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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 지키지 않으면 분별망상에 휘둘리고 삼매 못 얻어”

대만 남보타사 불학원 부원장 본인 스님

▲ 본인 스님은 “계율이라고 하면 보통 소극적으로 무엇이든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출가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라며 “삼업이 청정해야 승가의 일이 원만히 성취된다”고 말했다.

오늘 공부할 내용은 ‘수기갈마입문(隨機羯磨入門)’입니다. ‘갈마’란 승단을 의지해서 살아가는 출가자가 반드시 배워야 할 지식입니다.

계율은 지악수선·무상보리 근본
지지·작지 계율 실천의 두 바퀴

혜능 ‘무상송’ 전체가 계율이야기
계율로 허물 고칠 때 지혜 생겨

출가자가 ‘수기갈마’ 실천하면
삼업 청정해져 승가 일 원만성취
계법 잘 익혀 혜명 끊기지 않아야

계율은 간단히 말하면 신구의 삼업이 악을 그치고 선을 닦게 하는 것(止惡修善)입니다. 개인도 악을 그치고 선을 닦아야 하지만 단체도 악을 그치고 선을 닦는 행위를 해야 합니다. ‘수기갈마(隨機羯磨)’란 출가자 단체인 ‘승단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중점을 둔 것으로서 비구·비구니가 올바른 승단의 운영과 유지를 위해서 반드시 알고 익혀야 할 내용을 다룹니다. 

‘수기갈마입문’은 도선율사가 쓴 ‘사분율산보수기갈마(四分律刪補隨機羯磨)’의 요점을 간추린 것입니다. 도선율사는 ‘수기갈마’ 서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마음이 모든 집착과 욕망의 근본이므로, 욕망과 번뇌를 없애려면 그 근본인 마음을 그쳐야 하는데, 이것은 오로지 밝은 지혜를 통해서만 해결 가능하다. 밝은 지혜는 선정이 있어야 생겨날 수 있고, 선정의 힘은 계율이 아니고는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계율을 특별히 존중하는 것이다. 계율을 지키는 마음에는 오직 두 가지의 바퀴가 있으니 지지(止持)와 작지(作持)가 그것이다. 지지는 계본을 최우선으로 하고, 작지는 갈마를 대표로 한다.”

계율은 크게 두 가지 중요한 개념으로 구성되는데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가에 해당하는 ‘지지’와 무엇은 꼭 해야 되는가에 해당하는 ‘작지’입니다. 사람들은 계율이라고 하면 보통 소극적인 것으로서 무엇이든지 안 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출가자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배우는 것이 계율입니다.

계를 지키지 않고 산란한 가운데에 있으면 분별망상에 휘둘리게 되고 결코 삼매를 얻을 수 없습니다. 망상, 분별, 번뇌는 고통이며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상하게 하고 자재함을 얻을 수 없게 만듭니다. 그래서 ‘화엄경’에서 “계는 무상보리를 이루는 근본이니 마땅히 일심으로 청정한 계를 지켜야 한다”고 한 것입니다. 경율론 삼장 12부의 모든 가르침에서 계율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지지는 계본에 규정된 비구계 250계와 비구니계 348계가 기본이 되고, 작지는 승단이나 개인이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갈마가 대표적입니다. 지지는 출가자가 해서는 안 될 행위를 말하는데, 하지 말아야 하는 일을 하면 계를 범하는 것이 됩니다. 작지는 출가자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것인데, 마땅히 해야 할 것을 하지 않으면 바로 계를 범하게 됩니다. 그래서 부처님께서는 율장에서 “갈마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은 목숨이 다하도록 스승을 떠나서는 안 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처님 재세시에는 공성을 증득한 많은 아라한이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바로 그러한 아라한들을 대상으로 계율을 설하셨습니다. 혜능대사가 행자 때 깨달아 5조 홍인대사로부터 의발을 전수받았지만 결국에는 구족계를 받았고, 그 후 제자를 받거나 승단을 운영할 때는 율장에 의거해 실행하였습니다. 그러므로 깨달은 후에는 형식이 필요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사람들은 혜능대사의 ‘무상송(無相頌)’을 얘기하면서 마음이 평정하면 계율을 지킬 필요가 없고, 행위가 곧으면 참선할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마음이 평정하다는 것은 마음에 이미 탐진치가 없고 지악수선(止惡修善)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따로 지킬 계율이 없게 되는 것입니다. 술을 마시고 법답지 않는 행위를 하면서 마음에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겠습니까? 무상송은 사실 전체가 계율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평정하고 마음에 번뇌가 없다고 해서 형식이나 의식이 필요 없다고 말해서는 안 됩니다. 심성만을 얘기하고 일체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더구나 우리는 아직 마음이 평정하지 못하고 나와 남을 구별하는 분별심이 있기 때문에 더욱 계를 지켜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지적을 받으면 굉장히 듣기 싫어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바로 우리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것이고 번뇌를 대치해 주는 양약이며 충언입니다. 계율을 통해 이전의 허물을 고쳐나갈 때 바른 지혜가 나게 됩니다. ‘금강경’에서도 계를 지키고 복을 닦는 사람은 무량한 부처님께 선근을 심었기 때문에, 사상(四相)을 없애고 심성을 중시 여기는 ‘금강경’을 이해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달리 말하면 계를 지키고 복을 닦는 사람은 사상을 없애고 깨달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그러면 ‘수기갈마’란 무엇인지 알아보겠습니다. ‘기(機)’는 활 위에 화살이 날아갈 수 있도록 하는 핵심 기관을 말합니다. 그 기관이 제대로 작동을 해야 화살이 목적지를 향해 강하게 날아갈 수 있습니다. ‘수기(隨機)’란 현재 사용되는 주요한 법들을 포함했다는 뜻입니다. ‘갈마’는 범어로 번역하면 ‘업(業)을 짓는다’는 뜻인데, 출가자가 입으로 갈마의 언구를 독송하고 몸으로는 율의에 맞게 행동하며, 생각은 처리 중인 일에 오롯이 집중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세 가지 업이 청정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승가의 일이 원만히 성취됩니다. 여기서 갈마를 ‘업’이라고 번역하지 않고 범어를 그대로 사용한 것은 출가자가 하는 일은 모두 선을 일으키고 악을 멸하는 것이기 때문에 재가자들이 짓는 업과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수기갈마’를 배워야 하는 이유를 몇 가지 중요한 사안을 기준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예를 들어 출가자의 나이를 세는 법은 세 가지가 있습니다. 출가는 했지만 구족계를 받지 않은 경우는 승랍(僧臘)은 있지만 계랍(戒臘)은 없고, 구족계를 받았으나 하안거와 자자를 하지 않은 경우는 계랍은 있지만 하랍(夏臘)은 없습니다. 율장에서는 원칙적으로 하랍을 중시하지만, 일반적으로 승단에서 계율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고 안거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 되어 있지 않으며, 혹은 여러 가지 여건상 안거를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현실에서는 구족계를 기준으로 하는 계랍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송계(포살)와 안거 및 자자는 출가자라면 누구나 반드시 해야 하는 필수과목입니다. 송계는 과거의 잘못에 대해서 반성하는 행위이고, 안거는 장래를 책려하는 것으로서 앞으로 열심히 정진하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안거는 사실상 모든 사찰에서 개별단위로 독자적으로 할 수 있고, 또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참선 수행을 하기 위해 선방에 방부를 들이거나 등록된 특정 사찰이나 총림에서만 할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라 혼자 사는 비구도 여법한 갈마법을 통해 안거를 할 수 있습니다. 율장의 갈마법을 제대로 배우고 이해해야 안거나 송계 등 가장 기본적인 출가자의 행위를 여법한 절차에 따라 실천하고, 승단에서 처리해야 하는 각종 일들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수 있으며, 후학들에게 계율을 잘 전승할 수 있게 됩니다.

비구니에게만 관련되는 대표적인 갈마인 불공경예배 갈마가 있습니다. 비구가 여법한 갈마에 의하지 않고 마음대로 비구니 승단에 드나들면서 함부로 비구니를 대하거나 법답지 못한 행위를 할 경우, 비구니 승단은 그 비구를 공경하지 않고 공양을 올리지 않겠다는 갈마를 할 수 있습니다. 비구니 팔경법도 이러한 갈마법의 원칙을 제대로 이해해야 세속에서 말하는 남녀불평등의 문제와는 차원이 다른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팔경법을 이유로 비구가 비구니를 억압한다든지 어떤 이득을 얻고자 하는 그런 생각은 잘못된 것입니다. 팔경법은 비구니 승단이 번뇌를 멸하고 해탈의 길로 나아가도록 돕는 하나의 방편으로서, 비구 승단에게 비구니 승단의 수행을 지도하고 이끌어야 할 의무를 함께 지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다양한 갈마의 근본 목적과 갈마법들이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제대로 배우고 익힐수록 부처님께서 정하신 계법은 평등한 것이며 비구 승단과 비구니 승단은 상호 존중하고 협력해야 하는 관계라는 것을 더욱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도선율사께서 정리한 ‘수기갈마’는 크게 ‘법(法)’ ‘일(事)’ ‘사람(人)’ ‘장소(處)’ 등 네 가지 과목으로 분류하여 접근합니다. 예를 들어 갈마법을 실행하는 사람의 숫자를 기준으로 보면 한 사람이 하는 심념법(心念法), 2~3인이 할 수 있는 대수법(對首法), 4인 이상의 대중이 할 수 있는 중법갈마(衆法羯磨) 등 세 종류가 있습니다. 중법갈마는 단백갈마(單白羯磨), 백이갈마(白二羯磨), 백사갈마(白四羯磨) 등이 있고, 총 개수는 134가지나 되지만 실생활 속에서 사용되는 법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갈마법이 실행되는 장소를 기준으로 보면 ‘자연계(自然界)’와 결계(結界)를 한 ‘작법계(作法界)’가 있는데 심념법과 대수법은 자연계나 작법계 두 군데서 모두 할 수 있지만 중법갈마는 반드시 작법계에서 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이러한 갈마법을 하나씩 함께 배우고 이해하게 되면 안거나 송계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점점 실행하게 됩니다. 만약 어떤 사찰에 결계를 한 계표(界標)가 있는 것을 보면 대계를 맺은 작법계임을 알 수 있고, 대계를 맺었다는 것은 그 승단이 포살을 하고 있다는 의미이며, 장래에는 안거 등의 여법한 갈마법이 이뤄질 수 있음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일들이 점차적으로 승단 내부로 확대되면 사찰이나 승단의 역량은 점점 커지고, 청정한 계법을 후대로 전승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이뤄집니다. 여러분들이 크게 발심하여 계법을 잘 익혀서 불법의 혜명이 끊이지 않도록 하는 데 기여하기를 발원합니다. 

정리=조장희 기자 banya@beopbo.com


이 내용은 수원 봉녕사 금강율학승가대학원이 10월18~20일 주최한 ‘2016 제4차 계율과 수행의 관계’ 강연에서 율사로 초청된 대만 남보타사 불학원 부원장 본인 스님의 강의를 요약 정리한 것입니다.

[1365호 / 2016년 11월 2일자 / 법보신문 ‘세상을 바꾸는 불교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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