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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가불자의 승가 외호

기자명 김대원

지난주에 불교 산악회원들과 설악산에 다녀왔다. 한창 단풍철이고 46년 만에 개방했다는 만경대를 탐방하러 가는 사람들이 몰려 말 그대로 ‘인산인해’를 이루어 온통 북새통이었다. 우리는 한 걸음 옆으로 비켜서 다른 계곡으로 발길을 돌려 산행을 하고 돌아왔다.

그런데 주차장 한쪽에서 승복을 입은 두 분이 복사한 관음도(觀音圖)를 붙여 놓은 흰 상자를 앞에 놓고 목탁을 두드리며 염불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은 어제 오늘 일도 아니고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흔치 않게 보게 되기도 한다. 그런데 그 분들 신분의 불확실성으로 인해 그것을 보는 불자들의 마음이 착잡한 것은 사실이다.

설악산 주차장에서 본 그 두 분도 진짜 승려는 아닌 듯 보였다. 염불을 한다고는 하지만 입안에서 웅얼웅얼 댔지 어떤 불경을 암송하는지 모를뿐더러 염불하다말고 똑같이 승복차림을 한 옆 사람과 히죽거리며 잡담을 하기도 하는 모습이 눈살을 더욱 찌푸리게 했다.

사실 조계종의 일부 사찰에서는 어쩌다 부처님오신날 행사의 일환으로 옛날 탁발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을 기획하여 행하는 일은 있었어도 일상의 탁발을 엄격히 금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기는 그러잖아도 사찰은 많고 스님들의 숫자가 줄어드는 데 굳이 탁발을 할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이는 비단 조계종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불교 전체의 위상에 대한 문제라고 여겨져 이런 보기 좋지 않은 모습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이와 더불어 새삼 승가외호에 대한 생각이 연결 되어졌다. 알려지다시피 현재 조계종만 봐도 스님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도 않은데다 새로 출가하는 이들의 숫자도 현저한 감소 추세다. 하여 이제 우리 재가불자들이 좀 더 스님들이 수행정진과 포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기존의 시스템을 재정비하고 불자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의식전환을 기할 때이다.

문득 아주 오래된 일이 뇌리를 스친다. 별로 돌이켜보기도 유쾌하지는 않지만 두어 번의 조계종단 사태를 겪을 때의 일이다. 지금의 불교역사박물관 자리에 총무원 건물이 있을 때 한창 종단사태의 와중에 1층 강당에서 어느 신행단체 불자들이 무진장 큰스님의 경전강의와 법문에 귀 기울이고 있었다. 그때 큰스님께서는 스님들의 싸움에 마음 흔들리지 말고 오직 부처님 말씀에 따라 더욱 용맹정진 하라고 말씀하셨다.

근자에도 도박승이니, 권력승이니 하며 입에 올리기조차 민망한 말들이 회자 될 때에도, 그래서 스님들에 대한 예경의 마음이 흔들리려고 할 때에도 큰스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거리에서 마주치는 스님들께 정중한 합장의 예를 갖추게 된다.

또 아주 오래전에 강화도 어느 큰 전통사찰에 신도단체회원들과 철야정진 기도법회를 갔을 때였다. 새벽까지 기도정진을 하고 아침 공양을 마쳤을 때였다. 추운 겨울이었는데 공양간은 좁고 인원은 많아 함께 밤새우며 기도해 주신 젊은 스님께서 당신의 방에서 공양하고 가라 하셨다. 한참 후에 다 일어나 가야하는데 그 사찰 신도인지 젊은 보살 몇 분이서 아랫목에 비스듬히 누운 자세로 일어날 줄 모르고 있었다. 그러자 우리를 인도한 보살이자 그 사찰 신도회 선임인 환희심 보살님이 공양 끝났으면 어서 가지 뭘 그리 꼼지락 거리냐며 버럭 소리를 지르셨다. 나중에 그 보살님 말씀이 한창 수행 정진하는 젊은 스님이 계시는 방인데, 젊은 보살들이 분 냄새를 풍기며 오래 있으면 안 된다는 것이었다. 혹시라도 젊은 스님의 심기를 흔들어 놓을까 염려가 되어서라고 했다. 이렇듯 아주 사소한 일에서부터 세심하게 배려하는 마음으로 스님들을 외호하는 밑바닥 마음부터 출발해야 하지 싶다.

이제 우리 재가불자들이 스님들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 예경하고 외호해야 하는지 새롭게 점검하고 실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승·속을 막론하고 다 사람 사는 세상이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호불호의 일들을 슬기롭게 대처하며 스님들의 수행정진에 일조할 수 있는 마음을 가져보면 좋겠다.

김대원 시인·수필가 dk9595@hanmail.net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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