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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찰은 곧 자연이다

기자명 법보신문
오늘날 사찰은 자연과 역사, 그리고, 정신적인 귀의처로서 이 시대 최후의 보루가 되고 있다. 이제는 단순한 종교적인 의미로서만이 아니라 양호한 자연환경과 문화유적들을 간직한 이 시대의 유산자원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오늘날의 사찰은 이 시대가 필요로 하는 많은 것들을 제공해 줄 수 있으며, 몇가지 가치와 중요성을 우리들은 알아야 한다.
그 첫째가 오늘날의 사찰은 종교적 성지라는 점이다. 불교가 전래된 이후 불교인들의 수행처이자 생활공간으로서 수행과 기도, 법회와 포교가 이루어지는 종교적 성지이다. 그러나, 요즈음에는 많은 사찰지역이 관광지가 되어 가고 있다. 수행공간과 탐방공간이 구분되지 않고, 대부분이 개방되어 무분별한 탐방객들에 의해 수행환경의 질이 저하되고 있다. 그러기에 무엇보다 종교적 성지로서의 기능을 담당하기 위한 노력이 사찰과 사부대중을 중심으로 일어나야 한다. 이와 함께 탐방객에 대한 계몽과 홍보가 있어야 한다.
둘째는 사찰지역의 수려한 자연환경이다. 우리나라의 이름난 산에는 대부분이 이름난 사찰이 있다. 절입구의 일주문에 “00산 00사”라고 써 있듯이 절과 산을 따로 떼어 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사찰은 창건이래로 그 산의 정기를 받으면서 산주(山主)로서의 역할을 담당하여 왔다. 단순히 산의 주인이라는 세속적인 소유관계가 아니라 모든 사찰이 산중에 입지한 이후 천여년간 산을 지키며, 산과 더불어서 살아 왔다. 오늘날 자연환경이 양호하게 보존되어 있는 지역의 대부분이 사찰인근의 산림이라는 점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사찰은 자연을 보존해 왔고, 그것이 오늘날에는 ‘사찰이 곧 자연’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사찰주변의 자연환경이 매우 양호하다는 사실이다.
세 번째는 오늘날의 대부분의 전통사찰은 자랑스런 문화환경을 소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존하는 역사적 문화유적의 대부분이 사찰내의 불교문화재라는 사실은 우리불교문화의 우수성과 독창성을 떳떳히 자랑하고, 또한 유지 보존하여야 하는 사명감이 우리에게 있다.
마지막으로 오늘날 존재하는 대부분의 사찰지역이 종합유산(綜合遺産)이라는 점이다. 이점은 앞으로도 후손들에게 떳떳하게 물려 줄 수 있는 미래의 유산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올바른 정신으로서 부처님의 가르침과 사찰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양호한 자연환경, 그리고, 사찰의 건립이후 조성된 문화유적이다.
단순한 하나의 보물만이 아니라 어느 것 하나 이 시대의 유산으로서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는 종합유산이다. 어찌 보면 우리 나라에서 물려주어야 할 유산의 대부분이 사찰지역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산들이 요즈음엔 무관심과 관리소홀로 인하여 그 가치도 모른 채 사라져 가고 있다.
올바른 불교정신과 전통도 찾기 힘들고, 사찰주위의 양호한 자연환경은 날로 훼손되어 가고 있으며, 사찰내외의 문화유적들도 잃어버리거나 파괴되어 가고 있다. 그리하여 지금 이 시점 부터라도 모두 관심을 가지고 제대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아마 많은 것들이 유실되고, 나중에는 역사속의 사실로만 남아 질지도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의 존재하는 많은 전통사찰들을 다시금 돌이켜 보면 아직도 종교적 성지로서 뿐만이 아니라 우리민족의 종합유산으로서 영원히 보존시켜 주어야 하여야 할 몇 안되는 중요한 지역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바람 앞의 등잔불처럼 위태롭다고 생각된다. 사찰주위의 산들이 파괴되어 가고 있으며, 도로가 건설되고, 골프장이 들어서고, 케이블카가 설치되고, 위락단지가 조성되는 등 온통 사찰주위의 산들이 파 헤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실들은 어찌할 수 없는 세상의 흐름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어찌보면 명산의 정기와 큰 절의 청정한 수행가풍(修行家風)이 사라져 가는 증거가 아닌지 걱정스럽다.
그러기에 지금의 이 시기에는 각 산의 사찰들이 산의 산주(山主)로서의 진정한 역할을 담당하여야 할 때가 아닌가 하며, 그럼으로써 앞으로도 시공을 뛰어넘는 삼세의 청정한 도량으로 유지되기를 기원한다.

이병인(밀양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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