자국처럼 또렷해지는 인물이 있다. 혜안(慧眼) 서경수(1925~1986) 전 동국대 불교대학 교수다. 그는 일관되게 한국불교를 복되게 한 지혜의 눈이었다.

입적 후 30주년 추모 기념
‘서경수 저작물’ 3권 발간
역저·논문·기고문 발굴정리
에세이 같은 글 이해 쉬워

그는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목사였던 아버지 뜻에 따라 서울대 종교학과에 진학했다. 기독교 일색의 서울대 학풍에 실망했고 오히려 불교에 끌리기 시작했다. 이렇게 시작된 불교와의 인연은 동국대 불교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불교대학원에서 그는 이방인이었다. 그의 공부는 독학으로 이뤄졌다. 그렇지만 그의 공부방법은 남달랐다. 당시 도외시됐던 산스크리트어를 산사에서 홀로 독파했으며, 일본의 불교학 연구성과들을 끊임없이 흡수했다. 뛰어난 영어실력으로 서양의 불교학 연구 동향도 예의주시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거만을 답습하는 한국불교학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러나 그의 행동은 곧 시련으로 다가왔다. 학위논문을 통과시켜주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강사로 여기저기를 떠돌아야 했다. 그리고 50세 가까운 나이에 동국대에 인도철학과에 겨우 전임교수로 임용됐다. 교수가 된 뒤에도 그의 삶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에게 불교공부와 불교수행, 현실참여는 하나의 길이었다. 문헌에 매달린 샌님으로서의 학자의 길을 거부했고 과거 유물을 금과옥조로 붙들고 있는 한국불교를 향해 중생의 곁으로 돌아올 것을 끊임없이 다그쳤다. 비판으로만 그친 것은 아니었다.

한국대학생불교연합 지도법사로 청년불교 활성화에 뛰어들었고 불교신문 주간과 삼보학회 간사를 맡아 정치, 사회, 문화 각계의 인물들을 끊임없이 불교계에 수혈했다. 이기영 교수와 함께 한국불교연구원을 설립, 구도회를 이끌며 수행에도 매진했다. 그는 이런 삶에 대해 “참여 없는 비판은 허구적인 위선”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중학생 어린 나이에 일본에 저항하다 한쪽 폐를 잃었던 일관된 삶의 연장이기도 했다. 그는 인도에 남다른 애정을 보였다. 교류가 거의 없던 시절, 틈틈이 인도를 순례했다. 그에게 인도는 정신적 고향이었고 학문적 원천이었다. 이런 그의 인도사랑은 네루대학에 한국어과가 만들어지고 초대 교환교수를 역임하는 결실로 이어졌다.

▲ 1966년 문경 김룡사. 사진 왼쪽부터 서경수 교수, 성철 스님, 숭산 스님, 이한상 거사, 박성배 교수.

올해 10월로 그가 열반하지 꼭 30주년이 됐다. 책 ‘열반에서 세속으로’는 그런 그의 삶을 잊지 못한 이들이 함께 일궈낸 결과물이다. 한국불교연구원 구도회 회원들과 제자들로 구성된 ‘서경수 사랑모임’은 2010년 ‘서경수 저작집’ 1권 2권에 출간한데 이어 30주년을 맞은 올해 완결판인 ‘서경주 저작물’ 3권을 완간했다. 책은 법구경-히말라야의 지혜와 인도불교사, 불교사상사 등 그의 역저와 논문들을 수록했으며 강의록과 각종 언론 기고문, 대담도 따로 정리했다. 특히 이민용 전 한국불교연구원장의 서경수 평전과 박성배 뉴욕주립대 교수를 비롯해 시대를 함께 했던 이들의 많은 추도 글은 각각의 인연들이 가지고 있는 기억의 퍼즐을 맞춰 그의 삶을 입체적으로 복원하고 있다. 또 그의 주옥같은 글들을 모은 ‘세속의 길 열반의 길’도 새롭게 선보였다.

평소 학자들의 지적 허례의식 비판해왔던 그의 삶처럼 글은 쉽고 간결하다. 한자든 산스크리트어든 어렵다 싶은 것은 모두 한글로 풀어놨기 때문이다. 바른 앎과 치열한 수행, 온몸을 던진 현실참여라는 그의 삶이 언어의 사리를 타고 한국불교의 바른 길을 비추고 있다. 3만5000원

김형규 대표 kimh@beopbo.com
 


[1364호 / 2016년 10월 26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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