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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主人公)

최순실 사태가 주는 교훈

최순실 게이트로 나라가 들끓고 있다. 문제가 불거질 때만해도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기업에서 돈을 강탈하고 편법으로 딸을 대학에 입학시키는 등 권력을 등에 업은 추문이나 비리정도로 생각했다.

그러나 진실은 더 참혹했다. 최순실이 대통령을 허수아비로 앉혀놓고 국정을 농락했다는 증거들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일개 민간인이 대통령의 연설문을 뜯어고치고 국가기밀을 받아보고 상왕처럼 각종 정책에 관여한 증거들이 줄줄이 나오고 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이 사이비 종교로 얽힌 특수한 관계라는 의혹에서 대한민국 국민이라는 사실이 무참해졌다. 이에 분노한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대통령 하야’를 외치고 있다.

‘무문관(無門關)’이란 선어록이 있다. 조사 스님들의 48개 공안을 수록한 책으로, 12번째 공안에 서암 사언 스님의 이야기가 있다. 사언 스님은 매일 자신에게 “주인공(主人公)”하고 묻고는 “예”하고 대답했다. 그러고 나서 “항상 깨어있어야 하네. 남에게 속아서는 안 되네”하고 당부했다. 항상 밝게 깨어 자신이 세상의 주인공이며 삶의 주인임을 잊지 말라는 경책으로 읽어도 좋을 듯싶다.

최순실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대통령을 조정하는 실제 주인공이 따로 있음을 알지 못했다. 경제가 파탄나고 민주주의가 퇴보하고 북과 막말을 주고받으며 한반도를 전쟁 분위기로 몰고 가는 일련의 행위들이 강남의 일개 중년여성에 의해 이뤄졌다는 추론이 섬뜩하기만 하다.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은 주인이 잠시 위임한 권한에 불과하다. 국민들이 위임된 주권을 돌려달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돌려받는 것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주권을 농락한 책임 또한 반드시 물어야 한다. 그리고 이번 기회에 스스로가 주인공임을 자각해야 한다. 국민이 주권자임을 잊어버리면 거짓이 진실이 되고 위임받은 권력이 제어장치 없는 폭력이 될 수 있음을 최순실 사태에서 뼈저리게 깨달았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는 매일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이봐 주인공, 항상 깨어있어야 하네. 다시는 지역감정, 종북몰이 선동하는 거짓말쟁이들에게 속아서는 안 되네. 절대로.”

김형규 법보신문 대표 kimh@beopbo.com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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